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문화산책_도서·공연비 소득공제 딴지

매체명 : 영남일보 보도일 : 2018.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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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eongnam.com/mnews/newsview.do?mode=newsView&newskey=20180809.010170737270001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딴지

현재 우리 문화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 문화의 본질은 다양성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자본에 잠식당한 문화는 이미 빈익빈 부익부의 복마전이 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신간은 나오자마자 그대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책보다는 잘 팔리는 책에 독자가 몰리고, 출판사 역시 그것에만 신경을 쓴다. 특히 언론매체에 얼굴을 판 소위 지식소매상들의 책은 늘 인기를 누린다. 그것은 문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문체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사실 정부가 할 일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이미 채워진 부분이 아닌 부족한 부분, 비워진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얼마 전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도’가 발표되어 7월1일부터 시행되었다. 오랜만에 좋은 의도를 지닌 정책이라 기대가 컸다. 요지는 도서·공연 사용액에 대해 ‘2018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시 최고 100만원까지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 범위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기록사항(저자, 발행인, 발행일, 출판사, 국제표준도서번호)이 표기된 간행물과 공연법 제2조(정의)에 따라 음악, 무용, 연극, 뮤지컬, 마술, 아동극, 콘서트 등 ‘무대에서 실연하는 공연’의 관람권 및 입장권 등이다.

문제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문체부로부터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제공 사업자로 확정된 곳에서 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인에게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하는 바쁜 현대인들이 굳이 그렇게 할 것인가? 어쩌면 영화나 공연비에만 해당될 소지가 크다. 도서정가제처럼 소형 출판사나 작은 서점에 돌아가야 할 이익이 궁극적으로 대형 출판사나 대형 인터넷 서점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소득공제만을 위해 책을 사서 다시 대형 중고서점에 팔아버리는 악순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본질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이 팔리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가까운 곳에 있다. 책을 읽는 문화를 만드는 것, 이른바 독서 활성화 정책이다. 일정 부분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지자체, 도서관, 학교 등의 독서 관련 모임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공도서관 및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의 도서구입비를 늘려야 한다. 도서관이 많아도 도서구입비가 적으면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특히 토론용 도서는 여러 권을 구입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자본에 의한 광고로 탄생한 소위 베스트셀러만 구입할 것이 아니라, 숨어있는 좋은 책을 찾아 각종 도서관을 중심으로 비치해야 한다. 소득공제 혜택보다 더 시급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 최혜령 (동행325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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