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칼럼]독서가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
매체명 : 광주일보
보도일 : 2018.09.03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독서가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리는 김해시에 다녀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책이 만나는 자리가 전국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니 반가운 일이다. ‘독서가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콘퍼런스가 열렸다. 미래학자, 뇌과학자, 사회학자, 철학자의 시선이 궁금해 객석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뇌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독서는 최고의 두뇌 운동이고, 좋은 책은 인생을 바꾼다. 당신의 뇌도 바꾼다. 독서는 두뇌 여러 부위의 연결을 강화시켜 주는데 이 효과는 지속적이어서 노인과 치매 환자들에게 기억력 감퇴를 줄여 주고 심지어 수명도 연장시켜 줄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이미 책 속의 상황에 들어가 책 속의 인물들처럼 세상을 느낀다. 함께 즐거워하고 괴로워하면서 공감한다. 이런 과정이 신경세포를 자극시켜 책 속의 상황을 느끼는 데 관여하는 감각신경이 실제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긴 이야기를 따라가는 책의 특성상 독서는 우리 뇌가 집중력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뇌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 브레인 네트워크는 독서 후에도 지속되어서 새로운 생각을 더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오호라! 책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지는구나. 공존의 사회, 각자의 존중, 타인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신중함 같은 것들이 독서를 통해 훈련되고 실현 가능해진다. 차이를 차별하는 대신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포용력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태도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읽은 것의 결과다. 우리가 읽은 그 모든 책들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스며들어 우리들이 세상을 보는 법, 느끼는 법, 생각하는 법에 영향을 미친다.”(니콜 라피에르)
한편 사회학자의 시선은 ‘책이라는 미디어는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나’로 향한다. 전제는 뇌과학자와 맥락을 같이했다. “정보량이 많을수록 뇌는 정보 자극에 둔감해지는데 뇌가 혹사당할 때 우리는 산만해진다. 대상이나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치르는 인지적 비용은 깊은 연결적 사고를 방해받고 분절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세대별 독서 경험은 또 하나의 숙제로 거론되었다. 배우고 싶어도 조건과 기회가 따라 주지 않았던,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던 노인들에겐 독서에 대한 경험이 없다. 배움에 목말랐던 부모가 허리띠 졸라매고 가르친 지금 50대들은 입시와 필독서라는 타의적 책 읽기에 질려 버렸다. 평생 독자가 되지 못한 한국의 50대 언어 능력이 세계 최하위라는 것은 그 반증이다. 그런가 하면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시대를 살아온 20대에게 책이라는 미디어는 낡고 매력적이지 않다.
고령화 사회의 노인들에겐 보다 친숙한 책 경험을, 젊은이들에겐 인터넷과 독서의 균형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터넷이라는 효율적인 정보 수집과 독서라는 비효율적인 사색의 균형을 맞추도록 힘써야 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독서를 통해 삶의 반경이 넓어지는 경험을 사회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은 미래 사회를 향한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자칫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이에 화답하듯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가 진행한 심포지엄에서 풀뿌리 독서 운동의 사례들이 소개되었고 참여자들의 원탁 토론이 펼쳐졌다. 어린이가 직접 도서관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어린이 신간 평가단의 사례나, ‘10년 정도는 함께 읽어야지요’ 성인 독서 동아리들의 성장과정,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읽는 책 모임을 통해 책 문화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를 모색한 전국 방방곡곡의 이야기는 감동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언젠가는 밤새도록 책이란 것도 읽었지/ 너처럼 책 속에서 오랜 생각에 잠겼고/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짐승처럼/ 종이 속에 묻혀 조금 울기도 했지”(황병승, ‘그리고 계속 되는 밤’에서) 세상의 어떤 것들은 효율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데, 책이 그렇다. 세상의 신비와 진실을 알기 위해 우리는 밤새워 생각에 잠기고 울면서 결국 진짜 나를 만난다. 책을 통과하면서 이전의 나가 아닌 새로운 나로 재탄생된다. 이 또한 인간의 오랜 열망이다. 사유하는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찰, 이웃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창조적 원동력이 아닐까. 이렇게 읽은 책을 덮을 때 삶이 열린다. 책을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다.
