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도서
전문가 추천 그림책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사계절)을 읽다 보면 깔깔거릴 아이들의 얼굴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난 왜 친구가 없을까' 고민에 빠져 눈덩이를 굴리던 두더지가 마침내 여러 친구들을 만나 '우리 이제 뭐하고 놀까' 하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두더지가 굴리는 눈덩이의 크기가 커질수록 친구가 늘어나고 이야기가 점점 풍부해지는 서사의 확장을 아이들은 경험할 수 있다.
작가들이 선정한 어린이책 리스트는 우리 독자들에게 익숙한 교보문고나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순위와는 차이가 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기존 어린이책 추천 리스트는 구식 족보처럼 10년~20년 전 작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전통적 세계관과 교훈이라는 틀 안에 갖혀 있다"며 "그러다보니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아이들의 성장 환경과 맞지 않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동화·그림책 전문 작가들이 추천한 리스트는 지난 10여 년 우리 어린이책 분야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얼마나 풍성해졌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처음으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안데르센상 최종후보로 올랐던 '파도야 놀자'(비룡소)의 이수지 작가는 "동료 작가들과 함께 선정한 이번 추천작 리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신선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동화와 그림책은 최근 몇 년 사이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도 정작 한국 독자들과 만날 기회는 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작가들이 직접 독자들에게 추천할 작품을 뽑은 만큼 최신 작품의 비중도 높았다. 유명 작가인 황선미나 백희나의 작품도 최근에 나온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비룡소) '이상한 엄마'(책읽는곰)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01년에 나온 '늑대의 눈'(문학과지성사)이나 1996년에 나온 '알도'(시공주니어) 등의 유명 작품도 빠지지 않았다.
이번 추천작 중에는 기존의 유명 동화나 그림책들과 정서적으로 약간 차이가 나는 작품들도 일부 있다. 예를 들어 그림책 '미영이'(문학과지성사)의 경우 잠시 다른 집에 맡겨졌다 엄마를 다시 만나 집으로 돌아가는 어린이의 이야기이고, '네모돼지'에는 실수로 남의 집 아이의 손가락을 물었다가 아이 아버지에 의해 아파트 창밖으로 내던져진 강아지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기존 어린이책에서 우리가 보아온 '해맑고 즐거운' 세상은 아니다. 작가들이 어린이책에서도 이런 세계를 다룬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리 아이들이 '정서적 내성(耐性)'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희 사계절 아동청소년팀장은 "아이들 책에서 '죽음'을 다루면 안 된다는 것도 이제는 옛날 사고방식"이라며 "아이들이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간접적으로 겪어보면 나중에 그런 감정적 경험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이 반짝'(문학동네)의 경우, 단짝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주변 친구들이 겪는 이야기를 아름답게 그려낸 초등학교 고학년용 동화다.
※어린이책 추천해주신 분들(작가·평론가)
김지은 김진경 김향이 노인경 백희나 유은실 이경혜 이수지 최윤정 한성옥(가나다순)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30/2016043000039.html