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읽고 싶은 책을 배달까지 해줘 너무 좋아요

매체명 : 한국일보 보도일 : 201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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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kookilbo.com/v/2f0909508dbb45e89b209fb544265146
“도서관이 우리집 서재예요. 전에는 도서관이 멀어서 굳이 찾아가지 못했는데 가까이 있고, 읽고 싶은 책을 배달까지 해주니 얼마나 좋은 지 몰라요.” 서울 관악구청 맞은 편에서 남편과 함께 28년째 구둣방을 운영해온 김성자(53)씨의 서재는 구청 청사 1층 한 편에 자리한 ‘용꿈 꾸는 작은도서관’이다.


책을 좋아하는 김씨는 평소 쉬는 날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곤 했다. 이제는 이 도서관에서 매달 평균 20권을 빌려본다. 특히 보고 싶은 책이 없을 때 휴대폰으로 신청하면 다른 도서관에서 배달해주는 ‘지식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다.

김씨는 “매일 구두 가지러 구청을 가는 김에 도서관에 자주 들른다”며 “가까우니 자주 가게 되고, 배달도 해주니까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관악구에서는 이처럼 누구나 10분 거리에서 원하는 책을 받아볼 수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지식도시락 배달 서비스와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조성’ 사업이 뿌리를 내리면서다. 매년 독서인구가 줄고 있지만 관악구는 되레 ‘도서관 도시’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구민들(전체 53만명)이 지난해 지식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통해 빌려본 책은 40만권에 달한다. 쌓으면 관악산(629m) 12배 높이다. 올해 1~2월에만 7만2,000권이 넘게 배달됐다. 도서관 이용자 수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 2010년 7만3,092명이던 도서관 회원은 지난해 16만393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고, 도서대출 실적 역시 같은 기간 48만권에서 91만권으로 급증했다.

이는 국회도서관장을 지냈던 유종필 관악구청장이 일찍이 집 가까운 곳의 도서관을 강조한 덕분이다. “밥을 굶으면 몸에 문제가 생기듯 지식을 굶으면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책과 도서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 5곳에 불과했던 도서관을 43곳까지 늘렸다. 방치된 공원 매표소를 리모델링하거나 공원 자투리 공간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의 여유공간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다 보니 큰 돈이 들지 않았다. 규모가 작아 부족한 도서 문제는 책 배달 서비스로 풀었다. 43곳 중 40개 도서관 간 통합도서네트워크를 구축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도서를 검색하고 대출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40개 도서관이 보유한 도서 62만권은 전체 구민이 공유하고 있는 큰 서고(書庫)인 셈이다.

한 달에 2~3번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오경숙(60)씨는 “소설 <중력의 무지개>가 읽고 싶어 검색해봤더니 집에서 먼 도서관에 있길래 자주 가는 우듬지작은도서관으로 배달 받아 읽고 있다”며 “보고 싶은 책을 멀리 가서 빌릴 필요가 없어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는 ‘번개 배달’이라고 쓰여진 전담 차량 3대를 운영 중이다. 2인 3조의 전담 직원이 하루 두 번씩 이 차량을 타고 관내 도서관을 누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가정까지 직접 책을 배달하기도 한다.

유 구청장은 “지난 7년간 우리 도서관 사업을 배우겠다고 일본과 중국을 비롯 국내외 80개 기관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며 “이젠 운영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지식복지를 구현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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