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일본]② 서점 안에 스타벅스..."계산하지 않은 책 편하게 읽으세요"
매체명 : 조선비즈
보도일 : 2018.07.13
[日 유통혁신]② 서점 안에 스타벅스..."계산하지 않은 책 편하게 읽으세요"
서점은 활기가 없는 공간, 책만 파는 매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과 종로에 위치한 교보·영풍문고에 방문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서점 두 곳이다.
일렬로 서 있는 책장에 빽빽히 꽂혀 있는 책. 앉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경제·경영 코너로 이동해 필요한 책을 검색하고 찾기까지 5분여 이상이 걸렸다. 서점 안 조그만 커피숍에는 “계산하지 않은 책은 읽을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필요한 책 두 권만 사서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모바일과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서점은 전 세계적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하고, 아마존 킨들 등 전자책 등장으로 종이책 판매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서점에 방문한 고객 중에 실제 책을 구매하는 비율(구매전환율)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선입견을 깬 곳이 있다. ‘서점은 책만 판매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자 더 많은 고객이 몰렸다. 책장을 비운 곳에 휴식공간을 만들자 매출이 늘어났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Tsutaya Books)’ 이야기다.
츠타야 서점은 처음에는 작은 음반 대여점으로 시작했지만, 책을 매개로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회사로 변신했다. 일본 전역에 1400여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연 매출 2조원의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나라 ‘빅3’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총 점포 수(406개)를 합한 것의 3.5배 규모다.
지난 7일 오전 후쿠오카 츄오구 규슈대학 인근 롯본마츠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을 찾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일본 전역을 강타한 후, 간만에 비가 그친 토요일 오전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서점에 들어선 순간 잠시 착각에 빠졌다.
“아, 스타벅스에 잘못 들어왔나?”
2000평 규모의 서점 한 가운데를 스타벅스가 채우고 있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부부가 눈에 띄었다. 책을 사지 않아도 됐다. 커피를 마시며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온 한 남성은 커피를 음미하며 사진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다.
창립자인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은 최근 자신의 저서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에서 “처음에는 아무도 책을 스타벅스에 갖고 가지 않았다”며 “구매하지 않은 책을 스타벅스에서 읽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얼마 후엔 이런 생각들이 완전히 바뀌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고 말했다. 츠타야 주요 서점 안에는 항상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츠타야 서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의 입장이다.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에 급급해 하지 않는다.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고객은 산다. 가고 싶은 매장을 만들면 고객은 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매장 한 켠에는 트렌디한 주방기기를 비롯한 다양한 다이닝 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만들고 싶은 사람, 먹고 싶은 사람, 배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요리 전문서적과 음식 수필 등 요리를 주제로 한 책들이 놓여있다. 다이닝 용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요리 책 구매로 이어지게 한 전략이다.
분야별 전문가가 골라 놓은 책은 카메라·문구·자전거·옷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용품 브랜드와 같이 판매되고 있었다. 바로 츠타야 서점의 강점인 ‘큐레이션’이다.
이를 따라 지갑을 열다보면 어느새 ‘츠타야식 라이프 스타일’이 완성된다. 츠타야의 포인트 카드 겸 신용카드인 T카드는 고객의 연대감을 높인다. 포인트 적립도 하고, 할인도 받으며, 츠타야가 골라 놓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츠타야의 이런 전략은 ‘빅데이터’가 기반이다. T카드의 가입자 수는 약 5000만명이 넘는다. 일본인 열 명 중 넷이 T카드 회원인 셈이다. 츠타야는 T카드를 통해 대중의 소비 패턴과 취향을 면밀히 파악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인 아마존이 뉴욕 맨해튼에 오프라인 서점을 낸 것도 비슷한 이유다.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객들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서다.
츠타야 서점은 시립도서관의 운영을 맡아 지역 명소로 재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건비와 관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지방 도시가 츠타야 서점을 찾아 위탁운영을 해 달라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츠타야 서점이 출판업계 하락 속에서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서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가현 다케오시립도서관(2013년)을 시작으로 가나가와현 에비나시립도서관(2015년), 미야기현 다가조시립도서관(2016년) 세 곳이 츠타야 스타일로 재개관됐다.
국내 지역사회 안에서 도서관 운영은 그 중요성에 비해 축소되고 입지는 줄고 있다. 독서 인구가 줄면서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낮아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비해 중소도시 및 읍면 지역 거주자들의 도서관 이용률은 취약하다.
다케오시는 인구 5만명 수준의 지방 소도시다. 시민 20%만이 시립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2013년 4월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새롭게 재개관했고, 13개월만에 연간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했다. 이중 40만명은 다른 지역에서 방문까지 할 정도다. 에비나시도 츠타야 서점이 운영을 맡은 후 이용자 수가 1년 만에 1.7배 늘어났다.
츠타야 서점에 대한 고객 신뢰는 신규 사업 진출로 이어졌다. 츠타야 서점은 최근 호텔사업까지 진출했다. 오사카에 ‘고엔 라운지 앤 스테이(GOEN LOUNGE&STAY)’라는 호스텔을 운영한다. 마스다 사장의 오랜 꿈이었다. 호스텔 곳곳은 서적들로 채워졌다. 책을 읽으면서 휴식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
그는 일본 문화, 역사, 전통에 관한 서적과 잡화에 둘러싸인 숙박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 여행과 일상, 그리고 로컬과 글로벌을 연결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부동산에너지인프라그룹 리테일부문장(전무)은 “유통회사에게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오프라인 매장에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쉬고 즐기러 오는 곳으로 만들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유윤정 기자
서점은 활기가 없는 공간, 책만 파는 매장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과 종로에 위치한 교보·영풍문고에 방문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서점 두 곳이다.
