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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출판 비즈니스 모델” 어떻게 달라지나
매체명 : 문학뉴스
보도일 : 2018.06.22
“출판 비즈니스 모델” 어떻게 달라지나
2018 책의 해 ‘책 생태계 비전포럼’ 4차 행사가 2018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열렸다. 도서전 3일째인 22일 오전 10시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이날 주제는 <출판 비즈니스의 모델>이었다.
출판평론가 장동석의 사회로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와 한국출판콘텐츠의 김혜영 전략기획팀장 등이 발표에 나섰다. 주제발표에 나선 장은수 대표는 “멤버십 비즈니스 시대의 출판”에 대해서, 김혜영 팀장은 “해외의 최신 출판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출판 비즈니스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장은수 대표는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을 인용하며, 오늘날 “마케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연결성이다.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채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사회는 책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게임의 모든 규칙을 바꾼다”라고 새로운 출판 비즈니스의 출현을 제시했다. 영세성 등 여러 이유로 초연결사회에 적합한 혁신에 실패한 물리적 서점들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도서만 판매하는 순수서점 숫자는 2017년 말 현재 1,536곳으로 2013년 1,625곳보다 89곳이 감소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출판산업의 특성상, 마케팅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독자를 충분히 발견할 수 없다면 출판의 사업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 줄어드는 서점 공간을 점유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고, 여러 형태의 광고 등을 통해 발견성을 확보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이 일반화되면서, 책을 출판한 후에 독자들 찾아 나서는 방식의 기존 출판 모델은 갈수록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출판사들은 책의 생산에서 판매 이후까지 독자와 연결성을 고민하는 프로세스 혁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출판의 전통적 마케팅 방식, 즉 책을 출판하고 나서 독자를 발견하는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책을 출판하기 전에 독자를 개발하고 관리하며 충성도를 높인 후 출판은 나중에 하는 모델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블로그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해 독자를 확보하고 난 다음에 책을 출판하는 관행이 하나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리적인 책의 생산을 기능적인 옵션으로 생각하면서 출판사의 사업 영역을 읽기 서비스 중심의 수직 통합적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동진의 빨간 책방(위즈덤하우스), 라디오책다방(창비)과 같은 출판사 자체 미디어와 열린책들 페이스북 페이지는 물론이고, 민음사와 웅진의 북클럽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독자들을 이미 확보한 이들 미디어는 콘텐츠 중심의 충성도 높은 독자들로 이루어진 강력한 커뮤니티를 생성하는데, 이는 홍보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독자 커뮤니티의 크기가 일정 수준에 이른 후에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 보여주듯 저자와 독자를 직접 연결하고 전자 콘텐츠 구독이나 판매 같은 비즈니스 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읽기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독자를 미리 확보하고 출판은 나중에 하거나, 이미 개발된 콘텐츠를 재활용함으로써 충성 독자들을 찾아내는 멤버십 출판 모델의 장점 중 하나는 예측 가능한 판매에 근거를 둔 안정적 현금 흐름의 확보다. 멤버십 출판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독자들과 직접 연결을 확보함으로써 독자들이 바라는 콘텐츠 수요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할 경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멤버십 출판 모델의 세 번째 장점은 출판사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콘텐츠 가치에 따른 보상을 확실하게 만듦으로써 출판사의 일하는 방식을 최적화한다는 점이다. 가입을 통한 커뮤니티 구축 이후, 독자들은 출판사에 자신들 요구 사항을 지속해서 전달할 수 있으며, 편집자들은 독자들의 아이디어를 면밀히 검토하여 이에 충실하게 대응하게 된다. 멤버십 출판 모델의 네 번째 장점은 독자들의 평생 고객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데 있다. 멤버십을 구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특정한 시점에, 독자를 대상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풍부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민음북클럽 등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독자들한테 회비를 받는 것은 출판사에서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며, 독특한 독자 공동체를 함께 이루고 거기에 속해 있다는 귀속감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출판사 브랜드에 대한 열혈 독자의 존재는 멤버십 비즈니스의 성공에 강렬한 동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멤버십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멤버십 비즈니스의 진짜 성패는 출판사 측에서 매력적인 혜택을 제공했을 때 기꺼이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간 수준의 독자들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열혈 독자들과 달리 중간 독자들은 빠른 속도로 멤버십에 진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기획함으로써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입소문을 유도해야 한다. 출판 멤버십 모델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단기적 과정이라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여야 하는 점진적 과정이다. 