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독립서점탐방]책방이 사랑방이 되었을 때 _ 북바이북 판교
매체명 : 울산저널
보도일 : 2018.05.23
<독립서점 탐방> 책방이 사랑방이 되었을 때 _ 북바이북 판교
맥주를 파는 이상한 서점에 가 보았다.
“판교에 한 책방이 등장했는데, 그곳에는 맥주를 팔아” 내가 처음으로 독립서점 북바이북에 대해 접했던 매개는 책이 아니라 맥주였다. 그곳에 가면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그곳을 단순히 ‘맥주 가게’로 생각하고 가질 않았다. ‘북’카페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책으로 장식한 무수한 북카페의 변형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이번 5월에 북바이북 광화문점이 3번째 북바이북 책방으로 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으로 언뜻 본 그곳은 꽤나 근사한 서점이었다. 그때 1년 전쯤 들었던 북바이북 판교가 떠올랐고, 집에서 가까운 그곳부터 가보기로 하였다.
판교역에서 버스로 몇 정거장 지나, 높이 솟은 오피스 빌딩이 가득한 동네에 가면 북바이북 판교점을 만날 수 있다. 첫 인상은 “이렇게 작단 말이야?”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이 살짝 넓은 개인 작업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책방이 넓을 필요는 없다. 어렸을 적 동네 서점은 비좁은 공간에서도 언제나 책을 한가득 놓고 판매하곤 했으니 말이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다락방 또는 사랑방
그렇지만 나는 이곳에서 책의 저자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연다는 것을 익히 들었다. 최대 50명까지 받는 작가 스테이지는 저자와 독자들이 만나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그 이벤트를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거의 매일 열고 있다. 공연장이라기보단 다락방 같은 곳에 사람들은 매일 찾아왔던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다락방 또는 사랑방. 이게 북바이북 판교점의 정체성처럼 보인다. 행사 일정표를 보면, 한 달 중 평일에는 거의 항상 작가가 책방을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퇴근 후 우연히 책방을 방문하면, 항상 작가 1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독자들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북바이북 판교점의 공간 구성은 홈시어터를 연상케 한다. 커다란 Boss 스피커를 기준으로 무대 공간이 구성된다. 위에서는 무대를 밝히는 조명이 있고, 벽 위에는 스크린이 달려있다. 영화를 보기에도 좋고, 발표를 듣기에도 좋은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유치원의 인형극장을 연상하게 되었다. 무대에서는 인형들이 대화를 하고 있고, 마주보는 곳에서는 올망졸망 아이들이 앉아서 극을 보고 있을 것만 같다.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모든 책이 살아 있다.
사랑방에는 작가와 동네주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책방인 만큼 책도 있다. 북바이북 판교점은 단순히 책이 있는 것을 넘어, ‘모든 책이 살아있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분에게 서점에서 죽은 책과 살아있는 책을 구분하는 법을 들은 적 있다. 고객이 들어왔을 때, 표지가 보이도록 놓인 책들은 산 것이며, 서재에 꽃힌 채로 제목만 노출된 책은 죽은 책이다. 그런데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모든 책이 살아있었다.
책방 내 책들이 전부 표지가 보이도록 했다는 뜻은 아니다. 옆으로 누워 제목만 보이는 책도 있긴 있었다. 그럼에도 책은 손님의 시야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서서 책을 보았을 때 딱 눈높이 위치에 책을 비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서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책들 역시 표지가 보이도록 비치하여 상태로 놓아, 바로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책장에 선 상태로 꽃혀있는 책들도 있었으나, 책장의 공간을 빽빽이 채운 곳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책은 손님의 시선이 닿고, 자연스럽게 손이 닿도록 놓여있다. 이를 통해 북바이북 판교점이 책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책은, 장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서점 또는 도서관에서는 책장에 꽃혀 있는 책을 디자인으로만 소비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시선과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책장의 한 켠에 책을 전시 해놓는 것이다. 그것은 근사해 보이지만, 동시에 속지가 텅 빈 표지처럼 소비된다. 적어도 북바이북 판교점에서 그런 책은 없었다.
책방을 방문한 손님이 책과 만날 때 시선, 위치, 느낌 등으로 고려하는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흔히 대형서점에서는 보이는 책장의 마지막 층이 가려져 있다. 흔히 대형서점에서는 쭈구리고 앉아서 봐야하는 책장의 마지막 칸에도 책을 전시한다.
사실, 전시라기보다는 창고처럼 잔뜩 꽃아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바로 그 책장의 반지하 같은 공간이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모두 닫아서 보이지 않게 한다. 책을 모조리 전시하는 것만이 만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을까.
