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칼럼]‘도서관 SOC’ 성공하려면
매체명 : 문화일보
보도일 : 2018.09.13
‘도서관 SOC’ 성공하려면
20세기 최고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자신이 받은 진짜 교육은 모두 공공도서관에서 나왔다고 했다. “책을 살 여유가 없는 가난한 집 아이에게 도서관은 언제나 경이롭고 대단한 위업을 엿볼 수 있는 문을 열어 두었다”며 자신이 그 문으로 돌진해 들어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위대한 작가뿐 아니다. 도서관의 경이와 위업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그 영향권 안에 있기를 원한다. 공식 데이터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실제로 ‘도서관 존’이 있어 공공 도서관 주변의 집값은 더 비싸다고 한다.
그러니 정부가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개념을 도입해, 노후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모든 시·군·구에 작은도서관을 짓는, 이른바 ‘도서관 SOC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생활 SOC는 도로와 철도 등을 짓는 기존의 전통적인 SOC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체육 시설 등을 확충하는 일종의 복지사업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내년에 도서관 조성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1051억81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 711억8100만 원보다 47.8% 증가한 규모다. 이 중 공공도서관 리모델링 및 건립에 819억여 원이, 작은 도서관 건립에 232억여 원이 쓰인다. 모든 시·군·구에 작은 도서관을 지을 경우 229곳이 새로 생기게 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도서관 1관당 인구수를 선진국 수준인 4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환영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제 단순히 숫자 늘리기식 도서관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는 요구이다. 그저 건물만 짓는다고 도서관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이 배치돼 좋은 책과 필요한 장서목록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커뮤니티 중심이 돼야 제대로 된 도서관인 것이다. 현재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1050개, 작은 도서관은 전국에 6400여 개로, 매년 50개 이상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학교 도서관은 1만1000개가 넘는다.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운영되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작은 도서관만 봐도 현재 6400여 개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3분의 1도 채 안 된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면적 33㎡ 이상, 장서 1000권 이상인 작은도서관에는 사서를 두는 것이 의무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도서관의 경우 정식 사서가 있는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민선 지자체장들이 도서관 숫자를 업적 홍보용으로 내세우면서 전국에 무늬만 도서관인 곳도 꽤 많이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도서관의 핵심은 장서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공공도서관당 1년 도서 구입비는 1억 원 안팎이다. 지난해 단행본 평균 가격이 2만646원이니 1년에 구입할 수 있는 책은 5000권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나오는 책은 8만 종이다. 상황이 이러니 외국의 학술 데이터베이스는 언감생심이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되는 지역의 중요한 향토 자료도 지역 도서관에서 찾기 어렵다.
기존 SOC와 다른 생활 SOC는 그 접근법도 완전히 달라야 한다. 전국 곳곳에 도서관을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입체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 최현미 문화부 부장
20세기 최고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자신이 받은 진짜 교육은 모두 공공도서관에서 나왔다고 했다. “책을 살 여유가 없는 가난한 집 아이에게 도서관은 언제나 경이롭고 대단한 위업을 엿볼 수 있는 문을 열어 두었다”며 자신이 그 문으로 돌진해 들어가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위대한 작가뿐 아니다. 도서관의 경이와 위업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그 영향권 안에 있기를 원한다. 공식 데이터로 확인되지는 않지만 실제로 ‘도서관 존’이 있어 공공 도서관 주변의 집값은 더 비싸다고 한다.
그러니 정부가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개념을 도입해, 노후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고, 모든 시·군·구에 작은도서관을 짓는, 이른바 ‘도서관 SOC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생활 SOC는 도로와 철도 등을 짓는 기존의 전통적인 SOC가 아니라, 지역의 문화·체육 시설 등을 확충하는 일종의 복지사업이기도 하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내년에 도서관 조성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1051억81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 711억8100만 원보다 47.8% 증가한 규모다. 이 중 공공도서관 리모델링 및 건립에 819억여 원이, 작은 도서관 건립에 232억여 원이 쓰인다. 모든 시·군·구에 작은 도서관을 지을 경우 229곳이 새로 생기게 된다. 정부는 2022년까지 도서관 1관당 인구수를 선진국 수준인 4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환영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제 단순히 숫자 늘리기식 도서관 정책은 지양돼야 한다는 요구이다. 그저 건물만 짓는다고 도서관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이 배치돼 좋은 책과 필요한 장서목록을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커뮤니티 중심이 돼야 제대로 된 도서관인 것이다. 현재 전국의 공공도서관은 1050개, 작은 도서관은 전국에 6400여 개로, 매년 50개 이상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학교 도서관은 1만1000개가 넘는다. 문제는 이들이 제대로 운영되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작은 도서관만 봐도 현재 6400여 개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3분의 1도 채 안 된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면적 33㎡ 이상, 장서 1000권 이상인 작은도서관에는 사서를 두는 것이 의무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도서관의 경우 정식 사서가 있는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민선 지자체장들이 도서관 숫자를 업적 홍보용으로 내세우면서 전국에 무늬만 도서관인 곳도 꽤 많이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도서관의 핵심은 장서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공공도서관당 1년 도서 구입비는 1억 원 안팎이다. 지난해 단행본 평균 가격이 2만646원이니 1년에 구입할 수 있는 책은 5000권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나오는 책은 8만 종이다. 상황이 이러니 외국의 학술 데이터베이스는 언감생심이고,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되는 지역의 중요한 향토 자료도 지역 도서관에서 찾기 어렵다.
기존 SOC와 다른 생활 SOC는 그 접근법도 완전히 달라야 한다. 전국 곳곳에 도서관을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입체적인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 최현미 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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