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전국]“책도 처방전 받아요”…큐레이션 책방으로 간다
매체명 : 헤럴드경제
보도일 : 2018.08.16
[큐레이션 시대] “책도 처방전 받아요”…큐레이션 책방으로 간다
-큐레이션 서점, 북큐레이팅 통해 세심하게 고른 책 선보여
-개인적 활동이던 독서, 소통ㆍ토론 ㆍ취향 공유 문화코드로
-대형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 강연ㆍ모임도 활발
서점가는 불황이지만, 대형서점을 비롯해 넘쳐나는 책방들. 이런 시대에 특별하게 다가오는 책방이 있다. 이른바 ‘큐레이션 책방(서점)’이다. 큐레이션 책방은 북 큐레이션을 통해 특정 장르의 책을 골라 내놓는 곳을 의미한다.
서울 홍대 인근(마포구 서강로)에 자리잡은 ‘사적인 서점’은 약국도 아닌데 처방전이 필요한 곳이다. 주인은 손님 한 명 한 명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직접 처방해준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지혜 대표는 정보와 지식의 습득을 넘어 치유와 감동을 전하는 독서의 기능을 극대화한다. 취향으로 고른 단순 큐레이션이 아니라, 오직 나만을 위한 책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이용방법은 100% 예약제다. 사전에 예약을 하면 1시간 동안 김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일주일 간의 큐레이팅 기간을 거쳐 책과 편지를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사적인 서점은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책을 고르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 상처를 받아 위로가 필요한 사람, 선택의 기로에 서서 우물쭈물 하는 사람, 더 넓은 세계를 원하는 독서광 등…. 모두가 이곳의 손님이다.
일대일 맞춤형이다 보니 한달에 소화할 수 있는 손님은 30~40명. 예약이 빨리 차서 두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책처방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10월 문을 연 이후 600여명이 가까이 되는 손님들이 책처방을 받았다. 정지혜 사적인 서점 대표는 “10대부터 50대까지 손님들의 연령층이 다양하다”며 “전체 방문객의 10% 가량이 재방문을 하는 고객”이라고 했다.
사적인 서점과 반대 방향인 합정역 인근에는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소영 대표가 문을 연 ‘당인리 책 발전소’가 자리를 잡았다. 한적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지난 14일 기자가 직접 방문한 당시에도 자녀를 동반한 부부, 20대~40대 등 폭넓은 손님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실내 곳곳에는 주인장의 손길이 묻어있다. 묘미는 책 위에 붙은 메모다.
고(故) 신영복 교수의 ‘사람아 아, 사람아!’란 책에는 ‘남편과 나를 이어준 책’이라는 메모가, ‘퇴사 준비생의 도쿄’위에는 ‘다들 퇴사하고 싶은지 잘팔림’이란 메모에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나 책좀 읽는다’라는 코너에는 삼국지와 논어, 자본론과 인공지능 등 고전과 전문서적들이 자리를 잡았다. 본래 책을 사랑했던 김 대표는 과거 MBC 시절, 파업으로 본의 아니게 방송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사무실 책상에서 더욱 책을 파고 들었단다. 그리고 사표를 내고 일본 도쿄로 책방 여행을 다녀온 후 지난해 이곳을 열었다. 그의 저서 ‘진작 할 걸 그랬어’를 낸 것을 보면 엄청난 독서러버임을 알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사운즈한남’(한남동)에는 ‘스틸북스’가 있다. 총 4개층 330㎡(100평) 규모로 10명의 북 큐레이터가 하나의 테마를 정해 책과 물건, 전시, 프로그램을 연결해 소개한다. 1층은 매거진, 2층은 생활과 일, 3층은 예술과 디자인, 4층은 사유와 사람을 주제로 큐레이션한 책 1만여권을 소개한다.
이곳을 애용하는 직장인 김지훈(31) 씨는 “대형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과 감성이 살아있는 곳”이라며 “큐레이터들의 안목을 신뢰하고 책을 구입하는 편”이라고 했다. 새로운 자극제가 지속적으로 되어 준다는 점 자체가 큐레이션 책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지난 15일에는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인 김한민 작가의 동물권 이야기인 ‘생명체는 모두 한 배를 탔다’ 강연이 열리기도 했다.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최인아 책방’은 전 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한 최인아 대표와 정치헌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빨간 벽돌 건물 4층에 자리한 서점에는 최 대표가 직접 고른 책과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 1600권 등 총 6000여권의 책이 마련돼 있다.
