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인터뷰]“사회 변화시킬 저력 갖춘 도서관 돼야”
매체명 : 경남일보
보도일 : 2018.09.30
“사회 변화시킬 저력 갖춘 도서관 돼야”
- 조금주 서울 도곡정보문화도서관장
진주혁신도시 공공도서관 어떻게 지을것인가(6)
조금주(50) 서울 도곡정보문화도서관장은 일명 ‘도서관 오타쿠(한 분야에 깊게 심취한 사람이라는 일본어)’로 불린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앙도서관을 시작으로 사비를 털어 틈만나면 세계 도서관을 순례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다녀온 세계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업계에서는 유명인으로 통한다. 지난해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총 14개국 48개 도서관 이야기를 담은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나무연필)’을 출간하기도 했다.
조 관장으로부터 진주혁신도시 복합도서관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서면으로 진행된 일문일답.
-도서관 건립을 앞두고 운영에 대한 의견이 나뉜다. 운영방안에 대한 해법은.
▲한국의 공공도서관 운영에는 시, 교육청, 민간위탁 등 여러 사례들이 있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올바른 운영이라고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또한 누가 운영하는가 만큼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운영주체에 따라 평생교육중심의 도서관, 시 대표도서관으로서 기록관과 박물관을 겸한 도서관, 강연장과 전시 갤러리를 갖춘 문화센터로서의 성격이 강한 도서관으로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운영주체가 어느 곳이든 적절한 예산과 제대로 된 인력지원이 없는 한 바람직한 도서관 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 도서관들은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보는 기능이 아닌 주민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서관이 되기 위한 방안은.
▲ 최근 개관했거나 건립을 기획중인 세계의 공공도서관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8년 12월 개관 예정인 핀란드의 헬싱키중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소셜 허브를 지향한다. 도서관 전체 공간 2만6200㎡의 약 45%(1만2000㎡)는 도서관의 본래 기능을 하고, 약 31%(8000㎡)는 지역주민들의 모임의 공간, 약 19%(5000㎡)는 상업부지로 계획되어 있다. 2015년 개관한 일본 기후 시의 민나노모리 미디어 코스모스는 전체 1만5300㎡ 규모 중 ‘지식의 거점’인 도서관 규모가 61.4%(9400㎡)이고, 갤러리와 전시실, 200석 규모의 다목적 홀로 구성된 ‘문화의 거점’이 27.5%(4200㎡), 시민활동 교류 센터인 ‘만남의 거점’이 11.1%(1700㎡)를 차지하고 있다. 역시 2015년 5월 개관한 덴마크 오르후스 시 중앙도서관인 Dokk1은 주민 센터와 상업시설을 포함한 복합건물로 총 면적은 6만㎡ 규모인데, 그중에서 도서관으로 사용되는 면적은 1만7500㎡이다.
위의 사례들처럼 최근 공공도서관들의 복합문화공간화는 세계적 트랜드다. 그런데 한국의 공공도서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서로서 최근 한국의 공공도서관들이 복합문화 기능을 소리높이 외치면서 오히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짚고 싶다. 위 복합문화공간 사례로 든 인구 약 41만명인 일본 기후시의 대표도서관인 미디어 코스모스는 90만권 소장을 목표로 하고 30만권에서 시작했다. 인구 26만5000명의 덴마크 오르후스 시의 대표도서관인 Dokk1은 소장 자료 35만점으로 개관했다. 중국의 상하이시에서는 상하이 동분관 건립을 예정중인데, 1만1612㎡ 규모로 장서중심의 개방형 서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올해 지역 대표도서관으로 문을 연 충남도립도서관은 1만2172㎡ 규모에 8만권, 경남대표도서관은 7869㎡ 규모로 5만권, 울산도서관은 1만5176㎡규모에 14만6000권 장서로 시작했다. 복합문화 기능에 앞서 도서관은 기본 장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소장 장서수는 많지 않은데 한국의 공공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행사의 가짓수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마다 책이음, 책나래, 책바다, 스마트도서관, 야간연장, 상호대차서비스를 제공한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휴먼라이브러리, 영국의 북스타트, 미국의 한도서관한책읽기, 한국의 독창적 프로그램인 길위의인문학, 그리고 도서관 상주작가도 있다. 여기에 메이커스페이스가 새로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상시적으로 작가강연과 전시회 등 많은 문화 활동들이 펼쳐지고, 북클럽 활동지원과 자원봉사자 교육도 있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제공한다. 9월과 10월에는 독서의 달 행사와 북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 주관으로 주말 야외에서 벌어지는 지역의 북페스티벌 행사를 위해 직원들이 동원돼야하기 때문에 도서관을 지킬 직원이 없어 도서관 문을 닫는 곳도 있다. 모두 시민들을 위한 훌륭한 서비스고 독서권장 활동이다. 문제는 외국 공공도서관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 모든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공공도서관 1관당 정규 사서 직원 수는 평균 4.3명에 불과하다. 사서는 하루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이용자를 상대하는 감정노동자다. 외국에서는 운영인력이 많은 지역의 대표도서관급 정도나 돼야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한국은 인력상황이 열악한 중급규모, 작은도서관들도 긴 운영시간을 갖는다. 주말과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가혹하게 적은 인력으로 지나치게 많은 서비스와 행사들을 제공한다. 사서들의 노력과 희생을 갈아서 공공도서관은 근근이 운영되고 있는 형편이다.
