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서울]"커뮤니티의 정수, 유럽 책방과 도서관에서 찾았다"
매체명 : 오마이뉴스
보도일 : 2018.09.14
"커뮤니티의 정수, 유럽 책방과 도서관에서 찾았다"
'유럽의 커뮤니티 탐방기' 북콘서트 참관기
'유럽의 커뮤니티 탐방기' 공동저자 김정현은 도서관 사서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녀는 공공의 공간에서 정신적 가치를 서비스 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하고,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을 짜는 기획자. 그런데 유럽 여행을 마친 뒤, 달라졌다 했다.
(사람을) 모으기보다는 만나야 하고, 내용을 짜기보다는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책이 없어도 되지 않나요?"라는 말까지. 지난 9월 12일, 성동구의 마을문화카페 산책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공동저자 김정현에게 직접 책의 내용을 들었다.
"유럽의 도서관들, 시민센터나 시민공동체를 다녀왔어요.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은데, 굳이 유럽이냐 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곳 역시 거창하고 특별한 곳이 아니었어요. 발길 닿기 쉬운 곳에 있었죠. 그 공간들에서 세 가지 정도 공통점을 봤어요. 첫째 '왜 다른 사람을 만나나?'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어요. 둘째 사람들간의 연결을 적극 지원하고 있었고요. 셋째 시민공동체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다양성과 약자 존중, 이것이 영국 바비칸의 공공성
"영국 바비칸 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이었어요. 사서분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의 요구에 촉각을 세우고 계시더군요. 영국도 가족공동체 해체 문제가 심각해요. 도서관이 그 역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공통의 고민이에요. 파리 퐁피두 도서관은 문이 4개, 안이 전부 들여다 보이는 노출 건물이에요. 사서가 200명인데, 자원활동가는 160여 명. 노숙자 난민과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게 공간 설계를 했다고 해요. 사회적 약자에게 턱을 확 낮춘 거예요. 시사토론 커뮤니티도 준비중이셨죠.
프랑스 앙제 시립도서관은 사서가 중앙에 있어요. 정원과 도서관이 함께 있는데, 청소년과 성인을 세세하게 구분해요. 청소년은 다시 학생과 일하는 학생과 학교밖 학생으로 나누고요. 어른도 이민자와 난민과 노인을 구분해요. 그리고 그들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요.
도서관 안에 다시 도서관이 있어요. 넬슨 만델라 도서관은 비디오 게임을 하게 해줘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정보가 쓸모있다"는 게 그들의 모토라는 거죠. 검은 구름 모양 천장 장식이 있는 곳의 책은 오히려 구분을 거의 없앴죠.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섞고 접하게 하는 거죠. 그게 그들의 공공성이에요."
인간은 불완전하다 인정하고 함께 한다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알메이다 가헤트 도서관은 미술관+도서관이에요. 근데 오로지 워크숍 방식의 프로그램만 있어요. 함께 협력해서 작품을 만들고, 그 공동작품을 도서관에 전시하고 돌아가요. 각기 만들어서 각자 집으로 갖고 돌아가는 게 아니고요. 정규직과 비정규직과, 학교와 사설도서관 사서들의 공동토론과 협업도 있어요. "인간은 불완전하다. 경제성과 효율만이 최고는 아니다." 이걸 인정하고 그 위에 서는 거예요.
스페인 바로셀로나엔 3대째 운영되는 책방이 있어요. 그 책방은 책을 좀 파는 곳인데, '잘 팔릴 책을 기획하지 않는다' 하세요. 대신 '사람들의 어떤 호기심을 풀어줄까?' 한다죠. 시장이 곁에 있는데, 쉬는 날 상인들을 강사로 모셔 생활예술 강좌를 열어요. 학교하고도 연계해요.
4월 23일은 여기서 성 조르디의 날인데요,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를, 여자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하는 날이에요. 모두가 참여하는 대단히 큰 축제죠. 이 서점 옆엔 또 꽃집이 있었어요. 그리고 90년 전통의 알리브리 서점은 직원이 40명인데, 전부 사서 역할을 해요.
