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부산]도서관에서 행복을 찾다, 도심 속 '치유의 숲' 책과 나 둘만의 시간
매체명 : 부산일보
보도일 : 2018.05.03
[도서관에서 행복을 찾다] 도심 속 '치유의 숲' 책과 나 둘만의 시간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란 부제를 단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tvN)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해서 하기가 '미션'이 돼 버린 아픈 현실을 일깨운다.
간만에 책을 펴 들었는데 집중을 방해하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휴대폰은 5분이 멀다 하고 뭔가 새로 도착했음을 알리고, 머릿속엔 해야 할 일이나 소소한 걱정거리가 두서없이 떠오른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자꾸만 느려진다.
언제부턴가 긴 글을 읽는 게 쉽지 않게 됐다. 니콜라스 카는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아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가 어느새 투쟁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구글에 검색어를 몇 개 입력하고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면 몇 분만에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 답을 손쉽게 얻는 대신 우리는 집중력을 잃었다. 니콜라스 카는 '산만함을 업으로 삼는 기업 구글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여유로운 독서나 깊은 생각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대화 도중 적절한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아 걱정이라면. 치유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지혜의 숲'.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온 '과묵한' 책들이 안절부절 눈빛 불안한 이들에게 "서두를 것 없다"고,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고 일러주는 곳. 도서관에 가면 된다.
직장인 최민지(38) 씨는 한 달에 서너 번 부전도서관이나 해운대도서관을 간다. "안 읽고 쌓아둔 책이 너무 많아 집중해서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코딩(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관련 신간이 어떤 게 출간됐나 훑어보고, 필요한 책은 대출도 종종 한다"고 했다. 대출한 책은 정해진 기간(2주) 내 반납해야 하니 독서에 소소한 강제력을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시, 도서관, 자전거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했다. 산만한 이들을 구원할 치유제. 부산지역 구별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은 부산도서관넷(busanlib.net)에 들어가면 검색할 수 있다. 책을 읽다 숲속 산책을 하거나, 커다란 창 가득 바다 전망까지 즐길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도심 속 일상탈출의 기쁨까지 덤으로 주는 전문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두 곳을 다녀왔다.
■전문도서관, 전망 좋은 카페가 부럽지 않다
열람실에서 한적하게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 해양도서관 열람실 창가엔 카페 부럽지 않은 푹신한 의자와 탁자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연구실 전지윤 도서관담당 사서는 "의자에 기대 앉으면 청명한 날엔 멀리 오륙도까지 보인다"며 "이곳이 도서관 이용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라 도서관 장서가 자꾸 늘고 있지만, 이 공간은 늘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도서관 중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해운대 해변도서관(해운대 관광안내소 2층 해운대세계작은도서관), 해운대 달맞이 언덕 추리문학관 3층 열람실 등이 있다.
지난 1일 낮 국립해양박물관 해양도서관 창가 자리. 잠든 아기를 안은 아빠가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옆 테이블엔 어린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다. 창가 의자에 푹 파묻히게 기대앉아 책을 꺼냈다. 창밖엔 영도 바다를 배경으로 박물관으로 소풍 온 여중생들의 즐거운 점심시간이 한창이다.
해양도서관은 해양역사, 해양문학, 해양영토, 극지 등 해양 테마 도서와 일반도서 총 4만 6000권을 소장하고 있는 전문도서관. 전체 도서 중 해양 관련 도서는 16.7%가량 된다.
도서관 내엔 컴퓨터(14대)와 DVD 플레이어(3대)를 갖춘 멀티미디어실도 있다. 도서관 왼쪽엔 '어린이 열람실'과 '보드랑'을 겸한 방이 있다. 국내외 어린이 도서 7000권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교구 150여 점을 갖춘 곳. 아빠와 함께 보드게임에 열중한 어린이, 혼자 의젓하게 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도 있고, 상어 가족 쿠션으로 던지기 놀이 삼매경에 빠져 혼자 바쁜 어린이도 있다.
