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북문인들의 책이 풍성한 작은도서관

매체명 : 전북일보 보도일 :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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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2016837
전북문인들의 책이 풍성한 작은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낭군의 얼굴이 유난히도 밝고 환하다. 오랜만에 찾아간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여 빌려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이 있어 대여해 왔다고 두툼한 한 권을 보여주는데 상기된 얼굴에 목소리마저 들떠 있다. 비슷한 책이 집에 있는 것 아니냐고 하니 그것과는 다르다면서 기뻐한다. 요즘 같으면 집안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가는 것이 책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잡지들과 지인이 보내오는 책들, 거기에 필요에 의해 구입하는 책까지 하여 나날이 집안 곳곳에 쌓이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책은 언제나 반갑다.

평소 필요한 책은 사서 읽는 편이지만 도서관은 소장해 둘 책을 미리 볼 수 있고 절판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편리하다. 엄청난 양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도서관은 물론이고 시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역시 상당수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평소 보지 못했던 귀한 서적을 가까운 도서관에서 찾을 수 있을 만큼 되었으니 누구든지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춘 셈이다. 굳이 어떤 책을 찾아서 읽겠다고 계획하지 않아도 도서관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보면서 눈에 띄는 대로 한 두 권을 골라서 읽는 재미도 특별하다. 아는 문인의 글을 발견하여 가볍게 다시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전주에서 유일했던 경원동 시립도서관을 찾아 친구들과 공부하러 다니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 예전에 법원이 있던 자리였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현재 전라북도에는 총 61개소의 공공도서관과 132개소의 작은도서관이 있으며 도서관 하루 이용자는 3만 30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던 어느 날 집근처 도서관을 찾아 나섰다. 냉방이 잘되어 있는 도서관에서 한나절 책을 읽겠다는 생각이었다. 얼마나 기온이 높았는지 도서관 출입문 옆 대형 유리가 마치 무색의 스테인 글라스처럼 균열이 가고 있었다. 더위에 유리창이 깨지는 모습은 처음이라 ‘위험’이라고 써 붙이고 주위에 가림 막을 치긴 했으나 어린 학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는 것이 크게 염려되었다. 우려와 달리 열람실은 만원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책상 앞에 앉아 독서삼매에 빠져 있었다. 한편에 마련된 마루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었다.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읽을 책을 찾아 진열대를 둘러보면서 행여 아는 문인들의 책이 있는지 살펴보는데, 실망스럽게도 눈에 띄질 않는다. 과거 잠깐씩 전라북도와 전주시에서 전북문인들의 신간을 일정량 구입하여 도서관 등에 보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나마도 찾을 수가 없었다. 좋은 일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한때 전북문인들의 도서를 구입했던 사업은 아주 짧은 기간 그것도 소수 몇몇 사람들에게만 해당된 단기적인 기회였던 것이다.

새롭게 성장을 도모하는 도서관에서 전북 문인들의 책이 풍성하게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 학생들이 내 고장 문인들의 글을 찾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지금 도서관의 기능은 단순히 시민들이 찾아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책과 관련한 여러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시민이 성장하는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변화하는 도서관에서 전북문인들의 다양한 활동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낙후된 전북의 미래가 달려 있는 일이기도 하다.

/ 조미애 시인·전북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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