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진주혁신도시 공공도서관 어떻게 지을것인가(3)

매체명 : 경남일보 보도일 : 2018.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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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8359
한쪽 벽에 있는 청소년 고민상담 게시판에는 고민 편지와 도서관 사서들이 일일이 적은 답장이 걸려 있다. 연애, 진로, 외모 등 다양한 고민이 쏟아진다. 개관 이후 3년간 상담편지는 1000통에 달한다. 게시판이 재미있어 찾는 이가 있을 정도다.

요시나리 관장은 “편지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것 또한 이용자들과 소통 방식이다”며 “도서관은 책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의 생각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전했다.

◇도서관, 소통 공간이 되다

진주혁신도시 공공도서관 어떻게 지을것인가(3)

머물고 싶고 즐기고 싶은 곳, 바로 도서관입니다

◇말해도 되는 도서관 탄생

도서관 개관 3일전, 이를 닦던 요시나리 노부오(吉成 信夫)도서관장의 머리가 번뜩였다.

‘아이들의 소리는 미래의 소리다.’ 몇날 며칠을 고민해 온 문제가 그제서야 풀렸다.

일본 기후현(岐阜縣) 현청 소재지 기후시(岐阜市)의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민나노모리(みんなの森, 모두의 숲) 기후 미디어 코스모스’ 2층에는 기후시립 중앙도서관이 위치해 있다.

2015년 7월 문을 연 중앙도서관은 ‘체류형 도서관’이라는 운영방침이 도입됐다. 요시나리 관장은 새 도서관이 ‘머물고 싶고 즐기고 싶은 곳’이 되길 원했다. 이를 위해서 ‘도서관에 오지 않는 사람을 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하던 차였다.

어린이와 젊은층을 많이 오게 하려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말해도 되는 도서관’은 그렇게 탄생했다. 일본에서 첫 시도다. 걱정도 많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도서관 역시 ‘조용한 장소’라는 의식이 강하다. 특히 남에게 피해을 끼치지 않으려는 메이와쿠(迷惑)의식이 강한 일본에서 쉽지 않은 시도였다.


억제된 공간이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자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어린 자녀와 부모, 청소년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위한 코너도 마련돼 있다.
도서관은 이용자를 설득하기 위해 ‘아이들의 소리는 미래의 소리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요시나리 관장은 “처음에는 이 방식에 부정적인 이용자도 있었다. 우리 콘셉트를 설명하자 이해하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음대로 떠들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들이 큰 소리를 내거나 남에게 크게 방해되는 행동은 주의시켜 줄 것을 부모에게 안내하고 있다.

◇머물고 싶고 즐기고 싶은 공간으로

기후시립 중앙도서관은 벽이 없다. 버섯머리 모양의 11개 글로브(Globe)가 각자 테마를 갖추고 있다. 유아 코너는 낮은 책장이 곡선으로 배치돼 있다.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다. 아이들 말소리가 살짝 울려 퍼지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책을 운반할 수 있는 강아지 카트(인기가 있자 고양이 카트도 만들었다)는 인기 아이템이다.

옆에 위치한 초등학생 코너는 2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집모양이 인기다. 이곳에서 책을 읽는 어린이가 많아 최대 30분 시간제한을 둘 정도다. 도서관 편지함에는 어린이들의 다양한 의견이 접수된다. 게시판에는 요시나리 관장이 직접 쓴 답장이 붙어 있다. 책장 사이마다 사서들이 직접 만든 테마코너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관광안내소, 우체국, 극장 등 모형이 놓여 있다.

그 너머 글로브는 중고교생을 위한 청소년 공간이다. 문학소설이 있을 법한 자리에 라이트노벨(Light Novel;연애, 환타지 등의 내용으로 애니메이션 그림이 삽입된 읽기 쉬운 소설)이 자리잡고 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학생들에게 라이트노벨을 통해서라도 책에 관심을 갖게 만들자는 취지다.