이 때문에 마케팅 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작은 출판사들이 멤버십 모델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소수 독자에 기반을 둔 전문서 출판사나 좁은 세분 시장을 표적으로 하는 소출판사일수록 팟캐스트 등 소셜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독자와 직접 연결고리를 확보해 출판사 콘텐츠에 대한 참여도가 높은 충성 독자를 개발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출판사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출판사가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 중 하나가 소셜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소셜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사실에 역행하는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도 현실적이지 않다. 소셜 플랫폼을 독자 획득 기회, 즉 잠재적인 충성 독자를 개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소셜 플랫폼 활용의 성공 척도는 ‘좋아요’ 숫자라기보다는 독자 멤버십의 확보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점이어야 한다. 소셜 플랫폼은 독자라는 고기를 낚는 거대한 바다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출판은 책의 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통하는 친구들 사이의 가치 공동체로 진화 중이다. 연결의 시대에는 연결 가치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시인 김행숙의 말을 빌리면,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만날 수 있는 “마주침의 발명”을 모든 곳에서 시도해야 한다. 멤버십 출판 모델은 그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김혜영 팀장은 해외 출판 시장 비즈니스 모델과 트렌드를 정리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아 출판 콘텐츠 서비스 모델도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독 서비스, 멤버십 서비스, 프리미엄 서비스, 연재나 콘텐츠 쪼개기로 소액결제 도입, Pay per Use(이용한 만큼 결제) 등으로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출판 기술면에서도 자가출판이나, 번들형, 클라우딩 펀드(주로 선주문형), D2C, 블록체인 등 여러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트렌드면에서 전자출판 시장이 여전히 크긴 하지만 오디오북의 상승세도 놀랍다. 구독서비스의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스트리밍, 다운로드, 기간한정 접속, 구매권 제공 등 방식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확대 면에서도 단편 콘텐츠, 연재, 채팅형 콘텐츠 등 모바일 독자에 맞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 발표는 휴머니스트 김한밀 과장이 “독자 지원 서비스로서의 팟캐스트 관리”에서 휴머니스트가 운영한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한 사례를 발표했다. 2013년 10년 만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완간하는 시점에 이 책을 토대로 팟캐스트를 운영하게 되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진행을 맡고 저자 박시백을 비롯해 역사학자 신병주, 인문학자 남경태 등이 참여했다. 1년 동안 87회 방송을 했고 누적 다운로드가 350만 건에 달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활발한 피드백이란 면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팟캐스트를 통해 모인 잠재 고객을 기반으로 역사 도서 큐레이션 성격의 팟캐스트도 시도했다. 휴머니스트 두 번째 팟캐스트로 2016년 3월 시작한 저자와 함께하는 <독자적인 책 수다>이었다. 김학원 대표와 알라딘 인문 MD인 박태근씨가 진행을 맡았다. 독자와 접점을 매개로 책 읽기, 토론 모임을 방송에 참여시켰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 비해 성장세는 더딘 편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2018년 1월 휴머니스트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또 하나의 채널을 오픈했다. 동양 고전 <논어> 함께 읽어보기다. 인문학 강좌가 아니라 하루에 한 편 원문을 보고 독음과 해설에 따라 읽으며 완독해 나가는 즐거움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콘텐츠다. 네이버가 KTB네트워크와 함께 결성한 펀드에서 하루 15분 내외의 오디오 콘텐츠 <논어백독>을 만들어 이 콘텐츠의 가치에 주목했다.
다음 사례로 한림출판사 박찬수 이사는 “어린이 책 독자를 위한 출판 콘텐츠 다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한림출판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하면서 어린이 책의 성격상 도서관을 통한 독자 만나기에 주력했고 구체적인 도서관 지원 프로그램으로 책놀이 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 작가 강연과 체험활동, 독자감동 프로젝트,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음으로 출판 콘텐츠의 다양화도 시도했다. 다국어 그림책, 멀티 동화, 빅북, 미니북, 오디오 북 등 다양한 시도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고자 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크립션 비즈니스의 미래”를 통해 기존의 출판에서 벗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퍼블리(Publy)는 플랫폼으로서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콘텐츠를 유료화하고 파는 것에 집중해 구독서비스 제공을 통한 독자와 출판사를 연결하는 일을 소개했다.
이날 포럼은 출판 비즈니스 모델의 변모하는 일면을 살펴보았다. 전통 출판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어느 순간 흑백 TV가 컬러 TV로 바뀌었듯이 순식간에 바뀐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7월에 만나는 책 생태계 포럼은 26일 <서점, 독자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서점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 이성봉 기자 sblee@munhaknews.com
2018 책의 해 ‘책 생태계 비전포럼’ 4차 행사가 2018 서울국제도서전 행사장에서 열렸다. 도서전 3일째인 22일 오전 10시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이날 주제는 <출판 비즈니스의 모델>이었다.
