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경기]안산 다문화 작은도서관 정은주 부관장 “다문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
매체명 : 주간경향
보도일 : 2018.10.22
[주목! 이 사람]안산 다문화 작은도서관 정은주 부관장 “다문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이 있는 경기도 안산은 다문화 이주민들이 한데 모여 사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공장 틈바구니 속 안산 원곡동에 도서관이 하나 있다. 이주노동자가 주인인 안산 다문화 작은도서관이다. 도서관 이름처럼 안산 다문화 작은도서관은 다문화 ‘특화’ 도서관이다. 이용자의 90%가 다문화 이주민들이다. 도서관 장서 1만2000권도 23개국 다문화 도서로 채웠다. “처음 근무하게 됐을 때 주변에서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들 했어요. 솔직히 겁은 좀 났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믿음이 컸습니다. 지금은 그 믿음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4년부터 도서관 살림을 맡고 있는 정은주 부관장의 말이다.
정 부관장의 부임 이후 도서관은 성장을 거듭했다. 책을 빌려가는 대출자와 대출도서 수가 3배 정도 늘었다. 이용자가 늘면서 도서관에 활기가 돌았다. 머뭇거리며 도서관 문을 열었던 이들이 친구 손을 이끌고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손님’이었던 이주민들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각종 활동을 주도하는 주체가 됐다. 정 부관장은 “지금은 우리 도서관 이름에 있는 ‘다문화’란 단어를 빼고 싶다”며 “다문화라고 다를 게 없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 2008년 안산 다문화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이주민들에게 ‘책’은 생소하고 어색한 존재였다. 도서관을 찾은 이주민 대부분은 교과서 이외의 책을 접해본 경험이 없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순식간에 퍼졌다. 정 부관장을 찾아 “책 읽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몰랐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책을 읽게 해주고 싶다”고 말하는 이주민들이 늘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인 프놈펜에 도서관을 만들 계획까지 세웠다.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 도서관이나 학교를 세워주는 경우는 흔하지만 스스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에 실현 여부를 떠나 뿌듯했어요. 스스로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거든요. 꿈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 부관장은 사실상 홀로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다. 잡무부터 도서관 업무 전부를 도맡아 한다. 지칠 만도 한데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부임한 2014년에 겪은 일이 정 부관장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다. 그 해 여름 도서관 독서치유 프로그램에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6명이 등록했다. 정 부관장은 그네들의 쉼터로 찾아가 같이 책을 읽었는데 끝나고 나서 이주노동자 6명이 정 부관장을 따라왔다. 도서관까지 따라온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너무나 고맙다.” 그 순간이 정 부관장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그때 느낀 감동은 지금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도서관에 온 분들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 수단은 책이지요.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쁨을 모른 채로 살게 하고 싶지 않아요.”
/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이 있는 경기도 안산은 다문화 이주민들이 한데 모여 사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공장 틈바구니 속 안산 원곡동에 도서관이 하나 있다. 이주노동자가 주인인 안산 다문화 작은도서관이다. 도서관 이름처럼 안산 다문화 작은도서관은 다문화 ‘특화’ 도서관이다. 이용자의 90%가 다문화 이주민들이다. 도서관 장서 1만2000권도 23개국 다문화 도서로 채웠다. “처음 근무하게 됐을 때 주변에서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들 했어요. 솔직히 겁은 좀 났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믿음이 컸습니다. 지금은 그 믿음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4년부터 도서관 살림을 맡고 있는 정은주 부관장의 말이다.
정 부관장의 부임 이후 도서관은 성장을 거듭했다. 책을 빌려가는 대출자와 대출도서 수가 3배 정도 늘었다. 이용자가 늘면서 도서관에 활기가 돌았다. 머뭇거리며 도서관 문을 열었던 이들이 친구 손을 이끌고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손님’이었던 이주민들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각종 활동을 주도하는 주체가 됐다. 정 부관장은 “지금은 우리 도서관 이름에 있는 ‘다문화’란 단어를 빼고 싶다”며 “다문화라고 다를 게 없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 2008년 안산 다문화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이주민들에게 ‘책’은 생소하고 어색한 존재였다. 도서관을 찾은 이주민 대부분은 교과서 이외의 책을 접해본 경험이 없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순식간에 퍼졌다. 정 부관장을 찾아 “책 읽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몰랐다” “고향에 있는 자식들에게도 책을 읽게 해주고 싶다”고 말하는 이주민들이 늘었다.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고향인 프놈펜에 도서관을 만들 계획까지 세웠다. 형편이 어려운 나라에 도서관이나 학교를 세워주는 경우는 흔하지만 스스로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에 실현 여부를 떠나 뿌듯했어요. 스스로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거든요. 꿈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 부관장은 사실상 홀로 도서관을 꾸려가고 있다. 잡무부터 도서관 업무 전부를 도맡아 한다. 지칠 만도 한데 전혀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부임한 2014년에 겪은 일이 정 부관장을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다. 그 해 여름 도서관 독서치유 프로그램에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6명이 등록했다. 정 부관장은 그네들의 쉼터로 찾아가 같이 책을 읽었는데 끝나고 나서 이주노동자 6명이 정 부관장을 따라왔다. 도서관까지 따라온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너무나 고맙다.” 그 순간이 정 부관장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그때 느낀 감동은 지금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도서관에 온 분들이 자기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 수단은 책이지요. 책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쁨을 모른 채로 살게 하고 싶지 않아요.”
/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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