전지윤 사서는 "해양도서관 이용객은 평일엔 100~200명, 주말엔 하루 600~700명가량 되고, 여름방학엔 하루 1000명 가까이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 쉬는 시간이면 해양박물관을 둘러보고, 박물관 주변 해안로를 산책하는 즐거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부산역 도시철도 3번 출구에서 국립해양박물관행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토·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5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부산역에서 출발한다. 박물관에서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20분(토·일요일 공휴일은 7시 20분)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출발해 부산역으로 돌아온다.
■책 읽다 숲속 산책, 도서관에서 일상 탈출
지난달 27일 오후 부산시민도서관(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일반 열람실. 남북한 정상의 세계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날에도 도서관 열람실 공기는 차분했다. 여자 열람실 179번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필통 지퍼 여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고요한 열람실. 역시 책은 도서관에서 읽어야 하는가 보다. 스스로 부여한 '한 시간 동안 책만 읽기' 미션을 어렵지 않게 마쳤다.
1982년 개관한 부산시민도서관은 디지털 자료실, 다문화 자료실, 어·문학실, 자연·기술과학실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꿈 있는 책마을', 미국 관련 도서와 어린이 책, DVD 등을 갖춘 '부산아메리칸코너'도 있다. 아메리칸코너는 주한미국대사관 초청 강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들에게 영어 도서를 읽어주는 '리딩 버디버디' 프로그램 등도 열고 있다. 부산시민도서관 이기정 열람과장은 "작은 도서관이 곳곳에 문을 열고, 도서관 수가 점점 많아져 이용객 수는 점차 줄고 있지만, 부산시민도서관 1일 도서, 자료 이용객 수는 3000명가량 된다"고 했다.
부산시민도서관 인근엔 부산어린이대공원이 있다. 성지곡 수원지 일대 산책로를 느긋하게 한 바퀴 도는 데는 40분가량 걸린다. 공원 내 가족 친수공간 벤치는 독서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란 부제를 단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tvN)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해서 하기가 '미션'이 돼 버린 아픈 현실을 일깨운다.
간만에 책을 펴 들었는데 집중을 방해하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휴대폰은 5분이 멀다 하고 뭔가 새로 도착했음을 알리고, 머릿속엔 해야 할 일이나 소소한 걱정거리가 두서없이 떠오른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자꾸만 느려진다.
언제부턴가 긴 글을 읽는 게 쉽지 않게 됐다. 니콜라스 카는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아 '예전처럼 독서에 집중하는 행위가 어느새 투쟁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구글에 검색어를 몇 개 입력하고 하이퍼링크를 따라가면 몇 분만에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는 시대. 답을 손쉽게 얻는 대신 우리는 집중력을 잃었다. 니콜라스 카는 '산만함을 업으로 삼는 기업 구글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여유로운 독서나 깊은 생각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대화 도중 적절한 단어가 금방 떠오르지 않아 걱정이라면. 치유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지혜의 숲'. 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온 '과묵한' 책들이 안절부절 눈빛 불안한 이들에게 "서두를 것 없다"고, "우리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고 일러주는 곳. 도서관에 가면 된다.
직장인 최민지(38) 씨는 한 달에 서너 번 부전도서관이나 해운대도서관을 간다. "안 읽고 쌓아둔 책이 너무 많아 집중해서 책을 읽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코딩(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관련 신간이 어떤 게 출간됐나 훑어보고, 필요한 책은 대출도 종종 한다"고 했다. 대출한 책은 정해진 기간(2주) 내 반납해야 하니 독서에 소소한 강제력을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시, 도서관, 자전거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고 했다. 산만한 이들을 구원할 치유제. 부산지역 구별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은 부산도서관넷(busanlib.net)에 들어가면 검색할 수 있다. 책을 읽다 숲속 산책을 하거나, 커다란 창 가득 바다 전망까지 즐길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도심 속 일상탈출의 기쁨까지 덤으로 주는 전문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두 곳을 다녀왔다.