일렬로 서 있는 책장에 빽빽히 꽂혀 있는 책. 앉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경제·경영 코너로 이동해 필요한 책을 검색하고 찾기까지 5분여 이상이 걸렸다. 서점 안 조그만 커피숍에는 “계산하지 않은 책은 읽을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필요한 책 두 권만 사서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모바일과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서점은 전 세계적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온라인 서점이 큰 폭의 할인 판매를 하고, 아마존 킨들 등 전자책 등장으로 종이책 판매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서점에 방문한 고객 중에 실제 책을 구매하는 비율(구매전환율)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선입견을 깬 곳이 있다. ‘서점은 책만 판매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자 더 많은 고객이 몰렸다. 책장을 비운 곳에 휴식공간을 만들자 매출이 늘어났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Tsutaya Books)’ 이야기다.
츠타야 서점은 처음에는 작은 음반 대여점으로 시작했지만, 책을 매개로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회사로 변신했다. 일본 전역에 1400여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연 매출 2조원의 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나라 ‘빅3’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총 점포 수(406개)를 합한 것의 3.5배 규모다.
지난 7일 오전 후쿠오카 츄오구 규슈대학 인근 롯본마츠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을 찾았다.
기록적인 폭우가 일본 전역을 강타한 후, 간만에 비가 그친 토요일 오전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서점에 들어선 순간 잠시 착각에 빠졌다.
“아, 스타벅스에 잘못 들어왔나?”
2000평 규모의 서점 한 가운데를 스타벅스가 채우고 있었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부부가 눈에 띄었다. 책을 사지 않아도 됐다. 커피를 마시며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온 한 남성은 커피를 음미하며 사진과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다.
창립자인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은 최근 자신의 저서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에서 “처음에는 아무도 책을 스타벅스에 갖고 가지 않았다”며 “구매하지 않은 책을 스타벅스에서 읽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얼마 후엔 이런 생각들이 완전히 바뀌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고 말했다. 츠타야 주요 서점 안에는 항상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츠타야 서점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의 입장이다.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에 급급해 하지 않는다.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고객은 산다. 가고 싶은 매장을 만들면 고객은 온다”는 믿음 때문이다.
매장 한 켠에는 트렌디한 주방기기를 비롯한 다양한 다이닝 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만들고 싶은 사람, 먹고 싶은 사람, 배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요리 전문서적과 음식 수필 등 요리를 주제로 한 책들이 놓여있다. 다이닝 용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요리 책 구매로 이어지게 한 전략이다.
분야별 전문가가 골라 놓은 책은 카메라·문구·자전거·옷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용품 브랜드와 같이 판매되고 있었다. 바로 츠타야 서점의 강점인 ‘큐레이션’이다.
이를 따라 지갑을 열다보면 어느새 ‘츠타야식 라이프 스타일’이 완성된다. 츠타야의 포인트 카드 겸 신용카드인 T카드는 고객의 연대감을 높인다. 포인트 적립도 하고, 할인도 받으며, 츠타야가 골라 놓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츠타야의 이런 전략은 ‘빅데이터’가 기반이다. T카드의 가입자 수는 약 5000만명이 넘는다. 일본인 열 명 중 넷이 T카드 회원인 셈이다. 츠타야는 T카드를 통해 대중의 소비 패턴과 취향을 면밀히 파악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기업인 아마존이 뉴욕 맨해튼에 오프라인 서점을 낸 것도 비슷한 이유다.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객들의 취향과 행동 패턴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서다.
츠타야 서점은 시립도서관의 운영을 맡아 지역 명소로 재탄생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건비와 관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지방 도시가 츠타야 서점을 찾아 위탁운영을 해 달라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츠타야 서점이 출판업계 하락 속에서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며 서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가현 다케오시립도서관(2013년)을 시작으로 가나가와현 에비나시립도서관(2015년), 미야기현 다가조시립도서관(2016년) 세 곳이 츠타야 스타일로 재개관됐다.
국내 지역사회 안에서 도서관 운영은 그 중요성에 비해 축소되고 입지는 줄고 있다. 독서 인구가 줄면서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낮아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비해 중소도시 및 읍면 지역 거주자들의 도서관 이용률은 취약하다.
다케오시는 인구 5만명 수준의 지방 소도시다. 시민 20%만이 시립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2013년 4월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새롭게 재개관했고, 13개월만에 연간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했다. 이중 40만명은 다른 지역에서 방문까지 할 정도다. 에비나시도 츠타야 서점이 운영을 맡은 후 이용자 수가 1년 만에 1.7배 늘어났다.
츠타야 서점에 대한 고객 신뢰는 신규 사업 진출로 이어졌다. 츠타야 서점은 최근 호텔사업까지 진출했다. 오사카에 ‘고엔 라운지 앤 스테이(GOEN LOUNGE&STAY)’라는 호스텔을 운영한다. 마스다 사장의 오랜 꿈이었다. 호스텔 곳곳은 서적들로 채워졌다. 책을 읽으면서 휴식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
그는 일본 문화, 역사, 전통에 관한 서적과 잡화에 둘러싸인 숙박 공간을 통해 사람과 사람, 여행과 일상, 그리고 로컬과 글로벌을 연결하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정동섭 딜로이트안진 부동산에너지인프라그룹 리테일부문장(전무)은 “유통회사에게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은 상당히 중요하다”며 “오프라인 매장에 물건을 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쉬고 즐기러 오는 곳으로 만들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유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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