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부산]맨발로 와서 쉬어 가는 도서관… 어느새 '마을'이 되었다
매체명 : 부산일보
보도일 : 2018.10.04
[조금 특별한 곳 맨발동무도서관] 맨발로 와서 쉬어 가는 도서관… 어느새 '마을'이 되었다
도서관 입구엔 크고 작은 신발이 즐비했다. 벗어 둔 신발들 옆에 내 신도 가지런히 두고 입장. 조용한 여느 도서관과 달리 마을 도서관엔 가벼운 흥분과 훈훈한 기운이 떠돌고 있었다. '이야기방'은 이름처럼 이야기가 충만한 곳. '커다란 책 만들기' 동아리 회원들이 나누는 이야기와 높은 웃음소리로 왁자하다. '만화방'을 지나 유아책 코너 뒤편엔 초등학교 3학년 친구 둘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수학 숙제 중이다.
"이건 너무 어려운데…." "너무 어려운 건 그냥 건너뛰자."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아이들이 말을 걸어온 기자에게 대뜸 도움을 청한다. "이거 풀 수 있어요?" 언뜻봐도 긴 문장으로 된 머리를 좀 써야 할 듯한 문제. 얼른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일 듯했다.
북구 화명동 대천천 인근에 위치
2005년 주민들 의기투합해 개관
'문턱 없는 커뮤니티 공간' 자리매김
이야기방·모심방·만화방 등서
어린이·청소년 자유롭게 시간 보내
"책과 사람이 만나는 진정한 도서관"
오후 4시쯤 되니 학교를 마친 중학생들이 하나, 둘 들어와 '모심방'에 자리를 잡았다. 동그란 테이블에 중학생 4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선재화(중3) 양은 "도서관에 오면 책을 읽기도 하고, 와이파이도 되니 하교하면 이틀에 한 번 정도 들른다"고 했다.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보러 온 맨발의 아기는 도서관 마룻바닥을 제집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맨발동무도서관'(부산 북구 화명2동)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문턱 없는 도서관. 맨발동무도서관은 어떻게 마을이 됐는지 '마을이 된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 봤다.
■마을 도서관, 고양이를 부탁해
문턱 없는 도서관은 때로 길고양이(길냥이)에게도 열려 있다. 한 달쯤 전. 한 초등학생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기 길냥이를 맨발동무도서관으로 데려온 적이 있다. 집 인근 박스 안에 버려져 있던 아기 고양이를 들여다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던 아이는 '마을의 사랑방' 도서관에 가면 누군가 도움을 줄 듯해 데리고 온 것이다.
얼떨결에 마을도서관에 오게 된 아기 고양이. 김부련 맨발동무도서관 관장은 '어린 생명을 함께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분유를 먹여 고양이를 키우던 마을 주민이 선뜻 나서 분유 먹이는 시범을 보였고, 어린이 청소년들은 '아기 길냥이를 입양할 가족을 찾는다'는 전단을 만들어 붙이며 고양이의 새 가족을 수소문했다. 마을 사람들은 어린 생명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머리를 맞댔다. 한동안 마을 주민들은 아기 고양이 안부 묻기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게 한 달이 채 못 된 9월 27일. 온마을의 관심과 사랑으로 건강을 되찾은 예쁜 아기 고양이는 마침내 새 가족을 찾았다. 김 관장은 "온 동네 아이들의 걱정거리였던 아기 고양이 문제는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 책임졌더니 해결됐다"며 "이 일련의 과정을 모두 함께한 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고양이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아이콘이 됐다. 아기 길냥이의 '해피 엔딩'은 도서관 인근 대천천 일대 길냥이들을 돌보고, 주변을 청소하던 마을 청소년과 주민들이 만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집 주변 길냥이들을 종종 돌보고 있는 김지성(중3) 양은 "도서관에서 아기 고양이를 돌보다 가족을 찾아준 과정이 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마을의 문턱 없는 커뮤니티 공간
맨발동무도서관은 2005년 7월 민간도서관으로 문을 열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함께 어린이 책 공부를 하던 마을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공간. 어린이도서관 맨발동무는 권태응 시인의 시 '맨발동무'에서 따왔다. '개울에서 놀다가 맨발로 찰방찰방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어린이도서관은 2011년 11월 사립공공도서관 맨발동무도서관으로 재개관했다.
13년 역사의 마을도서관은 그동안 '마을의 평상'에서 '쉼터이자 놀이터'로, '평생학습장'으로 끝없이 품을 넓혀 왔다. 김 관장은 "이제는 마을의 문턱 없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관계 맺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자 그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마음껏 해 볼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이기도 하다.
청소년 여행학교, 다먹세(다 같이 먹는 세상), 부자동(부산자유여행동아리), 마을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마을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 동아리' 등 도서관 청소년 동아리는 5개. 청소년들이 시험 기간에 모여 공부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까지 '맨발동무 야자타임'도 운영한다.
청년 독서 동아리 '맨발의 청춘'은 도서관 내 유일한 청년 커뮤니티다. 도서관 청년활동가 고은영 씨는 "한 달에 한 번 20, 30대 청년들이 모이는데 청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맨발동무도서관은 화명2동주민센터와 함께 마을 아카이브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천천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진 마을을 보내고, 새로운 마을을 맞는 의식인 셈이다. 드로잉으로 마을의 예전 모습을 담은 마을 드로잉 아카이브는 오는 13일 열리는 대천마을 축제에서 선을 보인다.