북바이북의 책들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단순히 ‘배치’ 뿐만은 아니다. 이미 유명해진 북바이북의 책꼬리는 책에 대한 타인들의 감정과 댓글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책꼬리는 작은 책갈피 속에 책에 대한 작은 댓글을 다는 공간이다. 이는 헌책방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사연이 담김 글귀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사연을 새책에서도 느끼게 해주는 셈이다.
다만, 모든 책에 책 꼬리가 함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일부 책장을 제외하고는 책 속에 책꼬리는 보이지 않았다. 방문하시는 분이 모든 책에 책꼬리를 쓸 수도 없었던 점도 있겠고, 책을 판매할 때 운영상의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책 꼬리 자체는 사연을 담고 사진찍기에 좋을 아이템이지만, 북바이북 판교점의 핵심 아이템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말로 책꼬리가 중요했다면, 모든 책에 책꼬리를 끼워 넣을 테니 말이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3호점을 낸 독립서점
북바이북 판교점은 ‘판교점’이라는 말처럼 본점이 따로 있다. 북바이북은 책맥이라는 이야기로 상암에서 먼저 문을 열었다. 거기에 판교점이 추가되었고, 최근에는 광화문에 KEB하나은행과 함께 광화문점을 열었다. 갈수록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와중에 북바이북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비밀은 어쩌면 북바이북이라는 공간 자체가 ‘책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북바이북에서는 적극적으로 손님들에게 책 주문을 받고 있다. 서점 내 비치된 종이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원하시는 책을 요청 받으면 2일 정도 후에 서점을 통해 수령 받는 형식이다. 이런 주문은 단순히 책 구매라는 이름으로는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며, (정가 100%를 받는다.)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당일 집으로 택배 배송하는 인터넷 서점에 비하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손님에게 이런 주문을 받고, 나아가 북바이북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좀 더 ‘문화’적인 소비에 가까울 것이다.
어렸을 적, 나도 동네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한 적이 있다. 인터넷의 접근성이 낮고, 굳이 멀리 가야하는 큰 서점에 가기 귀찮았던 나는 종종 동네서점을 통해 원하는 서적을 구매하기도 했다. 책방 아주머니는 1권짜리 주문도 잘 받아 주셨고, 나중에는 내가 사보는 책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북바이북은 그러한 ‘동네 서점’ 문화를 지금의 방식으로 다시 재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술먹는 책방, 북바이북은 자신만의 책방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맥주를 파는 이상한 서점에 가 보았다.
“판교에 한 책방이 등장했는데, 그곳에는 맥주를 팔아” 내가 처음으로 독립서점 북바이북에 대해 접했던 매개는 책이 아니라 맥주였다. 그곳에 가면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그곳을 단순히 ‘맥주 가게’로 생각하고 가질 않았다. ‘북’카페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책으로 장식한 무수한 북카페의 변형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이번 5월에 북바이북 광화문점이 3번째 북바이북 책방으로 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진으로 언뜻 본 그곳은 꽤나 근사한 서점이었다. 그때 1년 전쯤 들었던 북바이북 판교가 떠올랐고, 집에서 가까운 그곳부터 가보기로 하였다.
판교역에서 버스로 몇 정거장 지나, 높이 솟은 오피스 빌딩이 가득한 동네에 가면 북바이북 판교점을 만날 수 있다. 첫 인상은 “이렇게 작단 말이야?”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이 살짝 넓은 개인 작업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책방이 넓을 필요는 없다. 어렸을 적 동네 서점은 비좁은 공간에서도 언제나 책을 한가득 놓고 판매하곤 했으니 말이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다락방 또는 사랑방
그렇지만 나는 이곳에서 책의 저자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연다는 것을 익히 들었다. 최대 50명까지 받는 작가 스테이지는 저자와 독자들이 만나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그 이벤트를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거의 매일 열고 있다. 공연장이라기보단 다락방 같은 곳에 사람들은 매일 찾아왔던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다락방 또는 사랑방. 이게 북바이북 판교점의 정체성처럼 보인다. 행사 일정표를 보면, 한 달 중 평일에는 거의 항상 작가가 책방을 찾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퇴근 후 우연히 책방을 방문하면, 항상 작가 1명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독자들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북바이북 판교점의 공간 구성은 홈시어터를 연상케 한다. 커다란 Boss 스피커를 기준으로 무대 공간이 구성된다. 위에서는 무대를 밝히는 조명이 있고, 벽 위에는 스크린이 달려있다. 영화를 보기에도 좋고, 발표를 듣기에도 좋은 모습이다. 개인적으로는 유치원의 인형극장을 연상하게 되었다. 무대에서는 인형들이 대화를 하고 있고, 마주보는 곳에서는 올망졸망 아이들이 앉아서 극을 보고 있을 것만 같다.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모든 책이 살아 있다.
