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그림책 전문 <흥부네 작은도서관> 추천도서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책 보물
그림책 전문
흥부네 작은도서관 추천도서 3
작은도서관에서 휴식처럼 찾은 책 한 권이
삶의 보물이 되어주기도 하죠.
우연인 듯 운명처럼 찾아올 당신의 인생 책.
오늘은 그림책 전문
흥부네 작은도서관 강력 추천,
아름다운 글과 그림이 마음의 울림을 주는
보물 같은 동화 세 권을 소개합니다.
#흰 눈
"흰 눈이 하얀 꽃으로 피어나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고 산과 들에 꽃이 피면 우리 마음속에도 야릇한 설렘이 피어납니다. 화창한 봄, 자연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꽃들을 바라보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오지요.
‘흰 눈’은 윤동주 문학대상의 공광규 시인과 감각적 색채 마술사 주리 작가가 그 모습을 담아 어린이들에게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순환이 가져오는 아름다움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시 그림책입니다.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흰 눈이 매화나무, 벚나무, 조팝나무, 이팝나무 등 꽃나무 가지 위에 앉아 하얀 꽃으로 피어납니다. ‘흰 눈’은 우리 땅 곳곳에서 하얀 꽃으로 머문 흰 눈의 여정을 서정적으로 담았습니다.
#밥 · 춤
"우리 동네는 오늘도 춤추고 있어요!"
세탁소 아주머니가 장대를 높이 들어 올려 능숙하게 옷을 꺼냅니다. 사라락 사라락 옷자락이 부딪힙니다. 채소 가게 아주머니가 한 손에 파 한 단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비닐봉지를 톡 뜯어냅니다. 퀵서비스 아주머니는 서류 봉투를 들고 휙휙 달리고,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는 빗자루로 바닥을 차라락 착착 쓸어 냅니다. 음식을 배달하는 아주머니도, 호떡 장수 아주머니도, 구두 닦는 아주머니도 모두들 열심히 일을 합니다.
‘밥·춤’은 이렇듯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과 익숙함에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순간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삶은 없고, 덕분에 오늘도 우리 동네는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세탁소며 시장, 건설 현장, 목욕탕 같은 장소는 무대가 되고, 일상의 평범하고 익숙한 순간들은 춤 동작으로 다시 태어나지요. 발레 같기도 하고, 칼춤 같기도 하고, 때론 에어로빅이나 막춤을 떠올리게 하는 등장인물의 움직임에서 작가 특유의 따스한 감성에 은근슬쩍 더해진 유머가 엿보입니다.
동시에 ‘밥·춤’은 남녀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깨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남자만 할 수 있는 일,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고정된 성 관념을 깨뜨리려는 사회의 여러 노력이 있지만, 여전히 여러 매체에서 여성 등장인물이 그려지는 방식은 틀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교과서에서조차 성 역할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는 조사가 발표되기도 했죠.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낀 정인하 작가는 이 책 ‘밥·춤’에서 일하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여성이지만,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지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소위 남성의 일이라고 여겨지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자기 자리에서 맡은 일을 능숙하게 해냅니다. 이 책은 남녀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깨고 남성의 일, 여성의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미스 럼피우스
"어른이 되면 할 일, 꿈을 꾼다는 것"
한 소녀가 어른이 되면 아주 먼 곳에 가 보겠다고, 그리고 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 거라고 할아버지에게 말하자, 할아버지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해야 할 일 한 가지를 들려줍니다. 바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고. 소녀는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자라서 처녀가 되고 노인이 될 때까지 소녀는 자신의 꿈을 잊지 않고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미스 럼피우스가 살던 시대와 달리 세상이 변하여 이제는 여자아이들에게도 좀 더 쉽게 더 넓은 세상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어릴 때 가졌던 소박한 꿈을 어른이 되어 이루어 나가기란 녹록지 않습니다. 앨리스, 즉 미스 럼피우스는 어릴 때 자신이 살던 지역, 집과 가족을 보며 꿈을 꿉니다.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바다를 보며 머나먼 세계를 상상합니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 소박하게 가족의 무릎에서 조곤조곤 꿈의 실타래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일, 이 아름다운 일들이 어린 시절에 필요한 게 아닐까요. 『미스 럼피우스』의 작가는 우리에게 어른이 되면 무엇이 하고 싶냐고, 어린 시절에 어떤 꿈을 꾸었냐고 살며시 물어보는 듯합니다.
미스 럼피우스는 실제로 세상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는 바닷가에 살 집을 마련합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미 아름다운 세상을 보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합니다. 그리고 루핀 꽃이 핀 언덕을 보며 자신이 할 일을 깨닫고는 마을 곳곳에 꽃씨를 뿌립니다. 누구에게나 세상에 태어나는 목적이 있을 테지만, 작가는 미스 럼피우스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방법은 각자 다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 목적 있는 삶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렇게 삶의 이유를 깨달은 미스 럼피우스는 다시금 후손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게 네 일이라고.
물론 아이들에게 이 같은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그게 어떤 일인지, 무슨 말인지 잘 모릅니다. 그걸 알기 위해서 우리는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미스 럼피우스’는 살아야 할 이유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1983년 미국 내셔널 북 상을 받은 ‘미스 럼피우스’는 이야기만큼이나 그림 또한 아름다워 지금까지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김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