복합문화 기능 중시로 인해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도서관 평가에서는 문화프로그램 가짓수와 독서동아리 확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의 하나이다. 또한 재정적인 지원도 이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식 정보 제공 기능에 따라 해당 도서관에서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유료 데이터베이스 구독에 해마다 얼마나 예산을 투입하는지,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정기간행물의 구독 종류는 얼마나 되는 지에는 그다지 관심 없다. 실제로 공공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와 정기간행물 구독 실태를 조사해보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다양한 문화 활동보다 기본적인 서비스에 충실해야 한다. 바람직한 도서관 운영을 위해서 문화사업이 아니라 장서보충과 인력지원이 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도서관 건립시 중요한 요소는.
▲ 도서관 건립에서 많은 분들이 독창적이고 세련된 건물의 외관 디자인을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도서관 안에서 생활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서의 의견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실제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중국의 심천도서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전면 통유리의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다. 건물 밖에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열대성 몬순기후로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도서관 열람실 안에서 강렬한 햇빛을 피하기 위해 파라솔 설치로도 모자라서 이용자들이 양산을 쓰고 공부하는 웃지 못 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천도서관처럼 한국에도 통유리 도서관 건물이 제법된다. 최소한 30~40년은 사용할 건물의 냉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전력량과 그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건축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보다 실제 그 도서관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사람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보존서고에서 자료실로, 혹은 사무실에서 자료실로 도서의 이동을 신속하게 하고, 사서의 작업 동선을 최소화하고, 자료가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또한 이용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린이실의 사서데스크는 열람실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 이용자들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해야 하고, 엘리베이터 공간이 크거나 수가 많지 않다면 장애인 열람실은 1층에 위치해야 한다. 건축가나 실내 디자이너의 시각이 아니라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보내야 하는 사서의 편리성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로 그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한국은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출산율은 1.0명 아래로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 있고, 모든 공공도서관에는 대개 어린이실을 갖추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로 변화한 한국의 현실에 맞추어 어르신전용도서관은 어렵더라도 어르신을 고려한 공간과 가구들, 서비스에 보다 관심을 두어야 한다. 최근 건립되는 도서관들 중에 바닥부터 천정까지 서가를 세우고 책으로 채우는 곳들이 있다. 올려다보는 순간 서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20만권의 장서를 갖춰놓고 실제로 6만권밖에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면, 이런 곳은 소셜미디어에 올릴 일회성 셀피 촬영 세트장으로 기능할 뿐 이용자에게 장시간 머물게 하면서 독서를 권장하는 일상 생활공간은 아니다. 공공도서관의 장서는 보관이나 장식이 아니라 이용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진주혁신도시 복합도서관은 2022년 개관이 목표라고 들었다. 현재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의 과학 기술발달로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도서관 환경도 바뀌어 간다. 2018년 현재, 온라인에서 가상현실로 도서관 공간을 체험하고, 서가에는 증강현실 체험 도서들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외국의 공공도서관에는 이미 도서분류자동기기(Booksorting Machine)가 RFID를 스캔하고 주제나 실별로 자료를 구분한다. 자율 주행이 가능한 장서점검 로봇(Book Inventory Robot)과 장서반납 로봇(Bookdrop Robot)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백만 권 소장 가능한 자동화시스템(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은 이용자가 신청한 도서를 수 분내에 이용자 손에 들려준다. 