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커피 향기 솔솔' 작은도서관…사서는 '가뭄'
매체명 : 노컷뉴스
보도일 : 2013.11.10
'동네 사랑방' 순기능 큰 데도…체계적 관리 시급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아담한 카페 안에 들어서자 향긋한 커피 향이 풍겨온다. 두런두런 작은 소리로 대화가 오가는 카페를 지나 안쪽은 도서관. 책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책가방을 풀어놓은 초등학생부터 교복 차림 여고생까지 독서 삼매경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작은 도서관 풍경이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의 또 다른 작은 도서관에서는 십자수나 뜨개질감을 챙겨온 주민들, 한 쪽 구석에서 책을 쌓아두고 훑어보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주민 손다혜(36) 씨는 "집이 가까운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작은 도서관을 칭찬하기 바빴다. 아이들과 자주 오다 보니 익숙해져서 안 읽던 책도 곧잘 읽는단다.
작은 도서관은 생활밀착형 도서관이다. 단순히 도서를 읽거나 대출하는 기본적인 도서관의 기능뿐 아니라 동네 사랑방 역할까지 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독서 모임이나 강연 등 자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작은 도서관이 단순히 일반 도서관의 사이즈를 줄인 '축소판'이 아닌,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규모가 큰 국공립 도서관은 할 수 없는 '공동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극과 극 달리는 작은 도서관
하지만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곳과는 정반대로 방치되고 있는 곳들도 상당하다.
성북구의 한 작은 도서관은 먼지 쌓인 대문 앞에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만 달랑 붙어있다. 자원 봉사할 근무자가 없다는 이유다.
인근의 또 다른 작은 도서관에도 근무자는 자리에 없었다. 대신 초등학교 2학년짜리 천모(8) 군 혼자 도서관에서 놀고 있었다. 외부인이 도서관 안까지 들어오는 데에도 제지는 없었다.
이처럼 작은 도서관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어떤 곳은 사립이다 보니 당국의 관리가 소홀해진다는 것. 아파트 단지 내의 마을문고나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경우가 그 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작은 도서관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 812개. 이 가운데 구청 직영 또는 위탁 관리 대상이 아닌 민간 사립 작은 도서관은 380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구립·사립 모두 관리는 자치구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시 당국에서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전국의 3951개 작은 도서관 가운데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는 곳은 2000여 곳에 이른다.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곳도 140여 곳이나 됐다.
작은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매년 실적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평가 기준은 장서 수 증가 여부나 일주일 간 개관 일수 등이다.
하지만 종로구 작은 도서관 관계자 안소현 씨는 "인력마저 부족한 사립 시설이 매년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사서 장영두 씨도 "사립의 경우 교회 같은 종교단체의 지원이나 외부 후원 없이는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작은 도서관의 취약점 보완할 체계도 갖춰져야
작은 도서관이 갖는 태생적 한계인 장서 규모나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방법으로 '순회사서'와 '상호대차' 서비스를 꼽는다.
순회사서 서비스는 각 도서관마다 사서를 두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 전문 사서 1명이 하루에 서너 개의 도서관을 교대로 돌며 업무를 보는 형식이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좋은 책을 고르고 분류 작업을 해 서가에 배가하는 작업은 전문 사서만이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서 장 씨는 "해리포터와 미실이 인기 있다고 해서 이 책들을 서너 권씩 사놓는다면, 유행이 지난 뒤에는 공간만 차지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용자의 순간적 입맛만 따라가는 '한시적 책방'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문적인 정보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사서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조사한 결과, 전국 작은 도서관의 35% 가량은 담당 직원이 없거나 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원이 있더라도 91.5%는 전문 사서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 관계자는 "작은 도서관의 인력 운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회사서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지원되는 순회사서는 모두 48명이다.
작은 도서관의 장서 수나 시설을 보완하기 위한 '상호대차' 서비스도 시급한 과제다. 찾는 책이 해당 도서관에 없을 경우 연계된 다른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전국 도서관 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다.
하지만 현재 상호대차 서비스 역시 전체 작은 도서관의 10.2%에만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서 장 씨는 "상호대차 서비스는 민관 협동이 잘 이뤄져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각 자치구와 사립 도서관 사이 연계가 활발하고, 이를 지자체 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때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처음 작은 도서관을 도입할 때 만든 법적 기준대로는 작은 도서관이 궤도에 오르기 어려워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당국은 부실한 곳을 정리하고 운영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후반쯤 도서관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건물 면적을 현행 33㎡(평방제곱미터)에서 100㎡(평방제곱미터)로 조정하는 한편, 순회사서 및 상호대차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그 골자다.