/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열리는 김해시에 다녀왔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책이 만나는 자리가 전국에서 다양하게 펼쳐지니 반가운 일이다. ‘독서가 미래를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까?’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콘퍼런스가 열렸다. 미래학자, 뇌과학자, 사회학자, 철학자의 시선이 궁금해 객석에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뇌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독서는 최고의 두뇌 운동이고, 좋은 책은 인생을 바꾼다. 당신의 뇌도 바꾼다. 독서는 두뇌 여러 부위의 연결을 강화시켜 주는데 이 효과는 지속적이어서 노인과 치매 환자들에게 기억력 감퇴를 줄여 주고 심지어 수명도 연장시켜 줄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이미 책 속의 상황에 들어가 책 속의 인물들처럼 세상을 느낀다. 함께 즐거워하고 괴로워하면서 공감한다. 이런 과정이 신경세포를 자극시켜 책 속의 상황을 느끼는 데 관여하는 감각신경이 실제로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긴 이야기를 따라가는 책의 특성상 독서는 우리 뇌가 집중력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뇌의 구조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 브레인 네트워크는 독서 후에도 지속되어서 새로운 생각을 더 잘 받아들인다고 했다.
오호라! 책을 가까이해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지는구나. 공존의 사회, 각자의 존중, 타인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신중함 같은 것들이 독서를 통해 훈련되고 실현 가능해진다. 차이를 차별하는 대신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포용력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적 태도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읽은 것의 결과다. 우리가 읽은 그 모든 책들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스며들어 우리들이 세상을 보는 법, 느끼는 법, 생각하는 법에 영향을 미친다.”(니콜 라피에르)
한편 사회학자의 시선은 ‘책이라는 미디어는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나’로 향한다. 전제는 뇌과학자와 맥락을 같이했다. “정보량이 많을수록 뇌는 정보 자극에 둔감해지는데 뇌가 혹사당할 때 우리는 산만해진다. 대상이나 개념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치르는 인지적 비용은 깊은 연결적 사고를 방해받고 분절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극단적 대비를 이루는 세대별 독서 경험은 또 하나의 숙제로 거론되었다. 배우고 싶어도 조건과 기회가 따라 주지 않았던, 먹고사는 일에 급급했던 노인들에겐 독서에 대한 경험이 없다. 배움에 목말랐던 부모가 허리띠 졸라매고 가르친 지금 50대들은 입시와 필독서라는 타의적 책 읽기에 질려 버렸다. 평생 독자가 되지 못한 한국의 50대 언어 능력이 세계 최하위라는 것은 그 반증이다. 그런가 하면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검색되는 시대를 살아온 20대에게 책이라는 미디어는 낡고 매력적이지 않다.
고령화 사회의 노인들에겐 보다 친숙한 책 경험을, 젊은이들에겐 인터넷과 독서의 균형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터넷이라는 효율적인 정보 수집과 독서라는 비효율적인 사색의 균형을 맞추도록 힘써야 한다는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독서를 통해 삶의 반경이 넓어지는 경험을 사회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은 미래 사회를 향한 기초를 다지는 일이라는 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자칫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이에 화답하듯 ‘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가 진행한 심포지엄에서 풀뿌리 독서 운동의 사례들이 소개되었고 참여자들의 원탁 토론이 펼쳐졌다. 어린이가 직접 도서관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어린이 신간 평가단의 사례나, ‘10년 정도는 함께 읽어야지요’ 성인 독서 동아리들의 성장과정,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읽는 책 모임을 통해 책 문화를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를 모색한 전국 방방곡곡의 이야기는 감동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언젠가는 밤새도록 책이란 것도 읽었지/ 너처럼 책 속에서 오랜 생각에 잠겼고/ 형제들에게 버림받은 짐승처럼/ 종이 속에 묻혀 조금 울기도 했지”(황병승, ‘그리고 계속 되는 밤’에서) 세상의 어떤 것들은 효율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감수성을 필요로 하는데, 책이 그렇다. 세상의 신비와 진실을 알기 위해 우리는 밤새워 생각에 잠기고 울면서 결국 진짜 나를 만난다. 책을 통과하면서 이전의 나가 아닌 새로운 나로 재탄생된다. 이 또한 인간의 오랜 열망이다. 사유하는 시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찰, 이웃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이야말로 미래 사회의 창조적 원동력이 아닐까. 이렇게 읽은 책을 덮을 때 삶이 열린다. 책을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다.
/ 정봉남 순천 기적의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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