사람의 노동력이 아니라 로봇과 기기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기술발달의 속도를 감안하면 2022년의 도서관의 환경은 현재와는 또 많이 달라진다. 현재의 유행과 서비스 기준으로 도서관의 구조와 공간, 가구와 인테리어를 제한하시면 안된다.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공공 도서관이 가지는 지역사회에서 역할은.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했다는 빌 게이츠의 말이다. 이 말의 영어 원문을 찾으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찾지 못했다. 하지만 빌게이츠가 알려진 문구 그대로 말했더라도, 여기에서 작은 도서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도서관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면 건물 규모가 작고 장서수도 작은 도서관을 생각한다. 도서관법 시행령에서는 작은도서관의 시설과 자료기준에 대해 ‘건물면적 33㎡(약 10평 이상), 열람석 6석 이상, 도서관 자료 1000권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작은 도서관(Small Library)이라 함은 봉사인구수 기준으로, 즉 지역의 거주민 수가 2만5000명 이하를 말한다. 일례로, 콜로라도주의 파인리버라이브러리(Pine River Library)는 봉사인구수(지역주민수)는 약 9000명인데, 장서는 4만권이고 도서관 직원은 16명이다. 이 도서관의 2017년 예산이 약 96만6000 달러로 우리 돈으로 10억 원을 상회하고, 건물면적 1115㎡의 규모에 더해 1579㎡의 야외정원을 갖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의 마을 공공도서관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로 수많은 외국어 강좌의 수강이 가능하다. 또한 린다닷컴을 통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어도비포토샵, 영상물편집하는 파이널 컷프로, 음악 제작하는 로직프로,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Maya,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일러스트레이터,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와콤(Wacom) 등의 소프트웨어를 모두 온라인에서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뛰어난 영재를 키우기가 어렵다. 왕따 문제 등으로 학교생활부적응자도 있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학교생활부적응자나 영재를 위한 홈스쿨링 교제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연령을 초월하고 재정적인 문제, 지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자료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연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서울 강남에 사는 아이와 경상도 아이에게도 똑같은 지식과 정보의 접근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아이들에게도 1만권 내외의 작은도서관이 아니라 100만권의 장서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균등한 기회와 모든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고액의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외국어 강좌를 통해 교육받고,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최신의 정보들을 접하게 하고, 공공도서관의 고가의 기기들과 소프트웨어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고,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민주적이며 평등한 기관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봉사하는 복지기관이기도 하다. 이제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에서 새로운 최신기술을 익히고, 어학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며, 같은 관심과 취미를 갖는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한다. 저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이라는 책을 써서 출간한 바 있다.,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저력 역시 공공도서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맞는 특화도서관이 되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진주시의 지역적 특성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지역에 맞는 특화된 도서관에 대한 조언을 드리기 어렵지만 공공도서관에서 가능한 특화 서비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교 공부와 학원시간에 쫓겨 도서관을 오기도 힘들고 순수하게 책을 읽는 목적보다 시험공부를 위해 찾아온다.
유럽과 미국의 공공도서관에도 청소년들의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때문에 요즈음 유럽과 미국의 공공도서관에서는 청소년 전용공간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은 싱크대가 딸린 부엌공간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무대 공간에서 자신이 창작한 시를 발표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친구들과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녹음한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목공예 작품을 다듬고, 3D 디자인과 프린팅을 하도록 한다. 도서관에서 청소년 전용 공간을 제공하면서 작가, 배우, 댄서, 뮤지션, 영화제작자, 유투버, 화가, 게이머, 예술가, 창작자의 꿈을 꾸게 합니다. 이러한 시도들도 인해 청소년들의 도서관 이용이 많이 증가했다.
