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동네마다 ‘작은도서관’을 만들자

매체명 : 엔디엔뉴스 보도일 : 2018.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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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회 칼럼] 동네마다 ‘작은도서관’을 만들자

지난 여름 연일 사람 체온을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111년 기상관측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파트단지 전기설비 교체공사로 5시간 정전이 예보되었다. 피서지를 찾아나서야 했다. 새벽 운동하면서 이 궁리 저 궁리 해봤다. 그때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한 생각이 떠올랐다. 도서관이었다. 그렇다고 국립도서관을 가기에는 시간대비 효율성이 떨어져보였다. 대안이 필요했다. 그간 들어서 알고 있을 뿐 이제까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우리 동네 ‘작은도서관’이 제격일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대충 위치를 알아냈다.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었다. 명색이 도서관인데 그 근처에 가면 쉽게 찾을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도서관처럼 생긴 건물이 안 보였다. 할 수 없이 아파트 경비원 신세를 졌다. 바로 코앞에 있는 아파트단지 상가 3층에 있단다. 주변을 둘러보니 ‘작은도서관’이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2층 어린이집을 지나 3층에 이르니 도서관이라기보다 마치 독서실에 온 것 같았다. 문을 열고 사서에게 이 동네 주민인데 처음 왔다고 하니 그냥 빈자리에 앉으면 된단다.

도서관 분위기는 쾌적했다. 우선 에어컨이 잘 들어와 피서지로서는 최상이었다. 오늘 본래 목표는 무난히 달성했다. 어른아이 섞여 있는데도 제법 큰 도서관 못지않게 조용했다. 개가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용에 편리했다. 도서관이라면 으레 폐가식일 거라는 선입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어떤 책이 있는지 서가를 한 바퀴 둘러봤다. 종류도 다양했고 신서를 포함해 읽어볼만한 책도 많이 꽂혀 있었다. 방학 때라 그런지 엄마와 같이 온 아이들도 많았다.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과 달리 모든 책상은 옆 자리와 통해 있었다.

비록 ‘작은도서관’이긴 하지만 운영시스템은 첨단이었다. 먼저 도서 대출용 회원카드를 만들었다. 개인정보가 들어가 있어 현장 접수는 안 되고 반드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토록 돼있었다. 쾌적한 분위기에서 이 책 저 책 여러 권을 읽었다. 도서관을 나서면서 발급 받은 카드와 함께 대출할 책 5권을 골라 접수대에 올려놓자마자 사서가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옛날 같으면 일일이 접수대장에 도서명, 도서분류번호 등을 기입한 후 대출 받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일이다. 깜작 놀라 사서에게 물어보니 바로 무선인식(RFID :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을 기반으로 한 도서대출시스템 덕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크게 한 수 배우고 도서관 문을 나서는데 입구에 도서 반납함이 비치되어 있었다. 대출 받았던 도서를 아무 때나 이함에 넣으면 반납 처리가 되는 것이다. 바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행정서비스였다.

하루를 시원한 도서관에서 알차게 보내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귀갓길에 각 동네마다 곳곳에 이런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약 1500개의 공공지원을 받는 작은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대학도서관, 학교도서관과 전문도서관과 같은 대형 도서관은 제외된 통계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약 5천만 명으로 잡을 때 인구 3만3천 명 당 1개 꼴 이며, 전국 226개 시군구 당 평균 인구는 약 22만 명이니 1개 시군구 당 약 7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턱 없이 부족한 숫자다.

오늘날 도서관은 단순히 독서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때마침 정부는 2019년도 전국 시군구에 ‘작은도서관’ 243개 건립 예산으로 232억 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작은도서관’과 같은 지역밀착형 문화공간 확충에는 많은 재정을 투입해도 국민으로부터 환영 받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독지가가 자기 이름으로 ‘작은도서관’을 건립하여 지자체에 기부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카페형 도서관은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개방형 휴식공간으로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복지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거점시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허정회 칼럼니스트 bodo@nd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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