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생활형 SOC 정책, 인력 고민해야"

매체명 : 내일신문 보도일 :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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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소희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생활형 SOC 정책, 인력 고민해야"

공립 작은도서관, 공익 배치에 그쳐 … "공공도서관 부족한 틈새 메워"

최근 정부는 생활형 SOC 정책의 하나로 2019년 공공·작은도서관 조성예산 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공공도서관은 리모델링을, 작은도서관은 시·군·구마다 1개관씩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에 도서관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내일신문 2018년 9월 10일 19면 참조>. 공공도서관이 아니라 작은도서관 건립 위주 정책인데다 새로 지을 작은도서관에 인력 확보 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264㎡ 이상, 장서 3000권 이상에 사서 배치 규정이 있는 공공도서관과 달리, 작은도서관은 33㎡ 이상, 장서 1000권 이상에 사서를 의무 배치하지 않아도 돼 부실하게 운영되는 곳이 상당수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1일 박소희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을 협회 사무실에서 만나 현장 작은도서관이 정부에 제안하는 보완책에 대해 듣고, 우리 사회에서 작은도서관의 역할과 의미를 짚었다.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는 전국 작은도서관의 운영지원, 교육, 컨설팅을 하며 새로운 책문화,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가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 정부가 생활형 SOC 정책의 하나로 작은도서관 조성 계획을 밝혔다.

잘 운영되는 작은도서관들은 마을만들기 사업, 주민참여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하며 주로 사립이다. 그런 작은도서관은 이미 생활형 SOC 역할을 해 오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공립 작은도서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건립만 하고 운영에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는다. 이런 전례가 있어 인력 계획이 없는 작은도서관 건립 계획은 우려된다.

지역 주민들이 작은도서관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활동했던 것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다. 2005~2006년에는 국가에서 작은도서관을 조성해 공립 작은도서관들을 많이 세웠고 2012년 작은도서관진흥법이 생기기에 이른다.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 해마다 300~500개관이 생겼다.

공립 작은도서관의 경우, 기존 새마을문고를 흡수하고 주민센터를 통합하면서 남은 공간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운영, 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없었다. 작은도서관은 지역 안에서 책을 읽으며 교류하고 의견을 나누는 곳인데 공익근무요원 등이 지키는 데 그치다 보니 활성화되지 못했다. 김해의 경우, 지자체가 인력과 운영비를 지원하는 사례다.

■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관 조성 예산에 대해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의 생활형 SOC 발표가 있은 후, 문체부와 작은도서관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했다. 다행히 문체부는 작은도서관 예산에 대해 건립을 포함해 리모델링에도 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주민에게 작은도서관이 하나의 모델로 잘 운영될 수 있으려면 최소 면적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주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면적은 30평 정도로 시설에 대해 몇 개의 안을 제시하고 지자체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시행될 것 같다. 꼭 이 사업이 아니더라도 향후 지자체가 작은도서관을 건립하거나 리모델링을 할 때에도 이 사업에서 제시되는 안을 참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체부와 회의를 할 때 운영 인력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자체가 작은도서관 조성 계획을 낼 때 향후 어떤 인력을 어떻게 배치해 운영할 것인지 인력에 대한 계획을 함께 내도록 해야 한다고 문체부에 건의했다.

■ 2017년 기준 공공도서관은 1042개관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작은도서관의 의미는 무엇인가.

작은도서관의 역사는 부산 양서협동조합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엄혹한 시절, 노동자들은 작은도서관에서 노동법을 읽었고 독서모임을 했다. 1990년대가 되면서 소위 386세대의 여성들이 지역에서 책읽기 활동, 여러 소모임 활동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지역에 공공도서관, 어린이도서관 건립 운동을 했다. 시민들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로 공공도서관을 누릴 수 있다. 어린이도서관인 기적의도서관 건립 초기에는 작은도서관 활동가들이 많은 역할을 했다. 마루에 온돌을 깐다든가 수유실을 만드는 등 공공도서관의 변화들은 작은도서관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작은도서관의 장점은 시민 누구나 책 읽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재미있게 자발성을 갖고 독서동아리들이 모이는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작은도서관을 경험한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공도서관을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작은도서관의 목표가 돼야 한다. 아직도 지역에는 여건에 따라 공공도서관이 부족한 곳이 많다.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부족한 틈새를 메우면서 도서관, 독서 습관, 책에 대한 인식을 밑바닥에서 해소해 줄 수 있다.

■ 앞으로 작은도서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지난해 협회 산하 작은도서관이아름답다 센터를 중심으로 작은도서관 특화 사업을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작은도서관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세대별, 주제별 특화를 하려고 한다.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축적된 만큼 질적 발전을 해야 하는 시기다. 공공도서관은 더디 변화하는데 비해 작은도서관은 상대적으로 사적인 공간이고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의 작은도서관은 좀 더 실험적,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토론 공간, 문화 공간, 강좌 공간이 있을 거고 그 중심에는 항상 책이라는 근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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