앞서 홈스쿨링 자료에 대해 언급했는데, 도서관 자료라고 하면 인쇄자료만 생각한다. 이제 공공도서관에도 오디오북과 같은 듣는 책도 구비를 하고, 영화 DVD도 음악 CD도 갖추고,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데이터베이스도 구독해야 한다. 뉴욕시에 시블도서관(SIBL, Science, Industry and Business Library)이라고 있다. 과학, 산업, 그리고 경제 주제 전문도서관으로, 과학과 경제 분야의 150만 권의 장서만이 아니라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블도서관 방문에서 깜짝 놀랐던 점은, ‘금융시장의 지배자’로 불리는 블룸버그 단말기를 그것도 세 대나 발견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단말기는 주로 증권거래소나 트레이딩펌의 중개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채권 및 원자재 등의 시세와 가격 등 각종 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단말기의 사용료는 1대당 월간 2000달러, 1년 기준으로 2만4000달러(약 2700만원)다. 파생상품 정보 등 옵셥에 따라 다른데 한국 금융권에선 평균 3500만원 내외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트레이더와 투자자 등 소수의 사람들만 접근 가능한 고가의 기기에 미국의 공공도서관에서는 노숙자도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들이 최신정보와 깊이 있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공공도서관에 사서 예약 서비스라고 있다. 이용자가 사전에 이메일로 사서에게 문의를 하고 약속 날짜를 잡는다. 질문을 하고 약속을 잡고 면대면 상담한다. 적어도 수일이나 일주일 정도의 시간동안 사서는 그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하고, 전문가를 찾고,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소장처를 확인하고 상호대차 주문을 하고, 마침내 이용자와 면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논문을 쓰는 법, 필요한 자료를 찾는 법, 사업을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 매력적인 이력서 작성법 등이 사서가 제공하는 전문서비스다.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공간, 최신의 지식과 정보제공, 경험 많고 노련한 전문가의 어드바이스 제공 등으로 지역의 시민들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해외 공공도서관 가운데 국내에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한 곳을 추천한다면, 싱가포르의 공공도서관 사례다. 템피니스 공공도서관(Tampines Regional Library)은 2017년 8월에 템피니스 허브로 불리는 복합건물 내에 총 5개 층 건물의 1만6722㎡규모로 개관했다. 40만권의 장서와 347종의 잡지, 1만6800점의 시청각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은 마치 축구경기장을 품에 안은 모양새다.
복합건물 내에는 도서관과 축구장외에도 수영장, 커뮤니티 센터, 푸드코트, 대형슈퍼마켓 등이 들어서 있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공공도서관인 부킷 메라 공공도서관(Bukit Merah Public Library)은 종합위락시설인 비보 시티(Vivo City)로 내년에 이전하여 재개관을 준비 중이고, 이슌 공공도서관(Yishun Public Library) 역시 북부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노쓰포인트 시티(Northpoint City) 내로 이전할 계획이다. 대형으로 도서관 규모를 확장하면서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상업시설로 이주를 추진하는 싱카포르의 도서관 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움직임이야말로 도서관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개인의 일상생활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스포츠를 좋아하는 청년,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직장인, 최신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창작하고 싶은 청소년, 요리를 배우고 싶은 여성과 같이 책에 관심이 없고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들 모두에게 지속적인 독서를 장려하고 만족할만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역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이익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사회변화에 대응 가능하게 하려는 슈퍼 라이브러리로의 변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박성민 기자
- 조금주 서울 도곡정보문화도서관장
진주혁신도시 공공도서관 어떻게 지을것인가(6)
조금주(50) 서울 도곡정보문화도서관장은 일명 ‘도서관 오타쿠(한 분야에 깊게 심취한 사람이라는 일본어)’로 불린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중앙도서관을 시작으로 사비를 털어 틈만나면 세계 도서관을 순례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다녀온 세계 도서관을 소개하면서 업계에서는 유명인으로 통한다. 지난해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총 14개국 48개 도서관 이야기를 담은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나무연필)’을 출간하기도 했다.
