작은도서관 뉴스
[전국]가을을 서성이다 책방을 만나면…하룻밤 쉬어가도 좋으리
매체명 : 헤럴드경제
보도일 : 2018.10.24
가을을 서성이다 책방을 만나면…하룻밤 쉬어가도 좋으리
‘등대섬의 둥불이 깜박거리는 밤마다 윤선은 뚜우~하고 고동을 울리며 입항하고 출항한다. 뱃고동 소리는 여인(旅人)들의 가슴에다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가랑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부둣가 노점에는 푸른 가스등이 포장 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박경리 ‘김약국의 딸’ 중에서)
시각만 집중하는데도 소설은 오감을 발동하고 상상력을 자극해 독자를 화가로 만들기도 한다. 감성 풍부한 독자는 박경리의 이 글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과 ‘짙은 섹소폰’를 추가할 지도 모르겠다. 좋은 수필은 마음을 어루만지며, 잘 쓰여진 시론은 사회 개조의 의기를 깨운다.
책은 그런 것이다. 책 한 권 들고 다니며 두어 쪽 보다가 고개들어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은 가을 길 위의 아름다운 인문학이겠다.
문화 인프라가 알게 모르게, 어느덧, 구석구석 잘 해 놨다. 산중, 텃밭, 바닷가 도처에 자리잡은 예쁜 책방들은 예비 신부가 가장 기분 좋아하는 말, “몸 만 와”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작은책방’들을 추천했다.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의 ‘숲속작은책방’은 2014년 문을 열었다. 가정집 같이 안온한데, 작가의 서재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온갖 분야를 망라한 책은 대략 3000여종이다. 손님은 책을 고르다가 편히 앉아서 책을 보고, 주인장에게 책을 추천받기도 한다.
책방을 둘러보면 주인 부부의 따스함과 다정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부부가 권하는 책에는 일일이 소개 글과 감상을 적어 띠지로 둘렀다. 침대와 책꽂이가 놓인 다락방에서 하룻밤 묵는 북 스테이도 가능하다. 대만의 타이난에 이런 서점 책꽂이 뒷칸 캡슐방 스테이가 있다. 괴산 가서 책만 보면 바보다. 화양구곡은 잘 알려진 가을 신선놀음이고, 산막이옛길은 감춰진 비경이자 감성 공작소이다.
광양시 진상면에 자리한 ‘농부네텃밭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자,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는 모험 놀이터이다. 작은 연못에서 줄배를 타고, 그 위에선 줄을 타고, 마당 위를 날아다니는 미니 짚라인도 탈 수 있다. 놀다 지치면 어린이책 수천 권이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입장료도, 놀이기구 이용료도 없이 1년 365일 24시간 개방한다.
끝자리 4·9일이라면 옥곡 오일장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멀리 여수와 순천, 하동, 남해까지 내려다보이는 구봉산전망대, 가을 전어가 유명한 망덕포구도 광양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다.
파주출판도시, 헤이리 일대는 알고보면 작은 책방, 예쁜 문화공간 수백개로 만들어진 곳이다. 지혜의숲과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을 품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출발해 어디서든 책을 보며 쉬기 좋은 개성 만점 책방과 북카페 등이 회동길과 광인사길을 따라 들어섰다.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이 더해져 심심할 겨를이 없고, 눈에 띄는 여러 건축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요즘 파주에서 가장 ‘핫한’ 곳은 마장호수흔들다리와 감악산출렁다리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짜릿함이 맞물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11월 초 아름다운 단풍과 빛축제가 펼쳐지는 벽초지문화수목원이 마장호수에서 가깝다.
대구 수성구의 물레책방은 겉에서 보면 헌책방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순환과 상생을 의미하는 ‘물레’라는 이름처럼, 수많은 책이 물레책방에 드나든다. 책방지기가 특별히 아끼는 책은 손님들과 나눠 보기 위해 판매하지 않는다. 대구 문인의 작품이 있는 서가도 특별하다.
