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경남]지역 황폐화 막으려면 지역 스스로 목소리 높여야
매체명 : 부산일보
보도일 : 2018.05.24
[진주문고가 보여 주는 '지역서점 살길'] 지역 황폐화 막으려면 지역 스스로 목소리 높여야
지난 21일 오전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3층. 5개월 리뉴얼 공사로 새로 생긴 3층 200여 평 서가를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 책들이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왔다. 진주문고의 강점 '편집 배열' 덕분이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코너에 눈길이 갔다. 지방선거를 앞둔 독자들의 선택권을 다양하게 열어둔 코너.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보수의 정신> 등의 책과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등을 함께 진열해뒀다. 201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했을 땐 도 나란히 진열한 적이 있다.
온라인서점 판매 공세 맞서
편집배열 방식으로 책 진열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 기획·진행
독서 인구 많이 줄었지만
트렌드 서점 우후죽순 개·폐업
동네책방 지속성 유지하려면
책과 연계한 컬래버 활동 중요
이병진 진주문고 2팀장은 "생각의 고리가 될 수 있는 책을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이런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서점의 강점이 알고리즘으로 맞춤형 책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진주문고가 내세우는 지역 서점의 강점은 공동체의 관심사를 반영한 편집 배열이다. 페미니즘 서가, 글쓰기 서가 등 주제별로 구분도 돼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코너에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6월 항쟁> <금요일엔 돌아오렴> <슬퍼할 권리>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등이 모여 있는 식이다.
책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본격적인 공간은 2층 여서재다. 여서재는 서점을 찾는 지역민들과 문화 콘텐츠를 나누기 위한 커뮤니티 공간. 리뉴얼로 새로 단장한 이후 매주 철학 역사 문학 등 정기 아카데미가 열리고, 작가 초청 강연회도 한 달에 2회 이상 열린다. 지역의 독서동아리, 북클럽을 위한 공간도 지원한다. 진주문고 여서재 담당 김남웅 팀장은 "여서재는 중형서점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문고는 지난해 '이제는 지역이다' 기획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했다. '시골에서 사전 짓는 도서관' 등 지역을 고집스레 지켜온 다양한 경력의 강사들이 그들의 세계관을 풀어냈다. 서울과 서울 아닌 곳으로 나뉜 대한민국에선 지역은 황폐화되고 서울은 집중화되고 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역 서점, 지역 출판사를 내세우는 건 우리가 우리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구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영복 선생은 책 <담론>에서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여 대표는 "서울식의 삶이 아니라 우리식의 행복함을 추구하자는 취지였고, 차별받지 않으려면 우리가 우리를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점을 하면서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의 관계에 마음을 내는 일은 책방 주인의 또 다른 기쁨이다. SNS로 세상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시대. 진주문고의 기획 프로그램에서뿐 아니라 책방을 다녀간 고수의 발걸음을 느끼는 것도 그의 은밀한 기쁨 중 하나다.
진주문고 단골 고객이자 여 대표의 30년 지기 정원각 씨는 페이스북에 '큰 서점으로 책 장사만 했다면 진주의 자랑으로 남지 못했겠지만,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했기 때문에 오늘의 진주문고가 됐다'는 글을 남겼다.
책 읽는 이들이 줄면서 서점의 시름은 깊어가지만, 동네 책방은 때아닌 전성기다. 작은 책방을 표방한 트렌드 서점은 전국 500개에 이를 만큼 눈 뜨면 생기고, 눈 뜨면 문을 닫기도 한다.