조 관장으로부터 진주혁신도시 복합도서관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서면으로 진행된 일문일답.
-도서관 건립을 앞두고 운영에 대한 의견이 나뉜다. 운영방안에 대한 해법은.
▲한국의 공공도서관 운영에는 시, 교육청, 민간위탁 등 여러 사례들이 있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올바른 운영이라고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또한 누가 운영하는가 만큼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문제 또한 중요하다. 운영주체에 따라 평생교육중심의 도서관, 시 대표도서관으로서 기록관과 박물관을 겸한 도서관, 강연장과 전시 갤러리를 갖춘 문화센터로서의 성격이 강한 도서관으로 운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운영주체가 어느 곳이든 적절한 예산과 제대로 된 인력지원이 없는 한 바람직한 도서관 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세계 도서관들은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보는 기능이 아닌 주민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서관이 되기 위한 방안은.
▲ 최근 개관했거나 건립을 기획중인 세계의 공공도서관들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8년 12월 개관 예정인 핀란드의 헬싱키중앙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소셜 허브를 지향한다. 도서관 전체 공간 2만6200㎡의 약 45%(1만2000㎡)는 도서관의 본래 기능을 하고, 약 31%(8000㎡)는 지역주민들의 모임의 공간, 약 19%(5000㎡)는 상업부지로 계획되어 있다. 2015년 개관한 일본 기후 시의 민나노모리 미디어 코스모스는 전체 1만5300㎡ 규모 중 ‘지식의 거점’인 도서관 규모가 61.4%(9400㎡)이고, 갤러리와 전시실, 200석 규모의 다목적 홀로 구성된 ‘문화의 거점’이 27.5%(4200㎡), 시민활동 교류 센터인 ‘만남의 거점’이 11.1%(1700㎡)를 차지하고 있다. 역시 2015년 5월 개관한 덴마크 오르후스 시 중앙도서관인 Dokk1은 주민 센터와 상업시설을 포함한 복합건물로 총 면적은 6만㎡ 규모인데, 그중에서 도서관으로 사용되는 면적은 1만7500㎡이다.
위의 사례들처럼 최근 공공도서관들의 복합문화공간화는 세계적 트랜드다. 그런데 한국의 공공도서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서로서 최근 한국의 공공도서관들이 복합문화 기능을 소리높이 외치면서 오히려 도서관의 기본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짚고 싶다. 위 복합문화공간 사례로 든 인구 약 41만명인 일본 기후시의 대표도서관인 미디어 코스모스는 90만권 소장을 목표로 하고 30만권에서 시작했다. 인구 26만5000명의 덴마크 오르후스 시의 대표도서관인 Dokk1은 소장 자료 35만점으로 개관했다. 중국의 상하이시에서는 상하이 동분관 건립을 예정중인데, 1만1612㎡ 규모로 장서중심의 개방형 서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올해 지역 대표도서관으로 문을 연 충남도립도서관은 1만2172㎡ 규모에 8만권, 경남대표도서관은 7869㎡ 규모로 5만권, 울산도서관은 1만5176㎡규모에 14만6000권 장서로 시작했다. 복합문화 기능에 앞서 도서관은 기본 장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소장 장서수는 많지 않은데 한국의 공공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행사의 가짓수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의 공공도서관마다 책이음, 책나래, 책바다, 스마트도서관, 야간연장, 상호대차서비스를 제공한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휴먼라이브러리, 영국의 북스타트, 미국의 한도서관한책읽기, 한국의 독창적 프로그램인 길위의인문학, 그리고 도서관 상주작가도 있다. 여기에 메이커스페이스가 새로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상시적으로 작가강연과 전시회 등 많은 문화 활동들이 펼쳐지고, 북클럽 활동지원과 자원봉사자 교육도 있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제공한다. 9월과 10월에는 독서의 달 행사와 북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 주관으로 주말 야외에서 벌어지는 지역의 북페스티벌 행사를 위해 직원들이 동원돼야하기 때문에 도서관을 지킬 직원이 없어 도서관 문을 닫는 곳도 있다. 모두 시민들을 위한 훌륭한 서비스고 독서권장 활동이다. 문제는 외국 공공도서관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 모든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공공도서관 1관당 정규 사서 직원 수는 평균 4.3명에 불과하다. 사서는 하루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이용자를 상대하는 감정노동자다. 외국에서는 운영인력이 많은 지역의 대표도서관급 정도나 돼야 오전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운영한다. 한국은 인력상황이 열악한 중급규모, 작은도서관들도 긴 운영시간을 갖는다. 주말과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가혹하게 적은 인력으로 지나치게 많은 서비스와 행사들을 제공한다. 사서들의 노력과 희생을 갈아서 공공도서관은 근근이 운영되고 있는 형편이다.
