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틈'] 폐·공가를 도서관으로

매체명 : 부산일보 보도일 : 2014.06.04
링크주소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40604000033
부산의 도서관 사정은 열악하다. 공공도서관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 12만 명당 공공도서관 1개꼴로, 전국 16개 광역 시·도 중 최하위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부산시는 올해 초부터 도서관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개선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공공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마련, 구체적 실행에 들어갔다.

그 실행에는 대표도서관 건립도 있고, 노후 도서관 시설 개선, 작은 도서관 조성도 포함돼 있다. 여기서, 특히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작은 도서관 조성'이다.

왜냐하면, 부산엔 작은 도서관을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공간이 바로 산복도로다. 부산엔 다른 곳에 없는 산복도로가 있다. 부산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삶은 다른 곳에 비해 문화 혜택을 많이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제안한다. 산복도로에 작은 도서관을 조성하자고. 방법은 최근 증가 추세인 산복도로 내 폐·공가를 이용하는 것이다. 동구 초량 4개 동(1, 2, 3, 6동)에 존재하는 공·폐가 수만 해도 111곳(2010년 기준)에 달한다. 이곳을 부산시가 구입(반드시 구입할 필요는 없다)해 리모델링한 뒤, 작은 도서관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쪽 빈집에는 사회과학 책을, 저쪽 빈집에는 자연과학 책을 비치하면 아이들은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며 책을 보러 다닐 것이다. 굳이 이런 방식이 아니라도 좋다. 누구나 알기 쉽게 도서 분류코드에 따라 철학(100) 서적은 이 집에, 종교(200) 서적은 저쪽 빈집에 배치해 두면 된다.

자기만의 공간을 찾아 책을 읽으려는 아이들에게 더 할 수 없는 공간, 엎드리거나 두 다리를 한껏 뻗은 채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내 집처럼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될 터이다. 마치 '감응의 건축가' 정기용이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전국 곳곳에 만들어 놓은 '기적의 도서관'처럼 말이다.

상상해 본다. 아이들은 이곳저곳,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니며 책을 볼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다 잠시 밖을 보면 확 트인 바다가 보일 것이다. 그들은 바다를 보며 고래의 꿈을 꿀 것이다.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가 되는 꿈 말이다.

21세기 성공 신화를 이룬 빌 게이츠가 "지금 나를 있게 해 준 우리 마을의 작은 도서관"도 시애틀의 조그만 공공도서관이었다. 산복도로 작은 도서관은 그 꿈을 키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그런 도서관이 될 터이다.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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