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세대공감]아르헨티나의 동네서점
매체명 : 경남도민일보
보도일 : 2018.05.25
[세대공감]아르헨티나의 동네서점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인구 한 명당 서점 수가 가장 많은 도시다. 나는 이 도시 여행을 준비하면서 다른 관광지보다 서점들을 구경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여행하면서 돌아다녀 보니 한 골목 걸러 한 골목마다 작은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점이 마치 우리나라 편의점 수만큼 많았다. 평일 낮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점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부러웠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책을 읽고 소비하는 층이 탄탄한 것 같았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은 우리나라처럼 대형서점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는 식당이 자신만의 독특한 메뉴로 손님을 유혹하는 것처럼 이곳의 서점도 자신만의 콘셉트를 가지고 독서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규모는 대부분 작았고, 오래된 서점이 대부분이었다. 또 우리나라의 대형서점처럼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모든 분야의 책을 빠짐없이 갖추어 놓고 파는 게 아니었다. 주인이 직접 고른 듯한,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들을 골라 팔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도책만을 파는 서점이 있는가 하면 소설책만 파는 '문학전문서점', 카페를 겸한 가벼운 느낌의 서점, 예술과 건축에 관한 온갖 책을 구비한 서점 등이 있었고,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콘셉트를 자랑했다. 우리나라 서점이 다양한 음식을 갖추어 놓고 파는 '푸드코트형 서점'이라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은 한 가지 혹은 두세 가지 메뉴를 공들여 만들어내는 '동네맛집형 서점'인 셈이다.
이런 '동네맛집형 서점'이 오랜 시간동안 찾아와주는 단골손님 덕택에 가게를 유지하는 것처럼 이곳의 서점들도 단골 고객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다. 참 부러운 광경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주를 이루던 우리나라에도 최근 특징을 가진 이른바 동네서점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 서점들은 1인출판사나 지역출판사 혹은 독립출판사들의 책을 만나볼 수 있고, 독특한 책 선별 방식으로 독서인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런 동네서점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들만큼 오랜 시간 많은 손님을 끌어당기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이런 동네서점들이 제발 그 자리에 오래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동네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동네서점이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첫째, 아주 당연한 얘기겠지만 책을 실제로 읽는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실제로' 읽는 인구라고 쓴 이유는 요즘 책을 읽기 위해 사는 것보다 '보기' 위해 혹은 구경하기 위해 서점에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서점에 읽을 책을 사러 가기보다는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기러 가는 젊은층들이 많다. 그들은 동네서점에 아름다운 책이 전시된 공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서가와 책을 구경하러 간다. 최근 생겨나고 있는 공공도서관이 엄청난 규모를 앞세워 공간을 압도하는 서가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서점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인테리어나 책의 규모보다 실제로 책을 사는 인구가 늘어나야 할 것이고, 또 그런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이 살아남아야 한다.
둘째, 특색 있는 소형서점이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책의 재료가 될 수 있는 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를 잘 엮어낼 수 있는 지역의 출판사도 서점과 더불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서점이 쉽게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출판사가 문 닫지 않으려면 그 서점만의 특색 있는 서가를 만들어야 하고, 서가를 채우기 위한 다양한 출판사들이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 이가람 경상대 출판부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인구 한 명당 서점 수가 가장 많은 도시다. 나는 이 도시 여행을 준비하면서 다른 관광지보다 서점들을 구경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여행하면서 돌아다녀 보니 한 골목 걸러 한 골목마다 작은 서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점이 마치 우리나라 편의점 수만큼 많았다. 평일 낮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서점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부러웠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책을 읽고 소비하는 층이 탄탄한 것 같았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은 우리나라처럼 대형서점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는 식당이 자신만의 독특한 메뉴로 손님을 유혹하는 것처럼 이곳의 서점도 자신만의 콘셉트를 가지고 독서인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규모는 대부분 작았고, 오래된 서점이 대부분이었다. 또 우리나라의 대형서점처럼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모든 분야의 책을 빠짐없이 갖추어 놓고 파는 게 아니었다. 주인이 직접 고른 듯한, 주인의 취향이 담긴 책들을 골라 팔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도책만을 파는 서점이 있는가 하면 소설책만 파는 '문학전문서점', 카페를 겸한 가벼운 느낌의 서점, 예술과 건축에 관한 온갖 책을 구비한 서점 등이 있었고,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콘셉트를 자랑했다. 우리나라 서점이 다양한 음식을 갖추어 놓고 파는 '푸드코트형 서점'이라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은 한 가지 혹은 두세 가지 메뉴를 공들여 만들어내는 '동네맛집형 서점'인 셈이다.
이런 '동네맛집형 서점'이 오랜 시간동안 찾아와주는 단골손님 덕택에 가게를 유지하는 것처럼 이곳의 서점들도 단골 고객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다. 참 부러운 광경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주를 이루던 우리나라에도 최근 특징을 가진 이른바 동네서점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 서점들은 1인출판사나 지역출판사 혹은 독립출판사들의 책을 만나볼 수 있고, 독특한 책 선별 방식으로 독서인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런 동네서점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들만큼 오랜 시간 많은 손님을 끌어당기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이런 동네서점들이 제발 그 자리에 오래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동네서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동네서점이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첫째, 아주 당연한 얘기겠지만 책을 실제로 읽는 인구가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실제로' 읽는 인구라고 쓴 이유는 요즘 책을 읽기 위해 사는 것보다 '보기' 위해 혹은 구경하기 위해 서점에 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즉 서점에 읽을 책을 사러 가기보다는 서점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기러 가는 젊은층들이 많다. 그들은 동네서점에 아름다운 책이 전시된 공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서가와 책을 구경하러 간다. 최근 생겨나고 있는 공공도서관이 엄청난 규모를 앞세워 공간을 압도하는 서가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서점들이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인테리어나 책의 규모보다 실제로 책을 사는 인구가 늘어나야 할 것이고, 또 그런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이 살아남아야 한다.
둘째, 특색 있는 소형서점이 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책의 재료가 될 수 있는 힘 있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를 잘 엮어낼 수 있는 지역의 출판사도 서점과 더불어 살아남을 수 있다면 서점이 쉽게 문을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출판사가 문 닫지 않으려면 그 서점만의 특색 있는 서가를 만들어야 하고, 서가를 채우기 위한 다양한 출판사들이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 이가람 경상대 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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