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쉿! 조용히' 없는 도서관과 이별중입니다 - 함께크는우리 작은도서관

매체명 : 오마이뉴스 보도일 : 2016.02.10
링크주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79081
긴긴 전쟁과 가난으로 아무도 인사하지 않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 흘러온 나그네 세 사람은 삭막한 마을 공터에서 돌멩이국을 끓이기 시작한다. 돌멩이로 국을 끓이는 기이한 행동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좀 더 맛있는 국을 위해 각자가 지닌 식재료를 내어놓는다.

나그네의 작은 솥은 마을 사람들 모두 먹을 수 있는 마을의 큰 솥으로 바뀌고 달랑 돌멩이 뿐이던 멀건 국은 갖은 야채와 고기로 따뜻하고 풍성한 국이 된다. 모두가 함께 끓인 돌멩이국을 나눠먹으며 사람들은 비로소 이웃이 되고 마을을 이룬다는 옛이야기. 전해지는 나라에 따라 '못스프'이기도 하고 '단추로 끓인 국', '돌멩이스프'이기도 하다.

낯선 마을에서 돌멩이국을 만나다

우리 가족에게도 '돌멩이국'같은 존재가 있다. 서울의 동쪽끝, 5호선의 끝 상일동역에 내려 고덕시장 골목 모퉁이 오래된 상가 건물 2층에 자리한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아래 함크)가 바로 그렇다. '함크'를 처음 만난 건 2년 6개월 전 어느 늦은 여름날이었다.

서울살이 20년, 이젠 제법 들키지 않게 서울말도 쓰고 지하철노선도 없이도 지하철을 잘 타고, 동네 이름만 들어도 어디인지 대강 그려지는 서울 사람이 되었다. 전형적인 서울 남자와 결혼해 서울에서 아이 셋을 낳아 기르며 내 인생의 절반을 서울에서 살았으니 지리산 촌년인 나도 반은 서울 사람인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서울은 낯설고 타지, 거대한 육식 공룡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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