복합문화 기능 중시로 인해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도서관 평가에서는 문화프로그램 가짓수와 독서동아리 확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의 하나이다. 또한 재정적인 지원도 이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식 정보 제공 기능에 따라 해당 도서관에서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유료 데이터베이스 구독에 해마다 얼마나 예산을 투입하는지,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정기간행물의 구독 종류는 얼마나 되는 지에는 그다지 관심 없다. 실제로 공공도서관의 데이터베이스와 정기간행물 구독 실태를 조사해보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다양한 문화 활동보다 기본적인 서비스에 충실해야 한다. 바람직한 도서관 운영을 위해서 문화사업이 아니라 장서보충과 인력지원이 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도서관 건립시 중요한 요소는.
▲ 도서관 건립에서 많은 분들이 독창적이고 세련된 건물의 외관 디자인을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도서관 안에서 생활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서의 의견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실제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중국의 심천도서관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전면 통유리의 독특한 외관을 갖고 있다. 건물 밖에서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열대성 몬순기후로 낮기온이 30도를 웃도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도서관 열람실 안에서 강렬한 햇빛을 피하기 위해 파라솔 설치로도 모자라서 이용자들이 양산을 쓰고 공부하는 웃지 못 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천도서관처럼 한국에도 통유리 도서관 건물이 제법된다. 최소한 30~40년은 사용할 건물의 냉난방을 위해 소요되는 전력량과 그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건축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보다 실제 그 도서관을 사용하고 그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사람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보존서고에서 자료실로, 혹은 사무실에서 자료실로 도서의 이동을 신속하게 하고, 사서의 작업 동선을 최소화하고, 자료가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또한 이용자들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린이실의 사서데스크는 열람실 전체를 바라볼 수 있어 이용자들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해야 하고, 엘리베이터 공간이 크거나 수가 많지 않다면 장애인 열람실은 1층에 위치해야 한다. 건축가나 실내 디자이너의 시각이 아니라 일주일에 40시간 이상을 보내야 하는 사서의 편리성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로 그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디자인해야 한다.