한쪽 벽에 있는 청소년 고민상담 게시판에는 고민 편지와 도서관 사서들이 일일이 적은 답장이 걸려 있다. 연애, 진로, 외모 등 다양한 고민이 쏟아진다. 개관 이후 3년간 상담편지는 1000통에 달한다. 게시판이 재미있어 찾는 이가 있을 정도다.

요시나리 관장은 “편지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이것 또한 이용자들과 소통 방식이다”며 “도서관은 책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의 생각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 전했다.

◇도서관, 소통 공간이 되다

기후 중앙도서관의 체류형 컨셉은 적중했다. 연간 이용자는 120만명에 이른다. 기후시 인구(40만명)의 3배다. 예전 도서관은 연간 15만명에 그쳤다. 이용자 연령 변화도 찾아왔다. 기존 도서관은 40~50대가 주 이용자였다면, 지금은 어린이, 청소년, 20~30대가 주 이용자다. 도서관은 활력이 생겼고 소통이 오가는 공간이 됐다.

기존 도서관은 외곽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설은 노후됐다. 높은 계단은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들을 반기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찾는 사람만 찾는 도서관이었다.

중앙도서관은 ‘도서관=따분한 곳’이라는 공식을 깨뜨렸다. 벽이 없는 공간을 영유아부터 노인까지 공유한다. 곳곳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읽는 장치가 배치돼 있다. 추천 도서코너는 시민이 직접 만드는 공간이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미디어룸 조차 벽 없이 독서공간과 연결돼 있다. 이 모든 공간은 지붕있는 공원을 연상시킨다.

기후중앙도서관은 시민과 커뮤니케이션을 주요 가치로 생각한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어릴때부터 도서관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인식시키려 한다. 성인이 되면 아이를 데리고 다시 이곳을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요시나리 관장은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미디어(Media; 정보가 담긴 매체)다”고 가르친다. 함께 라디오방송도 하고 책읽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서관은 시민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시민과 공유한다. 게시판 운영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도서관 사서 워크숍에서 나온 도서관 운영방안 아이디어 조차 도서관에 공개하고 있다. ‘도서관은 모든 시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요시나리 관장의 철학이 묻어 있다.

이용자를 위해 운영시간도 늘렸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일과 후 학생과 직장인을 배려했다. 휴관은 월 1회(매월 마지막 화요일)다.

중앙도서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서는 45만권이다. 최대 90만권을 보관하도록 설계됐다. 좌석 수는 900석이다.

◇재미가 일어나는 공간

미디어코스모스는 부지면적 1만 4725㎡에 지어진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1만5444㎡ 규모 건물이다.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시원한 로비가 펼쳐진다. 기후시 시민활동교류센터와 다문화교류플라자, 도서관사무실이 들어서 있어 시민 복지활동을 지원한다.

2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강당인 ‘모두의 홀’, 각종 전시가 가능한 ‘모두의 갤러리’, 실내와 실외 연결이 가능한 ‘두근두근 테라스’, 시민 강좌와 동호회 활동이 가능한 4개의 스튜디오도 갖추고 있다. 누구나 저렴하게 인쇄물 제작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갖춘 ‘만드는 스튜디오’ 등 특색있는 공간도 있다.

커피숍(스타벅스 입점)과 편의점 등 편의시설도 갖췄다.

다다미(일본식 돗자리)로 된 평상 구조 휴식공간인 ‘와이와이 다다미’는 시민들이 사랑하는 공간이다.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거나 잡담도 가능하다. 낮잠을 자거나 도시락을 가져와 식사를 하는 것도 허용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2층 중앙도서관과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다. 한 공간에서 복합문화활동이 펼쳐진다.

◇도서관 이상 도서관

미디어코스모스는 새지평을 열고 있다. 차세대형 도서관을 목표로 6대 계획과 시민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복합문화도서관에 머물지 않고 도시와 상호작용하는 기능을 지향하고 있다.