출판평론가 장동석의 사회로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와 한국출판콘텐츠의 김혜영 전략기획팀장 등이 발표에 나섰다. 주제발표에 나선 장은수 대표는 “멤버십 비즈니스 시대의 출판”에 대해서, 김혜영 팀장은 “해외의 최신 출판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출판 비즈니스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장은수 대표는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을 인용하며, 오늘날 “마케팅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는 연결성이다.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채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사회는 책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게임의 모든 규칙을 바꾼다”라고 새로운 출판 비즈니스의 출현을 제시했다. 영세성 등 여러 이유로 초연결사회에 적합한 혁신에 실패한 물리적 서점들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도서만 판매하는 순수서점 숫자는 2017년 말 현재 1,536곳으로 2013년 1,625곳보다 89곳이 감소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출판산업의 특성상, 마케팅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독자를 충분히 발견할 수 없다면 출판의 사업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 줄어드는 서점 공간을 점유하는 데 추가 비용이 들고, 여러 형태의 광고 등을 통해 발견성을 확보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이 일반화되면서, 책을 출판한 후에 독자들 찾아 나서는 방식의 기존 출판 모델은 갈수록 비효율적으로 변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출판사들은 책의 생산에서 판매 이후까지 독자와 연결성을 고민하는 프로세스 혁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출판의 전통적 마케팅 방식, 즉 책을 출판하고 나서 독자를 발견하는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책을 출판하기 전에 독자를 개발하고 관리하며 충성도를 높인 후 출판은 나중에 하는 모델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블로그 등 소셜 플랫폼을 통해 독자를 확보하고 난 다음에 책을 출판하는 관행이 하나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리적인 책의 생산을 기능적인 옵션으로 생각하면서 출판사의 사업 영역을 읽기 서비스 중심의 수직 통합적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동진의 빨간 책방(위즈덤하우스), 라디오책다방(창비)과 같은 출판사 자체 미디어와 열린책들 페이스북 페이지는 물론이고, 민음사와 웅진의 북클럽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독자들을 이미 확보한 이들 미디어는 콘텐츠 중심의 충성도 높은 독자들로 이루어진 강력한 커뮤니티를 생성하는데, 이는 홍보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독자 커뮤니티의 크기가 일정 수준에 이른 후에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 보여주듯 저자와 독자를 직접 연결하고 전자 콘텐츠 구독이나 판매 같은 비즈니스 행위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읽기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독자를 미리 확보하고 출판은 나중에 하거나, 이미 개발된 콘텐츠를 재활용함으로써 충성 독자들을 찾아내는 멤버십 출판 모델의 장점 중 하나는 예측 가능한 판매에 근거를 둔 안정적 현금 흐름의 확보다. 멤버십 출판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독자들과 직접 연결을 확보함으로써 독자들이 바라는 콘텐츠 수요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할 경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멤버십 출판 모델의 세 번째 장점은 출판사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콘텐츠 가치에 따른 보상을 확실하게 만듦으로써 출판사의 일하는 방식을 최적화한다는 점이다. 가입을 통한 커뮤니티 구축 이후, 독자들은 출판사에 자신들 요구 사항을 지속해서 전달할 수 있으며, 편집자들은 독자들의 아이디어를 면밀히 검토하여 이에 충실하게 대응하게 된다. 멤버십 출판 모델의 네 번째 장점은 독자들의 평생 고객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데 있다. 멤버십을 구축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특정한 시점에, 독자를 대상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풍부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민음북클럽 등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독자들한테 회비를 받는 것은 출판사에서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며, 독특한 독자 공동체를 함께 이루고 거기에 속해 있다는 귀속감을 불어넣는 방법이다.