맨발동무도서관 탄생부터 세월을 함께해 온 김 관장은 "도서관이 10년 차 정도 될 때까지는 이런 도서관이었으면, 저런 도서관이 됐으면 바람도 많았는데 이제는 마을도서관으로서 역할을 더 충실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도서관의 원래 기능을 잘 정비해 '책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도서관 입구엔 크고 작은 신발이 즐비했다. 벗어 둔 신발들 옆에 내 신도 가지런히 두고 입장. 조용한 여느 도서관과 달리 마을 도서관엔 가벼운 흥분과 훈훈한 기운이 떠돌고 있었다. '이야기방'은 이름처럼 이야기가 충만한 곳. '커다란 책 만들기' 동아리 회원들이 나누는 이야기와 높은 웃음소리로 왁자하다. '만화방'을 지나 유아책 코너 뒤편엔 초등학교 3학년 친구 둘이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수학 숙제 중이다.
"이건 너무 어려운데…." "너무 어려운 건 그냥 건너뛰자."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아이들이 말을 걸어온 기자에게 대뜸 도움을 청한다. "이거 풀 수 있어요?" 언뜻봐도 긴 문장으로 된 머리를 좀 써야 할 듯한 문제. 얼른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일 듯했다.
북구 화명동 대천천 인근에 위치
2005년 주민들 의기투합해 개관
'문턱 없는 커뮤니티 공간' 자리매김
이야기방·모심방·만화방 등서
어린이·청소년 자유롭게 시간 보내
"책과 사람이 만나는 진정한 도서관"
오후 4시쯤 되니 학교를 마친 중학생들이 하나, 둘 들어와 '모심방'에 자리를 잡았다. 동그란 테이블에 중학생 4명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선재화(중3) 양은 "도서관에 오면 책을 읽기도 하고, 와이파이도 되니 하교하면 이틀에 한 번 정도 들른다"고 했다.
엄마와 함께 그림책을 보러 온 맨발의 아기는 도서관 마룻바닥을 제집처럼 기어 다니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맨발동무도서관'(부산 북구 화명2동)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문턱 없는 도서관. 맨발동무도서관은 어떻게 마을이 됐는지 '마을이 된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 봤다.
■마을 도서관, 고양이를 부탁해
문턱 없는 도서관은 때로 길고양이(길냥이)에게도 열려 있다. 한 달쯤 전. 한 초등학생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아기 길냥이를 맨발동무도서관으로 데려온 적이 있다. 집 인근 박스 안에 버려져 있던 아기 고양이를 들여다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던 아이는 '마을의 사랑방' 도서관에 가면 누군가 도움을 줄 듯해 데리고 온 것이다.
얼떨결에 마을도서관에 오게 된 아기 고양이. 김부련 맨발동무도서관 관장은 '어린 생명을 함께 책임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분유를 먹여 고양이를 키우던 마을 주민이 선뜻 나서 분유 먹이는 시범을 보였고, 어린이 청소년들은 '아기 길냥이를 입양할 가족을 찾는다'는 전단을 만들어 붙이며 고양이의 새 가족을 수소문했다. 마을 사람들은 어린 생명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머리를 맞댔다. 한동안 마을 주민들은 아기 고양이 안부 묻기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렇게 한 달이 채 못 된 9월 27일. 온마을의 관심과 사랑으로 건강을 되찾은 예쁜 아기 고양이는 마침내 새 가족을 찾았다. 김 관장은 "온 동네 아이들의 걱정거리였던 아기 고양이 문제는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함께 책임졌더니 해결됐다"며 "이 일련의 과정을 모두 함께한 건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고양이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아이콘이 됐다. 아기 길냥이의 '해피 엔딩'은 도서관 인근 대천천 일대 길냥이들을 돌보고, 주변을 청소하던 마을 청소년과 주민들이 만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집 주변 길냥이들을 종종 돌보고 있는 김지성(중3) 양은 "도서관에서 아기 고양이를 돌보다 가족을 찾아준 과정이 참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마을의 문턱 없는 커뮤니티 공간
맨발동무도서관은 2005년 7월 민간도서관으로 문을 열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함께 어린이 책 공부를 하던 마을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탄생한 공간. 어린이도서관 맨발동무는 권태응 시인의 시 '맨발동무'에서 따왔다. '개울에서 놀다가 맨발로 찰방찰방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어린이도서관은 2011년 11월 사립공공도서관 맨발동무도서관으로 재개관했다.
13년 역사의 마을도서관은 그동안 '마을의 평상'에서 '쉼터이자 놀이터'로, '평생학습장'으로 끝없이 품을 넓혀 왔다. 김 관장은 "이제는 마을의 문턱 없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관계 맺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곳'이자 그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마음껏 해 볼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이기도 하다.
청소년 여행학교, 다먹세(다 같이 먹는 세상), 부자동(부산자유여행동아리), 마을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마을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 동아리' 등 도서관 청소년 동아리는 5개. 청소년들이 시험 기간에 모여 공부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까지 '맨발동무 야자타임'도 운영한다.
청년 독서 동아리 '맨발의 청춘'은 도서관 내 유일한 청년 커뮤니티다. 도서관 청년활동가 고은영 씨는 "한 달에 한 번 20, 30대 청년들이 모이는데 청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도서관,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맨발동무도서관은 화명2동주민센터와 함께 마을 아카이브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천천 일대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진 마을을 보내고, 새로운 마을을 맞는 의식인 셈이다. 드로잉으로 마을의 예전 모습을 담은 마을 드로잉 아카이브는 오는 13일 열리는 대천마을 축제에서 선을 보인다.
맨발동무도서관 탄생부터 세월을 함께해 온 김 관장은 "도서관이 10년 차 정도 될 때까지는 이런 도서관이었으면, 저런 도서관이 됐으면 바람도 많았는데 이제는 마을도서관으로서 역할을 더 충실히 하려고 한다"고 했다. 도서관의 원래 기능을 잘 정비해 '책과 사람이 만나는 일'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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