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작은도서관의 불편한 진실

매체명 : 중부매일 보도일 :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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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의 불편한 진실

지난 9월 문체부가 매년 실시하는 전국 작은도서관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청주시는 어느 지자체보다도 작은도서관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도서관에 매년 4억여 원의 예산과 다양한 지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실제로 청주시의 사례는 타 시·도의 모범으로 소개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듯 했지만 실제 성적표는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청주지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작은도서관 실태와 문제점에 대해 청주시립도서관 정책팀을 통해 살펴본다.

#평균 이하 열악한 수준

청주시 작은도서관의 부진한 성적표는 비단 청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 지자체의 실적이다. 올해 문체부가 발표한 전국 작은도서관 운영평가 평균점수는 110점 만점에 45.1점으로 모든 항목에서 배점의 반도 못 미쳐 작은도서관 운영형편의 열악함을 대변하고 있다. 전국 평균에 비해 청주시 평균점수는 48.7점으로 전국평균을 다소 상회하는 성적이다.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 박차

지난해 청주시는 작은도서관 사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 2개과에 나눠 타 업무와 겸했던 작은도서관 업무를 시립도서관 정책팀에 통합하고 작은도서관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또 보조금지원에만 치중됐던 작은도서관 지원사업도 다양화하면서 작은도서관 측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낮은 성적표를 받은 시립도서관은 지난달 구별로 샘플 작은도서관 16개소를 지정하고, 작은도서관 이용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직원이 직접 나가 작은도서관 이용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는데,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응답자의 59%가 매우 만족, 34%가 보통이상을 평가했다. 이는 A, B, C등급 기관이었고, 이보다 낮은 등급 도서관에서는 이용자가 적어 조사조차 불가능했다. 또 보조금 지원을 위한 평가 신청률을 보더라도 2018년 43%에 불과해 열악한 곳은 평가지표 수준을 갖추기 어려워 지원을 아예 포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청주시는 작은도서관 운영에 양극화가 심하다고 보고 내년에는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하고, 작은도서관을 포함한 상호대차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공공도서관과의 협력관계를 공공히 해나갈 계획이다.

#양적 확대의 그늘

현재 작은도서관은 전국 6천472개로 공공도서관의 6배 이상의 규모다.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부족하던 시절 시민들 속에서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겨나, 1960년대 마을문고, 1980년대 도서원, 어린이도서관으로 확장됐다. 지난 2000년대 이후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건설 시 의무 설치하도록 법제화 되면서 급속히 확대됐다.

주택건설기준등에관한규정 제55조 5항에 의거, 작은도서관은 도서관법에 면적 33㎡이상, 장서 1천권 이상, 좌석6석 이상이면 누구든지 등록할 수 있어, 요즘에는 터무니없이 낮은 시설 기준으로 지적받고 있다. 무엇보다 도서관법과 공동주택 규정에는 시설 기준만을 두고, 운영에 관한 사항이 빠져있어 열악한 운영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등록한 작은도서관은 시작과 달리 장기간 운영이 어려워 폐관률이 상당히 높다. 청주시의 경우 누적 폐관률은 30%, 매년 평균 12개소가 신규 등록하고, 10개소가 폐관하고 있다. 또한 등록돼 있는 작은도서관의 운영상태도 공공성의 가장 기초인 정기적인 개폐관(주5일, 일4시간이상)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문이 닫혀 있는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도서관법상 낮은 등록 기준과 건축법상 반쪽자리 설치 의무화 조항은 작은도서관의 비약적인 수적 확대에는 기여했지만, 한 지역 안에서 작은도서관의 난립과 열악한 운영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적 공간인 아파트 내에 공공도서관인 작은도서관을 의무 설치화함으로써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도서관에 옹호적인 주민과 그렇지 못한 주민간의 갈등, 편중된 이용층으로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활형SOC 도서관 사업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생활형SOC사업에 도서관 투자가 반영됐다. 도로와 철도등 기존의 SOC사업이 아닌 생활SOC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것과 달리 발표된 도서관SOC 사업의 규모와 내용은 도서관계의 실망과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8조7천억원 중 도서관분야는 1천억원으로 전체의 80분의 1 수준이다. 그 내용도 공공도서관 리모델링과 작은도서관 조성에 방점이 찍혀 역시나 숫자 늘리기에 치중된 것으로 보인다.

작은도서관 중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작은도서관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은 운영인력의 부재다. 전국도서관 운영평가 항목에서도 인력부분의 점수가 가장 낮아 가장 취약한 것으로 파악됐고, 청주시의 경우 133개의 작은도서관 중 도서관 전담 인력이 있는 곳은 전체에서 4개소에 불과하다.

#문제해결의 키워드 '사람·사서'

그렇다면 작은도서관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바로 접근성과 이용자에게 밀착된 친밀한 서비스이다. 작은도서관의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은도서관 운영자의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공도서관으로서 작은도서관은 대상에 맞는 좋은 책을 선별해 안내해 주는 곳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작은 공간 안에 모든 책을 다 갖추고 있을 수 없기에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료를 찾을 안목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에 적절한 자료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많이 요구된다. 또한 책읽어주기, 작가와의 만남, 독서동아리, 책문화 예술 활동에 대한 기획력도 필요하다. 선진국에서 도서관은 민주시민을 키우는 핵심적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책 읽는 시민은 깨어있는 시민이다. 마을 공동체의 중심으로써 작은도서관은 주민이 스스로 모여 책을 함께 읽고, 지역문제에 관심과 참여를 하고 이슈를 만나는 곳이어야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마을공동체사업에서 작은도서관이 주목받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 작은도서관은 운영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작은도서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난제다.

#작은도서관이 나아갈 길

매년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은도서관 성적표가 부진한 것은 무늬만 도서관인 열악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시민의 문화수준, 기대수준이 높아진 만큼 등록기준을 높이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또, 등록기준에는 시설 뿐아니라 운영인력에 대한 내용을 넣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김주란 청주시립도서관 정책팀 주무관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작은도서관이라는 문화 영역, 우리는 그동안 민간영역에 공공서비스인 도서관서비스를 너무 많이 위임해 왔다. 민간영역이라도 역량 있는 작은도서관에 대해 과감히 투자하고, 공적영역으로 더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동네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청소년의 사랑방, 노인들의 평생학습 등 마을공동체의 중심으로 작은도서관을 지키고,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주무관은 "이는 세계의 유래 없는 사례가 될 것이며, 전국 곳곳에 도서관을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도서관 만의 장점을 높이고, 수준 높은 도서관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섬세하고, 입체적인 정책,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이민우 기자 minu@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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