사랑방에는 작가와 동네주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책방인 만큼 책도 있다. 북바이북 판교점은 단순히 책이 있는 것을 넘어, ‘모든 책이 살아있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분에게 서점에서 죽은 책과 살아있는 책을 구분하는 법을 들은 적 있다. 고객이 들어왔을 때, 표지가 보이도록 놓인 책들은 산 것이며, 서재에 꽃힌 채로 제목만 노출된 책은 죽은 책이다. 그런데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모든 책이 살아있었다.
책방 내 책들이 전부 표지가 보이도록 했다는 뜻은 아니다. 옆으로 누워 제목만 보이는 책도 있긴 있었다. 그럼에도 책은 손님의 시야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서서 책을 보았을 때 딱 눈높이 위치에 책을 비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또한 서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책들 역시 표지가 보이도록 비치하여 상태로 놓아, 바로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책장에 선 상태로 꽃혀있는 책들도 있었으나, 책장의 공간을 빽빽이 채운 곳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책은 손님의 시선이 닿고, 자연스럽게 손이 닿도록 놓여있다. 이를 통해 북바이북 판교점이 책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책은, 장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서점 또는 도서관에서는 책장에 꽃혀 있는 책을 디자인으로만 소비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시선과 손길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책장의 한 켠에 책을 전시 해놓는 것이다. 그것은 근사해 보이지만, 동시에 속지가 텅 빈 표지처럼 소비된다. 적어도 북바이북 판교점에서 그런 책은 없었다.
책방을 방문한 손님이 책과 만날 때 시선, 위치, 느낌 등으로 고려하는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흔히 대형서점에서는 보이는 책장의 마지막 층이 가려져 있다. 흔히 대형서점에서는 쭈구리고 앉아서 봐야하는 책장의 마지막 칸에도 책을 전시한다.
사실, 전시라기보다는 창고처럼 잔뜩 꽃아둔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바로 그 책장의 반지하 같은 공간이 북바이북 판교점에서는 모두 닫아서 보이지 않게 한다. 책을 모조리 전시하는 것만이 만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었을까.
북바이북의 책들을 살아있게 하는 것은 단순히 ‘배치’ 뿐만은 아니다. 이미 유명해진 북바이북의 책꼬리는 책에 대한 타인들의 감정과 댓글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책꼬리는 작은 책갈피 속에 책에 대한 작은 댓글을 다는 공간이다. 이는 헌책방에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사연이 담김 글귀들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사연을 새책에서도 느끼게 해주는 셈이다.
다만, 모든 책에 책 꼬리가 함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일부 책장을 제외하고는 책 속에 책꼬리는 보이지 않았다. 방문하시는 분이 모든 책에 책꼬리를 쓸 수도 없었던 점도 있겠고, 책을 판매할 때 운영상의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책 꼬리 자체는 사연을 담고 사진찍기에 좋을 아이템이지만, 북바이북 판교점의 핵심 아이템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말로 책꼬리가 중요했다면, 모든 책에 책꼬리를 끼워 넣을 테니 말이다.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3호점을 낸 독립서점
북바이북 판교점은 ‘판교점’이라는 말처럼 본점이 따로 있다. 북바이북은 책맥이라는 이야기로 상암에서 먼저 문을 열었다. 거기에 판교점이 추가되었고, 최근에는 광화문에 KEB하나은행과 함께 광화문점을 열었다. 갈수록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와중에 북바이북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비밀은 어쩌면 북바이북이라는 공간 자체가 ‘책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북바이북에서는 적극적으로 손님들에게 책 주문을 받고 있다. 서점 내 비치된 종이 또는 카카오톡을 통해 원하시는 책을 요청 받으면 2일 정도 후에 서점을 통해 수령 받는 형식이다. 이런 주문은 단순히 책 구매라는 이름으로는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가격이라는 측면에서 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며, (정가 100%를 받는다.) 편의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당일 집으로 택배 배송하는 인터넷 서점에 비하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손님에게 이런 주문을 받고, 나아가 북바이북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좀 더 ‘문화’적인 소비에 가까울 것이다.
어렸을 적, 나도 동네서점을 통해 책을 주문한 적이 있다. 인터넷의 접근성이 낮고, 굳이 멀리 가야하는 큰 서점에 가기 귀찮았던 나는 종종 동네서점을 통해 원하는 서적을 구매하기도 했다. 책방 아주머니는 1권짜리 주문도 잘 받아 주셨고, 나중에는 내가 사보는 책에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북바이북은 그러한 ‘동네 서점’ 문화를 지금의 방식으로 다시 재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술먹는 책방, 북바이북은 자신만의 책방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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