한국은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출산율은 1.0명 아래로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어린이전용도서관이 있고, 모든 공공도서관에는 대개 어린이실을 갖추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로 변화한 한국의 현실에 맞추어 어르신전용도서관은 어렵더라도 어르신을 고려한 공간과 가구들, 서비스에 보다 관심을 두어야 한다. 최근 건립되는 도서관들 중에 바닥부터 천정까지 서가를 세우고 책으로 채우는 곳들이 있다. 올려다보는 순간 서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20만권의 장서를 갖춰놓고 실제로 6만권밖에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다면, 이런 곳은 소셜미디어에 올릴 일회성 셀피 촬영 세트장으로 기능할 뿐 이용자에게 장시간 머물게 하면서 독서를 권장하는 일상 생활공간은 아니다. 공공도서관의 장서는 보관이나 장식이 아니라 이용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진주혁신도시 복합도서관은 2022년 개관이 목표라고 들었다. 현재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의 과학 기술발달로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도서관 환경도 바뀌어 간다. 2018년 현재, 온라인에서 가상현실로 도서관 공간을 체험하고, 서가에는 증강현실 체험 도서들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외국의 공공도서관에는 이미 도서분류자동기기(Booksorting Machine)가 RFID를 스캔하고 주제나 실별로 자료를 구분한다. 자율 주행이 가능한 장서점검 로봇(Book Inventory Robot)과 장서반납 로봇(Bookdrop Robot)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백만 권 소장 가능한 자동화시스템(Automated Storage and Retrieval System)은 이용자가 신청한 도서를 수 분내에 이용자 손에 들려준다. 사람의 노동력이 아니라 로봇과 기기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기술발달의 속도를 감안하면 2022년의 도서관의 환경은 현재와는 또 많이 달라진다. 현재의 유행과 서비스 기준으로 도서관의 구조와 공간, 가구와 인테리어를 제한하시면 안된다.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공공 도서관이 가지는 지역사회에서 역할은.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했다는 빌 게이츠의 말이다. 이 말의 영어 원문을 찾으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찾지 못했다. 하지만 빌게이츠가 알려진 문구 그대로 말했더라도, 여기에서 작은 도서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작은도서관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작은도서관이라고 하면 건물 규모가 작고 장서수도 작은 도서관을 생각한다. 도서관법 시행령에서는 작은도서관의 시설과 자료기준에 대해 ‘건물면적 33㎡(약 10평 이상), 열람석 6석 이상, 도서관 자료 1000권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작은 도서관(Small Library)이라 함은 봉사인구수 기준으로, 즉 지역의 거주민 수가 2만5000명 이하를 말한다. 일례로, 콜로라도주의 파인리버라이브러리(Pine River Library)는 봉사인구수(지역주민수)는 약 9000명인데, 장서는 4만권이고 도서관 직원은 16명이다. 이 도서관의 2017년 예산이 약 96만6000 달러로 우리 돈으로 10억 원을 상회하고, 건물면적 1115㎡의 규모에 더해 1579㎡의 야외정원을 갖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의 마을 공공도서관에서는 무료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로 수많은 외국어 강좌의 수강이 가능하다. 또한 린다닷컴을 통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배울 수 있다. 어도비포토샵, 영상물편집하는 파이널 컷프로, 음악 제작하는 로직프로, 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 Maya, 그래픽 소프트웨어인 일러스트레이터,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와콤(Wacom) 등의 소프트웨어를 모두 온라인에서 스스로 학습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뛰어난 영재를 키우기가 어렵다. 왕따 문제 등으로 학교생활부적응자도 있다.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학교생활부적응자나 영재를 위한 홈스쿨링 교제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연령을 초월하고 재정적인 문제, 지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자료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연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서울 강남에 사는 아이와 경상도 아이에게도 똑같은 지식과 정보의 접근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아이들에게도 1만권 내외의 작은도서관이 아니라 100만권의 장서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균등한 기회와 모든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고액의 학원이나 개인과외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공도서관의 외국어 강좌를 통해 교육받고,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최신의 정보들을 접하게 하고, 공공도서관의 고가의 기기들과 소프트웨어에 접근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은 모두에게 열려있고,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민주적이며 평등한 기관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봉사하는 복지기관이기도 하다. 이제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에서 새로운 최신기술을 익히고, 어학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며, 같은 관심과 취미를 갖는 사람들을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한다. 저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도서관’이라는 책을 써서 출간한 바 있다.,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저력 역시 공공도서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에 맞는 특화도서관이 되기 위한 노력이 있다면.
▲진주시의 지역적 특성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지역에 맞는 특화된 도서관에 대한 조언을 드리기 어렵지만 공공도서관에서 가능한 특화 서비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교 공부와 학원시간에 쫓겨 도서관을 오기도 힘들고 순수하게 책을 읽는 목적보다 시험공부를 위해 찾아온다.