영국 런던의 후이쓰 지방에 헤이온와이 책마을이 있어요. 세계 책마을의 선두 주자랄까요. 리차드 부스란 당대 지성이 이곳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죠. 정말 한 사람이 그걸 다 했을까? 궁금했죠. 역시나 거기 지역사회가 있었어요.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이들과 함께 이룬 거였어요.
독일 비터펠드의 볼펜 책마을은 시니어 공동체가 만들어가요. 책과 음식이 주된 축제의 내용이에요. 정례회의를 하고 내용이 정해지면 역할을 나누죠. 프로보쿨타 지역에 미군이 거주했던 연립주택이 있어요. 이 공간이 젊은이들을 위한 임대공간으로 바뀌었는데, 이들이 여기 4층을 공유공간으로 만든 거예요. 손님을 대접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었으니까요.
독일에서 특별히 느낀 건대, 낯선 제게 그분들은 배경을 묻지 않았어요. '당신은 어떤 사회적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이렇게 물었죠. 그게 그들의 중요한 가치인 거예요. 우리들은 어쩌면 수동적으로,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살지는 않나요? 그걸 벗어나야겠다 싶었어요.
몇 가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런 거예요. 첫째 타인과의 감정 교류에 게으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둘째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도 공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리고 언제나 나는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해요. 제 책을 읽고, '아, 내일 동아리 하나 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제 책은 작은 역할을 한 거라고 믿어요."
왼편 김정현, 오른편 마을문화카페 산책 대표 우미선. 강연전 있었던 북콘서트 기타 연주자는 책의 주제와 이곳 공간과 시간을 살피며 연주곡을 골랐다. 김정현의 커뮤니티 공간 역시 소통을 위한 분위기, 설계, 조건, 마음가짐을 고루 짚었다.
강연후 질문이 이어졌다. 어려운 질문은 어렵다 했고, 그래도 분명하게 자신이 아는 데까지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젊은데, 통찰이 깊구나!' 했다가, '동안이겠지! 연륜은 꽤 될 거야!' 실없는 생각도 했다.
- 첫째 유럽의 커뮤니티를 다녀온 후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둘째 한국 사회 도서관에서는 모든 독서활동이 결국 학습요구로 귀결되기도 한다. 잘 사는 동네에서 오히려 그런 점이 강하다. 어떻게 해야할까?
"모으는 데 익숙한 매개자에서,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 지속적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변했다. '구름이라도 구경할까?' 하면서 직원간 공동체도 만들고. 길가에서 만난 노인분들과 함께 구청에 민원도 넣었다. 어떤 때는 거절도 필요하다. 다만 우린 얼마나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생각도 한다. 책이 없을 수도 있다. 또다른 균형찾기가 필요한 것 같다."
- 배경을 묻지 않는 사회라고 했는데, 한국사회는 경쟁이 일상화됐고, 물질적 충족에 대한 욕망도 대단히 강하다. 유럽은 과거엔 그렇지 않았겠나? 우리도 경쟁의 끝이 성공이 아닌 게 명확해지고, 돈도 벌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언젠가는 달라지지 않을까?
"욕망도, 인간의 필요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독일은 산업화를 일찍 이뤘다. 그러면서 산업화의 결과를 예측했다. 공동체가 붕괴되리라 진단했고, 그 대비를 해왔다.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발 닿는 곳곳에 공공의 공간을 정말 많이 만들었다. 우린 모든 곳에 차도가 있지만, 그들은 자전거도 못가는 곳도 많다. 동독도 사회주의의 공유가치 존중이 여전히 남아있다.
내일부터의 커뮤니티에서, 변할 것들만이 머리에 남았다. 모으지 않고 만날 것, 그들로부터 기획을 채울 것. 어렵지만 더 흥미진진할 커뮤니티가 거기서 생기리라. 그녀가 '만나는 것은 만드는 것'이라 한 것처럼.