여 대표는 "출판계가 위축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됐던 고급 인력과 작가들이 트렌드 서점을 열기 시작하면서 트렌드 서점의 수준은 엄청나게 높아졌지만, 유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책을 파는 공간이 많아지는 건 대환영이지만, 책 읽는 사람이 없어 자체 구조로는 지속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독서 인구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라며 "고객 확보를 위해 책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 등 다양한 컬래버 활동으로 동네 책방들이 지속 가능성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지난 21일 오전 경남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 3층. 5개월 리뉴얼 공사로 새로 생긴 3층 200여 평 서가를 천천히 둘러보는 동안 책들이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왔다. 진주문고의 강점 '편집 배열' 덕분이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코너에 눈길이 갔다. 지방선거를 앞둔 독자들의 선택권을 다양하게 열어둔 코너.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보수의 정신> 등의 책과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등을 함께 진열해뒀다. 2016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했을 땐 도 나란히 진열한 적이 있다.
온라인서점 판매 공세 맞서
편집배열 방식으로 책 진열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행사 기획·진행
독서 인구 많이 줄었지만
트렌드 서점 우후죽순 개·폐업
동네책방 지속성 유지하려면
책과 연계한 컬래버 활동 중요
이병진 진주문고 2팀장은 "생각의 고리가 될 수 있는 책을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이런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서점의 강점이 알고리즘으로 맞춤형 책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진주문고가 내세우는 지역 서점의 강점은 공동체의 관심사를 반영한 편집 배열이다. 페미니즘 서가, 글쓰기 서가 등 주제별로 구분도 돼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코너에는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6월 항쟁> <금요일엔 돌아오렴> <슬퍼할 권리>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 등이 모여 있는 식이다.
책과 사람의 거리를 좁히는 본격적인 공간은 2층 여서재다. 여서재는 서점을 찾는 지역민들과 문화 콘텐츠를 나누기 위한 커뮤니티 공간. 리뉴얼로 새로 단장한 이후 매주 철학 역사 문학 등 정기 아카데미가 열리고, 작가 초청 강연회도 한 달에 2회 이상 열린다. 지역의 독서동아리, 북클럽을 위한 공간도 지원한다. 진주문고 여서재 담당 김남웅 팀장은 "여서재는 중형서점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문고는 지난해 '이제는 지역이다' 기획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했다. '시골에서 사전 짓는 도서관' 등 지역을 고집스레 지켜온 다양한 경력의 강사들이 그들의 세계관을 풀어냈다. 서울과 서울 아닌 곳으로 나뉜 대한민국에선 지역은 황폐화되고 서울은 집중화되고 있다.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는 "지역 서점, 지역 출판사를 내세우는 건 우리가 우리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누구도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영복 선생은 책 <담론>에서 '변화와 창조는 중심부가 아닌 변방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여 대표는 "서울식의 삶이 아니라 우리식의 행복함을 추구하자는 취지였고, 차별받지 않으려면 우리가 우리를 더 잘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점을 하면서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과의 관계에 마음을 내는 일은 책방 주인의 또 다른 기쁨이다. SNS로 세상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시대. 진주문고의 기획 프로그램에서뿐 아니라 책방을 다녀간 고수의 발걸음을 느끼는 것도 그의 은밀한 기쁨 중 하나다.
진주문고 단골 고객이자 여 대표의 30년 지기 정원각 씨는 페이스북에 '큰 서점으로 책 장사만 했다면 진주의 자랑으로 남지 못했겠지만,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했기 때문에 오늘의 진주문고가 됐다'는 글을 남겼다.
책 읽는 이들이 줄면서 서점의 시름은 깊어가지만, 동네 책방은 때아닌 전성기다. 작은 책방을 표방한 트렌드 서점은 전국 500개에 이를 만큼 눈 뜨면 생기고, 눈 뜨면 문을 닫기도 한다.
여 대표는 "출판계가 위축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됐던 고급 인력과 작가들이 트렌드 서점을 열기 시작하면서 트렌드 서점의 수준은 엄청나게 높아졌지만, 유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책을 파는 공간이 많아지는 건 대환영이지만, 책 읽는 사람이 없어 자체 구조로는 지속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독서 인구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라며 "고객 확보를 위해 책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 등 다양한 컬래버 활동으로 동네 책방들이 지속 가능성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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