유럽과 미국의 공공도서관에도 청소년들의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때문에 요즈음 유럽과 미국의 공공도서관에서는 청소년 전용공간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은 싱크대가 딸린 부엌공간에서 친구들과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무대 공간에서 자신이 창작한 시를 발표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도 한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편집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친구들과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자신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녹음한다.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목공예 작품을 다듬고, 3D 디자인과 프린팅을 하도록 한다. 도서관에서 청소년 전용 공간을 제공하면서 작가, 배우, 댄서, 뮤지션, 영화제작자, 유투버, 화가, 게이머, 예술가, 창작자의 꿈을 꾸게 합니다. 이러한 시도들도 인해 청소년들의 도서관 이용이 많이 증가했다.
앞서 홈스쿨링 자료에 대해 언급했는데, 도서관 자료라고 하면 인쇄자료만 생각한다. 이제 공공도서관에도 오디오북과 같은 듣는 책도 구비를 하고, 영화 DVD도 음악 CD도 갖추고,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데이터베이스도 구독해야 한다. 뉴욕시에 시블도서관(SIBL, Science, Industry and Business Library)이라고 있다. 과학, 산업, 그리고 경제 주제 전문도서관으로, 과학과 경제 분야의 150만 권의 장서만이 아니라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블도서관 방문에서 깜짝 놀랐던 점은, ‘금융시장의 지배자’로 불리는 블룸버그 단말기를 그것도 세 대나 발견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단말기는 주로 증권거래소나 트레이딩펌의 중개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채권 및 원자재 등의 시세와 가격 등 각종 거래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단말기의 사용료는 1대당 월간 2000달러, 1년 기준으로 2만4000달러(약 2700만원)다. 파생상품 정보 등 옵셥에 따라 다른데 한국 금융권에선 평균 3500만원 내외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트레이더와 투자자 등 소수의 사람들만 접근 가능한 고가의 기기에 미국의 공공도서관에서는 노숙자도 접근이 가능한 것이다.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들이 최신정보와 깊이 있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의 공공도서관에 사서 예약 서비스라고 있다. 이용자가 사전에 이메일로 사서에게 문의를 하고 약속 날짜를 잡는다. 질문을 하고 약속을 잡고 면대면 상담한다. 적어도 수일이나 일주일 정도의 시간동안 사서는 그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하고, 전문가를 찾고, 관련 정보를 검색하고 소장처를 확인하고 상호대차 주문을 하고, 마침내 이용자와 면대면 상담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논문을 쓰는 법, 필요한 자료를 찾는 법, 사업을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 매력적인 이력서 작성법 등이 사서가 제공하는 전문서비스다.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공간, 최신의 지식과 정보제공, 경험 많고 노련한 전문가의 어드바이스 제공 등으로 지역의 시민들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
-해외 공공도서관 가운데 국내에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가 있다면.
▲한 곳을 추천한다면, 싱가포르의 공공도서관 사례다. 템피니스 공공도서관(Tampines Regional Library)은 2017년 8월에 템피니스 허브로 불리는 복합건물 내에 총 5개 층 건물의 1만6722㎡규모로 개관했다. 40만권의 장서와 347종의 잡지, 1만6800점의 시청각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은 마치 축구경기장을 품에 안은 모양새다.
복합건물 내에는 도서관과 축구장외에도 수영장, 커뮤니티 센터, 푸드코트, 대형슈퍼마켓 등이 들어서 있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공공도서관인 부킷 메라 공공도서관(Bukit Merah Public Library)은 종합위락시설인 비보 시티(Vivo City)로 내년에 이전하여 재개관을 준비 중이고, 이슌 공공도서관(Yishun Public Library) 역시 북부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노쓰포인트 시티(Northpoint City) 내로 이전할 계획이다. 대형으로 도서관 규모를 확장하면서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상업시설로 이주를 추진하는 싱카포르의 도서관 정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이러한 움직임이야말로 도서관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개인의 일상생활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스포츠를 좋아하는 청년,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고 싶은 직장인, 최신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창작하고 싶은 청소년, 요리를 배우고 싶은 여성과 같이 책에 관심이 없고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들 모두에게 지속적인 독서를 장려하고 만족할만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지역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이익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사회변화에 대응 가능하게 하려는 슈퍼 라이브러리로의 변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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