/ 원동업(iskarma) 기자
'유럽의 커뮤니티 탐방기' 북콘서트 참관기
'유럽의 커뮤니티 탐방기' 공동저자 김정현은 도서관 사서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녀는 공공의 공간에서 정신적 가치를 서비스 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하고, 그 안에 들어갈 내용을 짜는 기획자. 그런데 유럽 여행을 마친 뒤, 달라졌다 했다.
(사람을) 모으기보다는 만나야 하고, 내용을 짜기보다는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 책이 없어도 되지 않나요?"라는 말까지. 지난 9월 12일, 성동구의 마을문화카페 산책에서 열린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공동저자 김정현에게 직접 책의 내용을 들었다.
"유럽의 도서관들, 시민센터나 시민공동체를 다녀왔어요.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은데, 굳이 유럽이냐 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곳 역시 거창하고 특별한 곳이 아니었어요. 발길 닿기 쉬운 곳에 있었죠. 그 공간들에서 세 가지 정도 공통점을 봤어요. 첫째 '왜 다른 사람을 만나나?'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했어요. 둘째 사람들간의 연결을 적극 지원하고 있었고요. 셋째 시민공동체의 요구에 귀기울이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다양성과 약자 존중, 이것이 영국 바비칸의 공공성
"영국 바비칸 도서관은 복합문화공간이었어요. 사서분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시민의 요구에 촉각을 세우고 계시더군요. 영국도 가족공동체 해체 문제가 심각해요. 도서관이 그 역할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공통의 고민이에요. 파리 퐁피두 도서관은 문이 4개, 안이 전부 들여다 보이는 노출 건물이에요. 사서가 200명인데, 자원활동가는 160여 명. 노숙자 난민과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게 공간 설계를 했다고 해요. 사회적 약자에게 턱을 확 낮춘 거예요. 시사토론 커뮤니티도 준비중이셨죠.
프랑스 앙제 시립도서관은 사서가 중앙에 있어요. 정원과 도서관이 함께 있는데, 청소년과 성인을 세세하게 구분해요. 청소년은 다시 학생과 일하는 학생과 학교밖 학생으로 나누고요. 어른도 이민자와 난민과 노인을 구분해요. 그리고 그들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요.
도서관 안에 다시 도서관이 있어요. 넬슨 만델라 도서관은 비디오 게임을 하게 해줘요.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정보가 쓸모있다"는 게 그들의 모토라는 거죠. 검은 구름 모양 천장 장식이 있는 곳의 책은 오히려 구분을 거의 없앴죠.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섞고 접하게 하는 거죠. 그게 그들의 공공성이에요."
인간은 불완전하다 인정하고 함께 한다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알메이다 가헤트 도서관은 미술관+도서관이에요. 근데 오로지 워크숍 방식의 프로그램만 있어요. 함께 협력해서 작품을 만들고, 그 공동작품을 도서관에 전시하고 돌아가요. 각기 만들어서 각자 집으로 갖고 돌아가는 게 아니고요. 정규직과 비정규직과, 학교와 사설도서관 사서들의 공동토론과 협업도 있어요. "인간은 불완전하다. 경제성과 효율만이 최고는 아니다." 이걸 인정하고 그 위에 서는 거예요.
스페인 바로셀로나엔 3대째 운영되는 책방이 있어요. 그 책방은 책을 좀 파는 곳인데, '잘 팔릴 책을 기획하지 않는다' 하세요. 대신 '사람들의 어떤 호기심을 풀어줄까?' 한다죠. 시장이 곁에 있는데, 쉬는 날 상인들을 강사로 모셔 생활예술 강좌를 열어요. 학교하고도 연계해요.
4월 23일은 여기서 성 조르디의 날인데요,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를, 여자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하는 날이에요. 모두가 참여하는 대단히 큰 축제죠. 이 서점 옆엔 또 꽃집이 있었어요. 그리고 90년 전통의 알리브리 서점은 직원이 40명인데, 전부 사서 역할을 해요.
