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일본]자습 ‘금지’한 日 도서관들… “여기는 자습실이 아닙니다”
매체명 : 국민일보
보도일 : 2018.05.29
자습 ‘금지’한 日 도서관들… “여기는 자습실이 아닙니다”
“이곳은 자습하는 곳이 아닙니다.”
얼핏 장시간 이용 고객으로 고심 중인 한국의 어느 카페가 걸어뒀을 법한 이 문구는 일본의 공립도서관이 웹사이트에 공지한 문장이다. 한국에선 시험시간 등에 교과서와 참고서를 갖고 도서관에 가 공부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일본에서는 자습이 ‘금지’된 도서관이 많다. 편의점이나 푸드코드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다. 아사히신문의 인터넷 매체 위드뉴스는 28일 오랜 기간 자습을 금지해온 일본의 도서관 제도에 대해 전했다.
◇“여기는 자습실이 아닙니다”
일본 도쿄 도립도서관 웹사이트에는 “자료를 가져와 자리만 이용하는 것을 삼가주십시오”라고 공지돼있다. 도서관 직원은 “교과서나 참고서만 가져와 자습하러 오는 분들에게 이곳에는 자습실이 없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시에는 자습실이 있는 중앙도서관을 제외하고는 12개 시립 도서관에서 자습을 금지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후쿠시마 타츠노리 부관장은 “자습하는 사람들은 반나절 혹은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역사에 정통한 일본 게이오대 네모토 아키라 문헌정보학 교수는 “대도시의 도서관들은 고도성장기에 비교적 빠르게 지어진 것이 많다”며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간을 오래 차지하는) 자습을 배제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일반 도서관에서 공부하려는 이용자들에게서는 “왜 공부를 하면 안 되느냐”라는 항의를 받아왔다. 반대로 암묵적으로 자습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일반 이용자들에게서 “자리가 없으니 양보하라”는 불만이 새어나오곤 했다.
◇1921년 신문에 실린 “요즘 도서관은…”
일본에서 자습은 과거부터도 논란이었다. 1921년 도쿄아사히신문의 독자투고란에는 “요즘은 고등학교 입학시험, 대학 시험 등으로 인해 우에노의 도서관은 오전 6시까지 가지 않으면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는 글이 실렸다.
공익 사단법인 일본도서관협회는 1970년에 마련한 지침에 “(도서관은) 좌석과 책상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1989년에는 ‘공립 도서관의 임무와 목표’에 대해 “자습 자리 마련은 도서관 서비스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도서관에서의 자습은 집에서의 자습과 다르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난다. 일본도서관협회의 니시노 카즈오 부이사장은 “시대와 함께 도서관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치현 타바라시 중앙도서관은 트위터에 “모두 시험 공부하러 오세요!”라고 알리고 있다. 이곳에는 자습이 가능한 350석의 자리가 있다. 도요다 타카히로 관장은 “무엇보다 도서관에 와 여러 사람들과 지식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사카시는 지난 3월 시내 24개 시립도서관 중 20개 도서관에서 자습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도쿄 무사시노시의 도서관 ‘무사시노 플레이스’는 어린이들이 대화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도서관은 편의점에 머물거나 푸드코트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네모토 교수는 도서관에서의 자습은 집에서의 자습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학교 교육은 암기만이 아니라 조사 및 탐구형 학습을 중시하고 있다”며 “도서관에는 여러 자료들이 있어 집에서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배움이 보다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이곳은 자습하는 곳이 아닙니다.”
얼핏 장시간 이용 고객으로 고심 중인 한국의 어느 카페가 걸어뒀을 법한 이 문구는 일본의 공립도서관이 웹사이트에 공지한 문장이다. 한국에선 시험시간 등에 교과서와 참고서를 갖고 도서관에 가 공부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일본에서는 자습이 ‘금지’된 도서관이 많다. 편의점이나 푸드코드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볼 수 있다. 아사히신문의 인터넷 매체 위드뉴스는 28일 오랜 기간 자습을 금지해온 일본의 도서관 제도에 대해 전했다.
◇“여기는 자습실이 아닙니다”
일본 도쿄 도립도서관 웹사이트에는 “자료를 가져와 자리만 이용하는 것을 삼가주십시오”라고 공지돼있다. 도서관 직원은 “교과서나 참고서만 가져와 자습하러 오는 분들에게 이곳에는 자습실이 없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시에는 자습실이 있는 중앙도서관을 제외하고는 12개 시립 도서관에서 자습을 금지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후쿠시마 타츠노리 부관장은 “자습하는 사람들은 반나절 혹은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도서관 역사에 정통한 일본 게이오대 네모토 아키라 문헌정보학 교수는 “대도시의 도서관들은 고도성장기에 비교적 빠르게 지어진 것이 많다”며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시간을 오래 차지하는) 자습을 배제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일반 도서관에서 공부하려는 이용자들에게서는 “왜 공부를 하면 안 되느냐”라는 항의를 받아왔다. 반대로 암묵적으로 자습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일반 이용자들에게서 “자리가 없으니 양보하라”는 불만이 새어나오곤 했다.
◇1921년 신문에 실린 “요즘 도서관은…”
일본에서 자습은 과거부터도 논란이었다. 1921년 도쿄아사히신문의 독자투고란에는 “요즘은 고등학교 입학시험, 대학 시험 등으로 인해 우에노의 도서관은 오전 6시까지 가지 않으면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다”는 글이 실렸다.
공익 사단법인 일본도서관협회는 1970년에 마련한 지침에 “(도서관은) 좌석과 책상만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1989년에는 ‘공립 도서관의 임무와 목표’에 대해 “자습 자리 마련은 도서관 서비스의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도서관에서의 자습은 집에서의 자습과 다르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도 나타난다. 일본도서관협회의 니시노 카즈오 부이사장은 “시대와 함께 도서관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치현 타바라시 중앙도서관은 트위터에 “모두 시험 공부하러 오세요!”라고 알리고 있다. 이곳에는 자습이 가능한 350석의 자리가 있다. 도요다 타카히로 관장은 “무엇보다 도서관에 와 여러 사람들과 지식을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사카시는 지난 3월 시내 24개 시립도서관 중 20개 도서관에서 자습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도쿄 무사시노시의 도서관 ‘무사시노 플레이스’는 어린이들이 대화하며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도서관은 편의점에 머물거나 푸드코트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네모토 교수는 도서관에서의 자습은 집에서의 자습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학교 교육은 암기만이 아니라 조사 및 탐구형 학습을 중시하고 있다”며 “도서관에는 여러 자료들이 있어 집에서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배움이 보다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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