영화 상영회, 콘서트, 저자와 만남 등 매달 다채로운 문화 행사도 펼쳐진다. 근처에는 수성못이 있다. 주말이면 흥겨운 버스킹 명소로 변신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이상화 시인을 기리는 상화동산과 시문학거리도 조성됐다. 수성못 앞엔 들안길먹거리타운이 조성돼 있다.
서울의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와우교까지 250m가량 이어진 버려진 철길이 ‘책’을 만나 개성 있는 복합 출판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폐철도 부지에 문학, 여행, 인문, 예술 등 분야별 책방 6곳이 들어서고, 아기자기한 조형물도 설치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1년 312일 책 전시와 판매, 강연, 낭독, 저자와 만남,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소문난 맛집과 카페, 공방, 마켓, 책방이 많은 연남동 구간이 가장 붐빈다. 근처에 홍대가 있으니 책과 헤어진 시간엔 반전매력이 크겠다.
박경리의 집필이 왕성하게 이뤄진 원주의 책방은 오붓하다. 박경리문학공원, 뮤지엄 산, 치악산 금강소나무숲길, 소금산출렁다리를 지나칠 수는 없다. 흥업면의 ‘터득골북샵’은 출판 기획자와 동화 작가 출신 주인 내외가 산골에 터를 잡은 서점이다. 이곳에서는 북 스테이와 차 한잔의 휴식이 곁들여지며, 작은 숲 속 캠프도 열린다. 판부면의 ‘스몰굿씽’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북카페 형식의 내부가 고풍스럽고 예쁘다. 1000종이 넘는 책이 있으며, 드로잉과 글쓰기 등 소소한 강좌도 진행한다. 원주역 인근 ‘책방 틔움’은 소장한 책 95% 이상이 독립 출판물이다. 카페를 개조해 지난 1월 독립 서적 전문 책방으로 문을 열었으며, 손님 역시 홀로 책을 출판하려는 예비 작가가 주를 이룬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는 책과 인문학 등을 주제로 심야책방을 진행한다.
/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등대섬의 둥불이 깜박거리는 밤마다 윤선은 뚜우~하고 고동을 울리며 입항하고 출항한다. 뱃고동 소리는 여인(旅人)들의 가슴에다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가랑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부둣가 노점에는 푸른 가스등이 포장 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박경리 ‘김약국의 딸’ 중에서)
시각만 집중하는데도 소설은 오감을 발동하고 상상력을 자극해 독자를 화가로 만들기도 한다. 감성 풍부한 독자는 박경리의 이 글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과 ‘짙은 섹소폰’를 추가할 지도 모르겠다. 좋은 수필은 마음을 어루만지며, 잘 쓰여진 시론은 사회 개조의 의기를 깨운다.
책은 그런 것이다. 책 한 권 들고 다니며 두어 쪽 보다가 고개들어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은 가을 길 위의 아름다운 인문학이겠다.
문화 인프라가 알게 모르게, 어느덧, 구석구석 잘 해 놨다. 산중, 텃밭, 바닷가 도처에 자리잡은 예쁜 책방들은 예비 신부가 가장 기분 좋아하는 말, “몸 만 와”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작은책방’들을 추천했다.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의 ‘숲속작은책방’은 2014년 문을 열었다. 가정집 같이 안온한데, 작가의 서재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온갖 분야를 망라한 책은 대략 3000여종이다. 손님은 책을 고르다가 편히 앉아서 책을 보고, 주인장에게 책을 추천받기도 한다.
책방을 둘러보면 주인 부부의 따스함과 다정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부부가 권하는 책에는 일일이 소개 글과 감상을 적어 띠지로 둘렀다. 침대와 책꽂이가 놓인 다락방에서 하룻밤 묵는 북 스테이도 가능하다. 대만의 타이난에 이런 서점 책꽂이 뒷칸 캡슐방 스테이가 있다. 괴산 가서 책만 보면 바보다. 화양구곡은 잘 알려진 가을 신선놀음이고, 산막이옛길은 감춰진 비경이자 감성 공작소이다.