영국 런던의 후이쓰 지방에 헤이온와이 책마을이 있어요. 세계 책마을의 선두 주자랄까요. 리차드 부스란 당대 지성이 이곳을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죠. 정말 한 사람이 그걸 다 했을까? 궁금했죠. 역시나 거기 지역사회가 있었어요.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는 이들과 함께 이룬 거였어요.
독일 비터펠드의 볼펜 책마을은 시니어 공동체가 만들어가요. 책과 음식이 주된 축제의 내용이에요. 정례회의를 하고 내용이 정해지면 역할을 나누죠. 프로보쿨타 지역에 미군이 거주했던 연립주택이 있어요. 이 공간이 젊은이들을 위한 임대공간으로 바뀌었는데, 이들이 여기 4층을 공유공간으로 만든 거예요. 손님을 대접하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었으니까요.
독일에서 특별히 느낀 건대, 낯선 제게 그분들은 배경을 묻지 않았어요. '당신은 어떤 사회적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이렇게 물었죠. 그게 그들의 중요한 가치인 거예요. 우리들은 어쩌면 수동적으로,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살지는 않나요? 그걸 벗어나야겠다 싶었어요.
몇 가지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런 거예요. 첫째 타인과의 감정 교류에 게으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둘째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도 공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리고 언제나 나는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해요. 제 책을 읽고, '아, 내일 동아리 하나 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제 책은 작은 역할을 한 거라고 믿어요."
왼편 김정현, 오른편 마을문화카페 산책 대표 우미선. 강연전 있었던 북콘서트 기타 연주자는 책의 주제와 이곳 공간과 시간을 살피며 연주곡을 골랐다. 김정현의 커뮤니티 공간 역시 소통을 위한 분위기, 설계, 조건, 마음가짐을 고루 짚었다.
강연후 질문이 이어졌다. 어려운 질문은 어렵다 했고, 그래도 분명하게 자신이 아는 데까지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젊은데, 통찰이 깊구나!' 했다가, '동안이겠지! 연륜은 꽤 될 거야!' 실없는 생각도 했다.
- 첫째 유럽의 커뮤니티를 다녀온 후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가 있다면? 둘째 한국 사회 도서관에서는 모든 독서활동이 결국 학습요구로 귀결되기도 한다. 잘 사는 동네에서 오히려 그런 점이 강하다. 어떻게 해야할까?
"모으는 데 익숙한 매개자에서,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 지속적 관심을 갖는 사람으로 변했다. '구름이라도 구경할까?' 하면서 직원간 공동체도 만들고. 길가에서 만난 노인분들과 함께 구청에 민원도 넣었다. 어떤 때는 거절도 필요하다. 다만 우린 얼마나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생각도 한다. 책이 없을 수도 있다. 또다른 균형찾기가 필요한 것 같다."
- 배경을 묻지 않는 사회라고 했는데, 한국사회는 경쟁이 일상화됐고, 물질적 충족에 대한 욕망도 대단히 강하다. 유럽은 과거엔 그렇지 않았겠나? 우리도 경쟁의 끝이 성공이 아닌 게 명확해지고, 돈도 벌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언젠가는 달라지지 않을까?
"욕망도, 인간의 필요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독일은 산업화를 일찍 이뤘다. 그러면서 산업화의 결과를 예측했다. 공동체가 붕괴되리라 진단했고, 그 대비를 해왔다.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발 닿는 곳곳에 공공의 공간을 정말 많이 만들었다. 우린 모든 곳에 차도가 있지만, 그들은 자전거도 못가는 곳도 많다. 동독도 사회주의의 공유가치 존중이 여전히 남아있다.
내일부터의 커뮤니티에서, 변할 것들만이 머리에 남았다. 모으지 않고 만날 것, 그들로부터 기획을 채울 것. 어렵지만 더 흥미진진할 커뮤니티가 거기서 생기리라. 그녀가 '만나는 것은 만드는 것'이라 한 것처럼.
/ 원동업(iskarm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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