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울도서관 ‘책 읽는 서울’ 큰 틀의 청사진 그린다

매체명 : 광주일보 보도일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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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533481200638036271
[도서관 문화를 품다 <5>서울도서관] ‘책 읽는 서울’ 큰 틀의 청사진 그린다

- 서울시립도서관 등 1200여 공공도서관의 대표 도서관
- 이정수 관장 “책 읽는 문화 확산시킬 방향 제시 역점”

서울도서관을 방문한 지난달 31일은 폭염이 절정에 이른 날이었다. 서울의 기상관측으로는 사상 두번째(38.5도)라는 기온이 말해주듯 몇발짝만 걸어도 숨이 턱 막혔다. 서울도서관은 서울시청사와 공공기관, 초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는 서울광장에 자리하고 있다. 광장 입구에 서면 주변의 최첨단 빌딩들과 달리 낡고 오래된 5층건물(9900㎡)이 눈에 띈다. 근대문화유산인 옛서울시청사를 4년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2012년 시민들의 공간으로 탄생한 서울도서관(관장 이정수)이다.

육중한 나무재질의 정문을 열고 1층에 들어서니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리석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1층에는 일반자료실 1(철학, 종교, 자연과학, 어린이 국내외 도서, 어린이 잡지 코너), 기획전시실, 장애인 자료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계단을 오르면 일반자료실 , 디지털 자료실이 꾸며진 2층이 나온다.

이 가운데 열람실 개념의 일반 자료실 2(예술, 어학, 문학, 역사지리여행)는 서울도서관의 ‘얼굴’이다. 누구나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5m 높이의 벽면서가와 계단에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온통 책으로 빽빽한 벽면서가에는 ‘책 읽는 서울’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운다’라는 표지가 선명하게 내걸려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벽면서가 계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다.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표정에선 폭염으로 찌든 도서관 밖은 그저 딴 세상이야기이다. 이들 가운데에는 일부는 더위를 피해 도서관으로 피서 온 ‘도캉스’(도서관+바캉스)족들이다. 실제로 서울도서관은 7월 한달동안 1층 기획 전시실에서 ‘여름휴가’를 테마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여름방학에 생긴 일’, ‘독서피서 어때?’ ‘시원한 여름, 상쾌한 휴가’ 등의 7가지 세부주제를 선정해 여행 관련 도서나 영화 책, 추리소설, 요리책 등을 전시했다.

3층은 서울도서관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곳이다. 서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서울자료실, 서울기록문화관, 복원구간을 만날 수 있다.서울자료실은 서울시나 자치구, 중앙정부 등에서 발행한 서울시 관련 정책자료나 서울을 테마로 한 건축, 여행, 문화, 예술 등의 도서들을 접할 수 있다. 복도 중앙홀에 꾸며진 복원구간은 옛 시청사 시절의 시장실과 접견실, 기획상황실이 그대로 재현됐다.

4층에는 해외도서와 다양한 주제의 외국잡지들을 열람할 수 있는 세계자료실이 들어서 있다. 각국의 연구기관에서 발행한 전문적인 통계자료에서 부터 세계의 도서관들을 한권의 책으로 묶은 외국 서적, 앤디 워홀 등의 유명 예술가 화집 등 다양하다.

서울도서관은 여느 공공도서관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5개 서울시립도서관을 비롯해 산하 24개의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구립도서관140개 , 작은 도서관 1000개,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도서관, 장애인 도서관 10개 등 총 1200여 개의 도서관을 관장하는 대표도서관이다. 즉, 서울시의 도서관 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다.

서울도서관은 지난 2007년 개정된 도서관법 제22조(지역대표도서관 운영)에 따라 서울시의 직영도서관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 도서관 정책 조사와 연구, 교육과 정책수립, 사서 교육, 도서구입비 지원 등 굵직한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 서울시의 향후 5개년 도서관의 로드맵을 제안한 ‘지식문화도시, 서울’을 위한 도서관 발전종합계획도 서울도서관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렇다고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니다. ‘책읽는 서울’을 모토로 내건 도서관은 시민들과 인근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목요대중강좌’ ‘도서관과 함께하는 책읽기’ ‘한평 시민 책시장’ ‘평양책방:책으로 만나는 월북예술인들’ ‘한 도서관 한 책읽기’, ‘수어교실’ ‘어르신 치매예방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가운데 지난 2014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목요대중강좌’는 매월 특별한 주제의 관련도서를 선정, 저자가 직접 강의하는 독서문화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에는 ‘욜로’(현재의 행복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생활의 조화로운 균형) 등의 트렌드에 맞춰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올해 책의 해를 맞아 지역의 문화공간인 동네서점과 손잡고 작가가 직접 낭독회를 진행하는 ‘동네책방 살리기 프로젝트-우리 동네에 작가가 놀러왔다’를 선보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서울도서관이 대표도서관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데에는 이정수 관장의 역량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관장은 오랜 현장경험과 운영철학으로 국내 도서관 분야에서는 ‘스타 관장’으로 불린다. 지난해 7월 서울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약 11년 동안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본보 7월 23일자 보도>의 수장을 맡아 인문학의 메카로 키워낸 바 있다.

이 관장은 “구립도서관과 달리 서울도서관은 장서와 인력, 예산 등에서 경쟁력이 있는 만큼 보다 큰 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 역점을 둔다”면서 “매년 서울에서 태어나는 7만5000여 명의 출생아를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독서이력제를 도입하는 북스타트 운동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내년부터 신생아를 둔 부모들에게 그림책 2권, 손수건, 독서수첩이 담긴 에코백을 제공해 평생 책을 가까이 하는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관장은 “영국의 소설가 조앤 롤링은 동네 도서관에서 영감을 얻고 집필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를 펴냈다”면서 “공공도서관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책이나 정보를 축적해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문화전승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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