■전문도서관, 전망 좋은 카페가 부럽지 않다
열람실에서 한적하게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 해양도서관 열람실 창가엔 카페 부럽지 않은 푹신한 의자와 탁자가 한 줄로 늘어서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연구실 전지윤 도서관담당 사서는 "의자에 기대 앉으면 청명한 날엔 멀리 오륙도까지 보인다"며 "이곳이 도서관 이용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라 도서관 장서가 자꾸 늘고 있지만, 이 공간은 늘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도서관 중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해운대 해변도서관(해운대 관광안내소 2층 해운대세계작은도서관), 해운대 달맞이 언덕 추리문학관 3층 열람실 등이 있다.
지난 1일 낮 국립해양박물관 해양도서관 창가 자리. 잠든 아기를 안은 아빠가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옆 테이블엔 어린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다. 창가 의자에 푹 파묻히게 기대앉아 책을 꺼냈다. 창밖엔 영도 바다를 배경으로 박물관으로 소풍 온 여중생들의 즐거운 점심시간이 한창이다.
해양도서관은 해양역사, 해양문학, 해양영토, 극지 등 해양 테마 도서와 일반도서 총 4만 6000권을 소장하고 있는 전문도서관. 전체 도서 중 해양 관련 도서는 16.7%가량 된다.
도서관 내엔 컴퓨터(14대)와 DVD 플레이어(3대)를 갖춘 멀티미디어실도 있다. 도서관 왼쪽엔 '어린이 열람실'과 '보드랑'을 겸한 방이 있다. 국내외 어린이 도서 7000권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교구 150여 점을 갖춘 곳. 아빠와 함께 보드게임에 열중한 어린이, 혼자 의젓하게 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도 있고, 상어 가족 쿠션으로 던지기 놀이 삼매경에 빠져 혼자 바쁜 어린이도 있다.
전지윤 사서는 "해양도서관 이용객은 평일엔 100~200명, 주말엔 하루 600~700명가량 되고, 여름방학엔 하루 1000명 가까이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책을 읽다 쉬는 시간이면 해양박물관을 둘러보고, 박물관 주변 해안로를 산책하는 즐거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부산역 도시철도 3번 출구에서 국립해양박물관행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토·일요일, 공휴일은 오후 5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부산역에서 출발한다. 박물관에서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20분(토·일요일 공휴일은 7시 20분)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출발해 부산역으로 돌아온다.
■책 읽다 숲속 산책, 도서관에서 일상 탈출
지난달 27일 오후 부산시민도서관(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일반 열람실. 남북한 정상의 세계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날에도 도서관 열람실 공기는 차분했다. 여자 열람실 179번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필통 지퍼 여는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만 간간이 들리는 고요한 열람실. 역시 책은 도서관에서 읽어야 하는가 보다. 스스로 부여한 '한 시간 동안 책만 읽기' 미션을 어렵지 않게 마쳤다.
1982년 개관한 부산시민도서관은 디지털 자료실, 다문화 자료실, 어·문학실, 자연·기술과학실 등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꿈 있는 책마을', 미국 관련 도서와 어린이 책, DVD 등을 갖춘 '부산아메리칸코너'도 있다. 아메리칸코너는 주한미국대사관 초청 강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들에게 영어 도서를 읽어주는 '리딩 버디버디' 프로그램 등도 열고 있다. 부산시민도서관 이기정 열람과장은 "작은 도서관이 곳곳에 문을 열고, 도서관 수가 점점 많아져 이용객 수는 점차 줄고 있지만, 부산시민도서관 1일 도서, 자료 이용객 수는 3000명가량 된다"고 했다.
부산시민도서관 인근엔 부산어린이대공원이 있다. 성지곡 수원지 일대 산책로를 느긋하게 한 바퀴 도는 데는 40분가량 걸린다. 공원 내 가족 친수공간 벤치는 독서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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