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칼럼] 도서관을 홀대하는 지도자는 실패한다

매체명 : 울산매일 보도일 :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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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 시인·비평가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다. 도서관은 지혜의 등대다. 도서관은 정보와 문화의 중심지다.

지식정보화 시대인 오늘날 도서관은 국가의 부를 창조하는 공장이다.

2005년 미국도서관대회에서 오바마 상원의원은 현대를 “지식이 권력이 되고 성공의 관문이 되는 시점”이라 역설했다.

도서관의 역할에 관해 핵심을 찌른 말이다. 오바마는 도서관에서 자신의 능력을 기르고 지식을 쌓았다. 그는 도서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지지한다.

그가 어릴 적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도서관을 통한 독서에서 비롯됐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는 지금도 1년에 책을 약 50권 정도는 읽는다고 한다. 그는 독서광이면서 도서관 신봉자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어릴 적 책을 열심히 읽지 않았다면, 우리 동네와 우리 학교에 도서관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빌게이츠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조국도 아니고 어머니도 아니고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다.”라는 극단적인 말을 토로했다.

도서관에 대한 그의 사랑은 1997년 게이츠 도서관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 재단은 게이츠 개인의 돈인 2억 달러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돈 2억 달러로 공공 도서관에 소프트웨어를 기증했다.

여기에 ‘도서관’ 프로젝트에 기부한 1,500만 달러를 합치면, 게이츠의 후원금은 카네기에 버금간다. 참고로 카네기가 전 세계에 지어준 도서관은 2,500여 개이며, 미국에는 1,600여 개를 지어주었다.

그가 도서관 건립을 위해 기부한 돈은 1997년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5억 5백만 달러에 달한다.

과거는 박물관에 있지만 미래는 도서관에 있다. 도서관에 대한 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공부함으로써 일자리를 구하고 도서관에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나눈다.

도서관에서 문화를 향유한다. 또한 도서관은 빈부 격차와 계층 양극화를 줄여주고 범죄를 예방한다. 이 같은 사례를 보여주는 곳이 브라질 꾸리찌바 시 ‘지혜의 등대 도서관’이다. 동네마다 있는, 이 작은 도서관은 낮에는 어린애들을 비롯한 동네 주민들의 지식정보 문화의 공간이었다가, 밤이면 경찰의 보호 아래 불을 밝히는 등대가 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 아니, 성공하더라도 지혜로울 수 없고 그 성공도 오래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도서관을 홀대하는 지도자는 실패한다.

도서관을 사랑하고 지지하지 않는 지도자는 미래가 없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현재 울산시와 구청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서관 정책에 대해 물어야 한다.

울산시립도서관이 들어설 장소는 도서관 건립에서 가장 중시하는 근접성에 벗어났다. 주변 경관도 좋지 않다. 미국은 도시를 조성할 때 학교와 경찰서, 소방서와 더불어 도서관을 우선 짓는다. 미국의 도서관은 도시 한복판에 있다.

울산시는 울산시립도서관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과 환경, 전문 인력과 운영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만약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울산시장은 도서관을 홀대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울산시와 중구청은 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중구도서관을 쫓아내고 있다. 중구도서관은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지식 문화공간으로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장소이다.

오히려 중부도서관을 살려 울산 정체성을 지켜나가야 하는데도 시와 중구청 스스로가 헐어버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 도서관에 대한 홀대이다.

남구청은 구 검찰청사에 세우려던 남부도서관 신축을 폐지하고 공영주차장과 청소년 수련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도서관 건립 폐지 이유는 예산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예산을 핑계로 일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남부도서관 건물이나 주차장 등 시설 현황을 보면 남구청과 울산교육청이 얼마나 도서관을 홀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청소년 수련과 시민복지에 대한 최대의 혜택은 도서관만큼이나 좋은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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