[CBS노컷뉴스 김지수 기자] 아담한 카페 안에 들어서자 향긋한 커피 향이 풍겨온다. 두런두런 작은 소리로 대화가 오가는 카페를 지나 안쪽은 도서관. 책장으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책가방을 풀어놓은 초등학생부터 교복 차림 여고생까지 독서 삼매경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작은 도서관 풍경이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의 또 다른 작은 도서관에서는 십자수나 뜨개질감을 챙겨온 주민들, 한 쪽 구석에서 책을 쌓아두고 훑어보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주민 손다혜(36) 씨는 "집이 가까운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작은 도서관을 칭찬하기 바빴다. 아이들과 자주 오다 보니 익숙해져서 안 읽던 책도 곧잘 읽는단다.
작은 도서관은 생활밀착형 도서관이다. 단순히 도서를 읽거나 대출하는 기본적인 도서관의 기능뿐 아니라 동네 사랑방 역할까지 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독서 모임이나 강연 등 자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작은 도서관이 단순히 일반 도서관의 사이즈를 줄인 '축소판'이 아닌, 그 이상이라고 말한다. 규모가 큰 국공립 도서관은 할 수 없는 '공동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극과 극 달리는 작은 도서관
하지만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곳과는 정반대로 방치되고 있는 곳들도 상당하다.
성북구의 한 작은 도서관은 먼지 쌓인 대문 앞에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만 달랑 붙어있다. 자원 봉사할 근무자가 없다는 이유다.
인근의 또 다른 작은 도서관에도 근무자는 자리에 없었다. 대신 초등학교 2학년짜리 천모(8) 군 혼자 도서관에서 놀고 있었다. 외부인이 도서관 안까지 들어오는 데에도 제지는 없었다.
이처럼 작은 도서관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시스템의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어떤 곳은 사립이다 보니 당국의 관리가 소홀해진다는 것. 아파트 단지 내의 마을문고나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경우가 그 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작은 도서관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 812개. 이 가운데 구청 직영 또는 위탁 관리 대상이 아닌 민간 사립 작은 도서관은 380개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구립·사립 모두 관리는 자치구에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 "시 당국에서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전국의 3951개 작은 도서관 가운데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는 곳은 2000여 곳에 이른다.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곳도 140여 곳이나 됐다.
작은 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예산은 매년 실적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평가 기준은 장서 수 증가 여부나 일주일 간 개관 일수 등이다.
하지만 종로구 작은 도서관 관계자 안소현 씨는 "인력마저 부족한 사립 시설이 매년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사서 장영두 씨도 "사립의 경우 교회 같은 종교단체의 지원이나 외부 후원 없이는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작은 도서관의 취약점 보완할 체계도 갖춰져야
작은 도서관이 갖는 태생적 한계인 장서 규모나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도 과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한 방법으로 '순회사서'와 '상호대차' 서비스를 꼽는다.
순회사서 서비스는 각 도서관마다 사서를 두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 전문 사서 1명이 하루에 서너 개의 도서관을 교대로 돌며 업무를 보는 형식이다.
도서관 관계자들은 "좋은 책을 고르고 분류 작업을 해 서가에 배가하는 작업은 전문 사서만이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서 장 씨는 "해리포터와 미실이 인기 있다고 해서 이 책들을 서너 권씩 사놓는다면, 유행이 지난 뒤에는 공간만 차지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용자의 순간적 입맛만 따라가는 '한시적 책방'에 그치지 않으려면, 전문적인 정보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사서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조사한 결과, 전국 작은 도서관의 35% 가량은 담당 직원이 없거나 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원이 있더라도 91.5%는 전문 사서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 관계자는 "작은 도서관의 인력 운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순회사서 서비스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 지원되는 순회사서는 모두 48명이다.
작은 도서관의 장서 수나 시설을 보완하기 위한 '상호대차' 서비스도 시급한 과제다. 찾는 책이 해당 도서관에 없을 경우 연계된 다른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 '전국 도서관 자료 공동 활용 서비스'다.
하지만 현재 상호대차 서비스 역시 전체 작은 도서관의 10.2%에만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서 장 씨는 "상호대차 서비스는 민관 협동이 잘 이뤄져야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각 자치구와 사립 도서관 사이 연계가 활발하고, 이를 지자체 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때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처음 작은 도서관을 도입할 때 만든 법적 기준대로는 작은 도서관이 궤도에 오르기 어려워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당국은 부실한 곳을 정리하고 운영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후반쯤 도서관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건물 면적을 현행 33㎡(평방제곱미터)에서 100㎡(평방제곱미터)로 조정하는 한편, 순회사서 및 상호대차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그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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