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문 대통령 “토목 아닌 사람에 투자…생활 SOC 첫걸음 뗐다”

매체명 : 경향신문 보도일 :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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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토목 아닌 사람에 투자…생활 SOC 첫걸음 뗐다”

ㆍ‘현장방문 시리즈 1’ 구산동 도서관마을서 청사진 제시
ㆍ“삶의 질 향상·지역 발전·일자리 창출 일석삼조 효과”
ㆍ체육센터·도서관 등 지역밀착 시설 중장기 추진 약속

문재인 대통령은 경로당·어린이집 등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을 통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4일 밝혔다. 이날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예산을 포함한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밝혔다. 생활 SOC 건설을 통해 고용지표 악화 등 어려운 경제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의미에서 토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 ‘공공투자, 생활 SOC에 집중’

문 대통령은 이날 도서관마을을 방문해 “공공투자를 지역밀착형 생활 SOC 투자로 전환해 나가겠다”며 “부모님을 모시고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로당·어린이집·도서관·체육관 같은 시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 SOC를 통해)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 함께 지역을 발전시키고 일자리도 늘리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도서관마을 방문은 생활 SOC 개념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이 마을은 낡은 다가구·다세대 주택들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2006년 동네 도서관 건립을 바라는 주민 서명운동이 시발점이 돼 2012년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됐고, 주민들이 참여한 협동조합이 도서관 운영을 맡고 있다. 이 마을이 생활 SOC의 모범사례라는 것이다.

구체적 사업계획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도 관련 예산을 5조8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확대했고, 지방자치단체의 ‘매칭 투자’까지 합치면 12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160개의 주민체육센터를 설치해 (주민들이) 10분 이내에 체육시설에 도착해 운동하겠다는 결심을 수월하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작은 도서관도 모든 시·군·구에 한 개씩 243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생활 SOC의 첫걸음을 뗐다.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국민들이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피부로 느낄 때까지 정성을 들이겠다”며 “지역 주민들의 결정과 상상력은 정책과 예산에 담아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행보를 ‘SOC 현장방문 시리즈 1’로 명명했다. 문 대통령이 관련 행보를 계속할 것임을 밝힌 것이다.

■ ‘사람에 대한 투자다’

문 대통령은 생활 SOC를 두고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지역에 대한 투자”라고 못 박았다. 이어 “정부는 주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시설을 과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화해 생활 SOC라고 부르기로 했다. 생활 SOC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고 공존하는 포용사회, 포용국가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 골고루 잘사는 사람 중심 경제를 지향하고 있고 소득주도성장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생활 SOC 확충이 대기업 등만 살찌웠던 과거 대규모 토목사업이 아니라,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착한 사업임을 강조한 것이다. 토목건설을 통한 일자리 창출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체질을 바꾼다고 해놓고 과거 방식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염두에 뒀을 법하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생활 SOC를 부각하는 것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 성격도 있어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이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생활 SOC 개념이 없다.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염두에 뒀던 방안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처음 “지역 밀착형 생활 SOC”를 언급했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그간 정부는 시설투자비를 아끼려고 사회복지를 민간에 맡겼다. 그간 소홀히 했던 것을 정부가 챙긴다는 점에서 잘하는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사회복지가 잘되는 방향으로 하는 등의 체계적인 부분이 없고,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건설경기를 부양하려는 듯한 산만한 느낌은 있다”고 했다.

/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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