미디어코스모스는 2013년 기후대학교병원이 떠난 자리에 공사를 시작했다. 구도심 상권과 가까운 위치다. 기후시 중심가는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상권이 쇠락한 곳이다. 대형 유통매장이 시외곽에 생기면서 더 위축됐다.

도서관은 도심 상권 활성화라는 또다른 역할도 하고 있다. 인근 상점에 있는 마이크로도서관(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을 소개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도심상권을 거쳐 가도록 만든다. 시민이 선정한 지역 맛집을 지도로 제작하고 배포하기도 한다.

하루에 많게는 5000명 가량 도서관을 찾는 시민을 도심 상가로 유도하려는 고민의 흔적이다. 시민축제와 같은 이벤트도 열고 있다.

지역 학교와 교류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필요한 책이 있으면 대여가 가능하다. 강좌를 개최해 어린이사서 양성, 중고생 발표회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요시나리 관장은 “도서관은 시민과 마을을 연결해야 한다.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도서관을 뛰어넘는 미디어코스모스는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간 일본 국내, 해외에서 200개 이상 단체가 견학을 하고 있다. 도서관을 잘 갖춘 유럽에서도 찾을 정도로 알려졌다.

도서관의 3가지 모토(Motto)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에 있으면 기분이 좋다’, ‘계속 이곳에 있고 싶다’, ‘몇 번이고 와보고 싶다’

일본 3대 건축가가 설계한 미디어코스모스

기후 미디어코스모스는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건축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 상(Pritzker Prize) 수상자이자 일본 3대 건축가로 불리는 이토 도요(伊東豊雄)가 설계했다. 천장에 거미줄처럼 엮인 목조 구조가 인상적이다. 모두 기후현에서 자란 편백나무를 사용했다.

2층 6845㎡ 크기에 자리잡은 기후 중앙도서관은 벽이 없다. 마치 광장 같다. 크기가 다른 11개 글로브는 외부 빛을 유입하고 공기를 순환시키는 장소다. 구역을 나누고 집중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이용자를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한 장치다.

친환경 설계도 적용됐다. 건물 지붕은 태양광발전 설비로 뒤덮여 있다. 건물 바닥에 설치된 배관에는 인근 나가라 강(長良川)에서 끌어 온 강물이 흐른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실내온도를 조절하는데 한 몫 한다. 에너지 사용은 과거 90년대 건물의 절반 수준이다.

요시나리 노부오 관장은

공모를 통해 기후시립 중앙도서관 초대 관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앙도서관 뿐만아니라 총 7개 시립도서관장 역할도 하고 있다.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공공 시설물 운영과 마을만들기 사업에도 관여했다. ‘도서관은 모든 시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시민 소통을 중시한다. 사서들과 함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실천을 하고 있다. 체류형 도서관 운영을 위해 직원들 생각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했다.

도서관을 통해 시민과 도시가 연결

그는 “도서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건축물)과 소프트웨어(운영방식)가 일치해야 한다”며 건축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모설계에서 이토 토요의 작품이 선정된 것은 운영 콘셉트와 꼭 맞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건축과 운영을 별개로 보고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운영이 잘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일본 기후시는?

일본 기후시는 기후현 현청 소재지다. 시내 중심부에는 나가라 강(長良川)이 흐른다. 나즈막한 긴카산(金華山)은 도심을 감싸고 있다. 인구는 40만명으로 여러모로 진주시와 닮은 곳이다.

1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나가라 강의 우카이(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전통 어법)가 유명하다. 일본 센고쿠시대(戰國時代) 무장인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의 본거지였던 기후성이 있어 역사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방직업 등 패션산업이 발달했지만 10년 전부터 쇠퇴하고 있다. 전통 공예품으로 기후 전통 우산, 기후 초롱, 기후 부채가 유명하다.

/ 강진성·박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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