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안에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공존 노력 필요

매체명 : 작은도서관신문 보도일 : 2013.09.01
링크주소
http://www.morningreading.org/article/2013/09/01/201309010943001612.html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가 도서관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나 사회 전반에서 작은도서관을 확충하고 활성화하는 일에 나서면서 사람들은 작은도서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물론 작은도서관은 법으로 그 이름을 얻기 전에도 문고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었다. 도서관이라는 오랜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가진 공공 부문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1960~70년대 마을문고에서 시작된 이래 1980~90년대 민간 부문에서 시작된 여러 형태의 도서관 시대를 거쳐, 2000년대 들어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무엇보다도 작은도서관은 시민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과 친밀성 등으로 그동안 공공 부문 도서관들에서 부족했던 점을 극복한 새로운 대안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얻었다. 물론 시설이나 장서, 직원 등 모든 면에서 규모가 작고 충분하지는 않다. 하지만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작은도서관 현상은 기존 도서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가졌던 불편함과 아쉬움을 해소해보고자 한 시민들의 바람이 맞물린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보면 작은도서관이라는 사회 현상은 공공 부문 도서관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도서관은 시민들이 이용하기 위한 공공서비스다. 그러나 그동안 공공 부문 도서관들이 수도 부족하고 일부는 접근성도 떨어져 시민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해 생긴 빈 공간에, 시민들 스스로 작은 규모의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러한 현상에 공공 부문까지 주목하여 작은도서관을 우선하는 정책과 행정을 하면서 지금 같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작은도서관 현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사회적 화두는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어야 비로소 도서관이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물음에 대답할 때
작은도서관, 예전 문고라는 이름의 독서시설은 책에 대한 시민들의 갈급함을 더해 지역과 공동체 등 지역주민들과 직접 맞닿은 서비스 개념과 실천을 통해 새로운 도서관 모습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책임져야 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도서관계에 던지는 과제는 간단하다. 도서관을 설립하고 운영함에 있어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또 필요한 책과 문화, 교육 서비스 등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지난해 개관한 서울도서관이 보여주었다. 누구나 언제든 접근하기 편리한 서울광장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서울도서관은 그동안 작은도서관이 보여준 강점을 공공 부문 도서관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공공 부문에서 공공도서관을 건립하거나 운영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충분한 규모와 내용을 갖춘 도서관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도서관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왜 도서관은 사람들 속에 있지 않았는가?’ ‘이제 도서관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도서관은 어떤 사회적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등등의 사회적 물음에 도서관들이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때다.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은 보완 관계
작은도서관들이 주목받으며 공공 부문에서도 꾸준히 도서관이 늘고 있고 서비스 수준도 향상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공공 부문 도서관과 작은도서관들이 시민들에게 최상의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함께 손을 잡고 나가야 할 때다. 그러려면 공공 부문 도서관은 물론 작은도서관도 우선 ‘도서관다움’을 제대로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서관의 핵심요소는 장서, 시설,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사람은 직원과 이용자라는 관계에서 서로 보완되기도 하고 때로는 대립되기도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다면 현재 공공도서관이나 작은도서관은 이 세 가지 핵심요소 가운데 어떤 점이 강점이고 약점일까? 작은도서관은 사람이라는 측면에 강점이 있다. 이것은 규모와 접근성, 그리고 운영자의 사명감 또는 자발성이라는 면에서 공공 부문 도서관과는 다른 강점이다. 한편으로 장서와 시설, 인력과 재정의 안정성 등은 공공 부문 도서관에 비해 약점이다.







이렇듯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서로 보완해주면서 공존한다면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두 부문이 각자의 강점과 약점을 서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연대하고, 공동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럼으로써 공립이든 사립이든, 규모가 큰 도서관이든 규모가 작은 도서관이든,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 연대함으로써 하나의 ‘큰 도서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독립적이면서 대등한 동료 관계
지역주민 누구나 규모에 관계없이 제대로 된 도서관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도서관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민간 부문 모두는 ‘작은도서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반드시 지역주민에게 최상의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종합적인 도서관 정책 안에서 제대로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

앞으로 공공 부문은 규모와 안정성 등 장점을 가진 공공도서관을 집중 육성하고, 민간이 설립·운영하는 작은도서관과는 지역 전체 관점에서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지원하고 지원받는 관계를 넘어 서로 독립적이면서 대등한 관계, 그러면서도 지역주민에게 ‘함께’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료 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민간 부문에서도 지방자치단체나 외부 지원을 요청하기에 앞서 기존 주변 도서관들과의 협력관계 설정과 확장, 지역주민들과 보다 더 적극적인 관계맺기에 노력하면서, 독립적인 도서관 운영을 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노력하면 좋겠다.

‘서울도서관앱’이 제공하는 ‘내주변 도서관’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현재 있는 곳 주변에 어느 도서관이 있는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옆 사진에서 보듯 관악구 청림동을 중심으로 근처에 도서관이 꽤 여럿 있다. 이들 도서관들이 내용성을 갖추고 서로 잘 협력해서 주민들에게 만족스러운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지역단위 도서관 정책과 행정의 최우선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지역 안에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공립과 사립이 더 자주 만나 대화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수행하면서 지역단위로 크고 풍부한 도서관 서비스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에 대한 기대
최근 정부는 도서관법 개정과 2차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종합계획에서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으로 온전히 통합되어 각자가 하나의 독립적, 독자적 도서관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충실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종합계획에도 자치단체 단위에서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작은도서관을 포함한 지역 도서관 네트워크 구축을 실현하도록 하는 정책이 마련되고 실천되기를 바란다.



이용훈_도서관문화비평가 / 2013-09-0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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