한편 출판계는 ‘큐레이션 책방’의 확산을 하나의 문화코드 보고 있다. 개인적 활동에 그쳤던 독서가 함께 모여 토론하고, 책을 중심으로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나며 출판업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 김지윤 기자 summer@heraldcorp.com
-큐레이션 서점, 북큐레이팅 통해 세심하게 고른 책 선보여
-개인적 활동이던 독서, 소통ㆍ토론 ㆍ취향 공유 문화코드로
-대형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 강연ㆍ모임도 활발
서점가는 불황이지만, 대형서점을 비롯해 넘쳐나는 책방들. 이런 시대에 특별하게 다가오는 책방이 있다. 이른바 ‘큐레이션 책방(서점)’이다. 큐레이션 책방은 북 큐레이션을 통해 특정 장르의 책을 골라 내놓는 곳을 의미한다.
서울 홍대 인근(마포구 서강로)에 자리잡은 ‘사적인 서점’은 약국도 아닌데 처방전이 필요한 곳이다. 주인은 손님 한 명 한 명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을 직접 처방해준다. 이곳을 운영하는 정지혜 대표는 정보와 지식의 습득을 넘어 치유와 감동을 전하는 독서의 기능을 극대화한다. 취향으로 고른 단순 큐레이션이 아니라, 오직 나만을 위한 책을 추천해주기 때문이다. 이용방법은 100% 예약제다. 사전에 예약을 하면 1시간 동안 김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일주일 간의 큐레이팅 기간을 거쳐 책과 편지를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사적인 서점은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 책을 고르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 상처를 받아 위로가 필요한 사람, 선택의 기로에 서서 우물쭈물 하는 사람, 더 넓은 세계를 원하는 독서광 등…. 모두가 이곳의 손님이다.
일대일 맞춤형이다 보니 한달에 소화할 수 있는 손님은 30~40명. 예약이 빨리 차서 두 달 전에는 예약을 해야 책처방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10월 문을 연 이후 600여명이 가까이 되는 손님들이 책처방을 받았다. 정지혜 사적인 서점 대표는 “10대부터 50대까지 손님들의 연령층이 다양하다”며 “전체 방문객의 10% 가량이 재방문을 하는 고객”이라고 했다.
사적인 서점과 반대 방향인 합정역 인근에는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소영 대표가 문을 연 ‘당인리 책 발전소’가 자리를 잡았다. 한적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지난 14일 기자가 직접 방문한 당시에도 자녀를 동반한 부부, 20대~40대 등 폭넓은 손님들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실내 곳곳에는 주인장의 손길이 묻어있다. 묘미는 책 위에 붙은 메모다.
고(故) 신영복 교수의 ‘사람아 아, 사람아!’란 책에는 ‘남편과 나를 이어준 책’이라는 메모가, ‘퇴사 준비생의 도쿄’위에는 ‘다들 퇴사하고 싶은지 잘팔림’이란 메모에 슬쩍 미소가 지어진다. ‘나 책좀 읽는다’라는 코너에는 삼국지와 논어, 자본론과 인공지능 등 고전과 전문서적들이 자리를 잡았다. 본래 책을 사랑했던 김 대표는 과거 MBC 시절, 파업으로 본의 아니게 방송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사무실 책상에서 더욱 책을 파고 들었단다. 그리고 사표를 내고 일본 도쿄로 책방 여행을 다녀온 후 지난해 이곳을 열었다. 그의 저서 ‘진작 할 걸 그랬어’를 낸 것을 보면 엄청난 독서러버임을 알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사운즈한남’(한남동)에는 ‘스틸북스’가 있다. 총 4개층 330㎡(100평) 규모로 10명의 북 큐레이터가 하나의 테마를 정해 책과 물건, 전시, 프로그램을 연결해 소개한다. 1층은 매거진, 2층은 생활과 일, 3층은 예술과 디자인, 4층은 사유와 사람을 주제로 큐레이션한 책 1만여권을 소개한다.
이곳을 애용하는 직장인 김지훈(31) 씨는 “대형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감각과 감성이 살아있는 곳”이라며 “큐레이터들의 안목을 신뢰하고 책을 구입하는 편”이라고 했다. 새로운 자극제가 지속적으로 되어 준다는 점 자체가 큐레이션 책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지난 15일에는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인 김한민 작가의 동물권 이야기인 ‘생명체는 모두 한 배를 탔다’ 강연이 열리기도 했다.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최인아 책방’은 전 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한 최인아 대표와 정치헌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빨간 벽돌 건물 4층에 자리한 서점에는 최 대표가 직접 고른 책과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 1600권 등 총 6000여권의 책이 마련돼 있다.
한편 출판계는 ‘큐레이션 책방’의 확산을 하나의 문화코드 보고 있다. 개인적 활동에 그쳤던 독서가 함께 모여 토론하고, 책을 중심으로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생겨나며 출판업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이다.
/ 김지윤 기자 summ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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