광양시 진상면에 자리한 ‘농부네텃밭도서관’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자,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는 모험 놀이터이다. 작은 연못에서 줄배를 타고, 그 위에선 줄을 타고, 마당 위를 날아다니는 미니 짚라인도 탈 수 있다. 놀다 지치면 어린이책 수천 권이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입장료도, 놀이기구 이용료도 없이 1년 365일 24시간 개방한다.
끝자리 4·9일이라면 옥곡 오일장을 만나는 행운을 얻는다. 멀리 여수와 순천, 하동, 남해까지 내려다보이는 구봉산전망대, 가을 전어가 유명한 망덕포구도 광양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다.
파주출판도시, 헤이리 일대는 알고보면 작은 책방, 예쁜 문화공간 수백개로 만들어진 곳이다. 지혜의숲과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을 품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출발해 어디서든 책을 보며 쉬기 좋은 개성 만점 책방과 북카페 등이 회동길과 광인사길을 따라 들어섰다.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이 더해져 심심할 겨를이 없고, 눈에 띄는 여러 건축물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요즘 파주에서 가장 ‘핫한’ 곳은 마장호수흔들다리와 감악산출렁다리다.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짜릿함이 맞물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11월 초 아름다운 단풍과 빛축제가 펼쳐지는 벽초지문화수목원이 마장호수에서 가깝다.
대구 수성구의 물레책방은 겉에서 보면 헌책방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순환과 상생을 의미하는 ‘물레’라는 이름처럼, 수많은 책이 물레책방에 드나든다. 책방지기가 특별히 아끼는 책은 손님들과 나눠 보기 위해 판매하지 않는다. 대구 문인의 작품이 있는 서가도 특별하다.
영화 상영회, 콘서트, 저자와 만남 등 매달 다채로운 문화 행사도 펼쳐진다. 근처에는 수성못이 있다. 주말이면 흥겨운 버스킹 명소로 변신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이상화 시인을 기리는 상화동산과 시문학거리도 조성됐다. 수성못 앞엔 들안길먹거리타운이 조성돼 있다.
서울의 경의중앙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와우교까지 250m가량 이어진 버려진 철길이 ‘책’을 만나 개성 있는 복합 출판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폐철도 부지에 문학, 여행, 인문, 예술 등 분야별 책방 6곳이 들어서고, 아기자기한 조형물도 설치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1년 312일 책 전시와 판매, 강연, 낭독, 저자와 만남,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소문난 맛집과 카페, 공방, 마켓, 책방이 많은 연남동 구간이 가장 붐빈다. 근처에 홍대가 있으니 책과 헤어진 시간엔 반전매력이 크겠다.
박경리의 집필이 왕성하게 이뤄진 원주의 책방은 오붓하다. 박경리문학공원, 뮤지엄 산, 치악산 금강소나무숲길, 소금산출렁다리를 지나칠 수는 없다. 흥업면의 ‘터득골북샵’은 출판 기획자와 동화 작가 출신 주인 내외가 산골에 터를 잡은 서점이다. 이곳에서는 북 스테이와 차 한잔의 휴식이 곁들여지며, 작은 숲 속 캠프도 열린다. 판부면의 ‘스몰굿씽’은 작지만 의미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북카페 형식의 내부가 고풍스럽고 예쁘다. 1000종이 넘는 책이 있으며, 드로잉과 글쓰기 등 소소한 강좌도 진행한다. 원주역 인근 ‘책방 틔움’은 소장한 책 95% 이상이 독립 출판물이다. 카페를 개조해 지난 1월 독립 서적 전문 책방으로 문을 열었으며, 손님 역시 홀로 책을 출판하려는 예비 작가가 주를 이룬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는 책과 인문학 등을 주제로 심야책방을 진행한다.
/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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