출판사 브랜드에 대한 열혈 독자의 존재는 멤버십 비즈니스의 성공에 강렬한 동기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멤버십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는 어렵다. 멤버십 비즈니스의 진짜 성패는 출판사 측에서 매력적인 혜택을 제공했을 때 기꺼이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간 수준의 독자들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열혈 독자들과 달리 중간 독자들은 빠른 속도로 멤버십에 진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시험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기획함으로써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입소문을 유도해야 한다. 출판 멤버십 모델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단기적 과정이라기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여야 하는 점진적 과정이다. 이 때문에 마케팅 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작은 출판사들이 멤버십 모델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소수 독자에 기반을 둔 전문서 출판사나 좁은 세분 시장을 표적으로 하는 소출판사일수록 팟캐스트 등 소셜 플랫폼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독자와 직접 연결고리를 확보해 출판사 콘텐츠에 대한 참여도가 높은 충성 독자를 개발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출판사의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출판사가 가장 먼저 고려할 사항 중 하나가 소셜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소셜 플랫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사실에 역행하는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도 현실적이지 않다. 소셜 플랫폼을 독자 획득 기회, 즉 잠재적인 충성 독자를 개발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소셜 플랫폼 활용의 성공 척도는 ‘좋아요’ 숫자라기보다는 독자 멤버십의 확보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점이어야 한다. 소셜 플랫폼은 독자라는 고기를 낚는 거대한 바다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출판은 책의 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이 통하는 친구들 사이의 가치 공동체로 진화 중이다. 연결의 시대에는 연결 가치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시인 김행숙의 말을 빌리면, 언제, 어디에서나 책을 만날 수 있는 “마주침의 발명”을 모든 곳에서 시도해야 한다. 멤버십 출판 모델은 그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김혜영 팀장은 해외 출판 시장 비즈니스 모델과 트렌드를 정리하면서 디지털 시대를 맞아 출판 콘텐츠 서비스 모델도 다양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독 서비스, 멤버십 서비스, 프리미엄 서비스, 연재나 콘텐츠 쪼개기로 소액결제 도입, Pay per Use(이용한 만큼 결제) 등으로 서비스도 다양해졌다. 출판 기술면에서도 자가출판이나, 번들형, 클라우딩 펀드(주로 선주문형), D2C, 블록체인 등 여러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트렌드면에서 전자출판 시장이 여전히 크긴 하지만 오디오북의 상승세도 놀랍다. 구독서비스의 측면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스트리밍, 다운로드, 기간한정 접속, 구매권 제공 등 방식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자확대 면에서도 단편 콘텐츠, 연재, 채팅형 콘텐츠 등 모바일 독자에 맞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 발표는 휴머니스트 김한밀 과장이 “독자 지원 서비스로서의 팟캐스트 관리”에서 휴머니스트가 운영한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한 사례를 발표했다. 2013년 10년 만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완간하는 시점에 이 책을 토대로 팟캐스트를 운영하게 되었다.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진행을 맡고 저자 박시백을 비롯해 역사학자 신병주, 인문학자 남경태 등이 참여했다. 1년 동안 87회 방송을 했고 누적 다운로드가 350만 건에 달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활발한 피드백이란 면에서 매우 고무적이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팟캐스트를 통해 모인 잠재 고객을 기반으로 역사 도서 큐레이션 성격의 팟캐스트도 시도했다. 휴머니스트 두 번째 팟캐스트로 2016년 3월 시작한 저자와 함께하는 <독자적인 책 수다>이었다. 김학원 대표와 알라딘 인문 MD인 박태근씨가 진행을 맡았다. 독자와 접점을 매개로 책 읽기, 토론 모임을 방송에 참여시켰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에 비해 성장세는 더딘 편이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2018년 1월 휴머니스트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또 하나의 채널을 오픈했다. 동양 고전 <논어> 함께 읽어보기다. 인문학 강좌가 아니라 하루에 한 편 원문을 보고 독음과 해설에 따라 읽으며 완독해 나가는 즐거움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콘텐츠다. 네이버가 KTB네트워크와 함께 결성한 펀드에서 하루 15분 내외의 오디오 콘텐츠 <논어백독>을 만들어 이 콘텐츠의 가치에 주목했다.
다음 사례로 한림출판사 박찬수 이사는 “어린이 책 독자를 위한 출판 콘텐츠 다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한림출판사의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하면서 어린이 책의 성격상 도서관을 통한 독자 만나기에 주력했고 구체적인 도서관 지원 프로그램으로 책놀이 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 작가 강연과 체험활동, 독자감동 프로젝트,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다음으로 출판 콘텐츠의 다양화도 시도했다. 다국어 그림책, 멀티 동화, 빅북, 미니북, 오디오 북 등 다양한 시도로 독자들에게 다가서고자 했다.
박소령 퍼블리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크립션 비즈니스의 미래”를 통해 기존의 출판에서 벗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퍼블리(Publy)는 플랫폼으로서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했다. 콘텐츠를 유료화하고 파는 것에 집중해 구독서비스 제공을 통한 독자와 출판사를 연결하는 일을 소개했다.
이날 포럼은 출판 비즈니스 모델의 변모하는 일면을 살펴보았다. 전통 출판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어느 순간 흑백 TV가 컬러 TV로 바뀌었듯이 순식간에 바뀐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7월에 만나는 책 생태계 포럼은 26일 <서점, 독자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서점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 이성봉 기자 sblee@munh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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