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작은도서관

매체명 : 광주일보 보도일 : 20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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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wangju.co.kr/read.php3?aid=1401980400525791087
‘보르헤스는 곧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타가 인정했던 소설가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보르헤스(1899∼1986)다. 그는 는 18년간 국립도서관장으로 일했다.

한데 책을 관장하는 그는 앞을 볼 수 없는 처지였다. 30대부터 약시(弱視) 때문에 고통을 받아 왔고 관장 재직시에는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였다. 그는 이런 상황을 “80만 권의 책과 어둠을 동시에 가져다 준 신의 절묘한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다.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도서관”이라고 부르짖었던 사람. 그러니 자신의 처지를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 싶다.

그는 언제나 책과 함께였고 시내에 있는 ‘피그말리온’은 그의 단골 책방이었다. 그곳에서 점원으로 일하던 16세 소년은 “나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겠냐”는 보르헤스의 제안을 받고 그를 위해 책을 읽어 주었다. 1964년부터 1989년까지 그의 서재에서 무려 20여 년간이나. 그 소년이 바로 ‘밤의 도서관’ ‘독서의 역사’로 유명한 알베르트 망구엘이다.

2003년 MBC ‘느낌표’와 시민단체 ‘책 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은 어린이들을 위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첫 결과물이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한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었다. 언젠가 순천 도서관을 찾았다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 뒤 몇 년간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그 지역에 있는 기적의 도서관을 찾곤 한다. 충북 제천과 제주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등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주 취재했던 광주시 남구 노대동 ‘책 문화 공간 봄:’은 오랜만에 만나는, 꼭 다시 가보고 싶은 도서관이었다. 3500여 권을 갖춘 작은 도서관에는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봄:’은 커피숍과 입구를 같이 쓰고 있어 추석과 설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밤의 도서관’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키는 이가 없을 때도 많다. 그럴 때는 조용히 책을 읽고 나오면 된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현재 광주시에 등록된 작은 도서관은 360개가 넘는다. 나를 키울 도서관이 바로 우리 집 근처에 있다. 파주 출판도시에 문을 여는 ‘지혜의 숲’은 24시간 문을 연다고 하니 또 부러워진다.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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